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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여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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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웹지기
댓글 0 건 조회 5,055 회
작성일 14-06-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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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길사 역간)에서 “악의 평범성”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아이히만은 히틀러 시대 독일의 지극히 평범한 공무원이었습니다. 그는 악의 없이 히틀러의 지시를 이행했고, 그가 내린 이동명령에 의해 수많은 유대인들이 죽어나가야 했습니다. 재판정에 앉은 이 순진무구(?)하고 평범한 아이히만에게 학살의 죄를 물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세 가지 무능을 지적하면서 악이 얼마나 평범하게 자행되는지를 갈파합니다. “말하기의 무능”, “사유의 무능”,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이라는 세 가지 무능은 특히 세월호 이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세 가지 무능을 지닌 채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조용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현실 세계의 악을 극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종종 “악의 일상성”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일상’이란 주제가 그간 신앙의 세계에서는 소극적인 주제였기에 그 적극성에 대해 강조함으로 일종의 균형을 담보하려고 “일상의 소중함” 혹은 “일상의 가치”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냄받은 “일상”은 양면적 성격을 분명히 가집니다. ‘사랑’이 가치 있는 만큼 그 왜곡의 결과가 심각한 것처럼, 일상 역시 가치 있는 만큼 그 왜곡에도 주의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단순히 신앙세계의 캐치프레이즈에 그쳐서는 안되고 반드시 일상 속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죄와 악의 문제 역시 종교적인 카테고리 속에서만 이해되어서는 안되며 일상적인 삶속에서 악의 문제, 죄의 문제에 민감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것은 영적인 실재인 정사와 권세가 우리의 신앙생활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인문학적으로 깊이 사유하기’,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기’를 멈추어 버린다면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되는 일상적인 악의 문제, 악의 평범성을 극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는 그리스도인답게 잘 산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악을 자행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의와 공평이 사회에 편만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그저 개인적인 삶에서 충실한 것만으로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정사와 권세의 영향력에 무너져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너무나 기가 막힌 일상의 흐름 속에서 6월은 지방자치단체의 일꾼들을 뽑는 선거가 초순에 있습니다. 우리가 부름 받은 일상생활의 자리가 어디이든지 간에 많이 생각하고 선거에 임하여야 할 것입니다. 타자 혹은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지도자가 누구일까 생각하여야 합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갈파하는 사유의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종교생활에서는 멋진 신앙생활을 하는 훌륭한 신앙인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악의 하수인으로 살아가는 비참함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신앙생활은 반드시 생활신앙이어야 합니다. 악의 일상성을 간파하지 못한 신앙생활은 아무리 멋진 교회에서 제대로 된 예배를 드린다 할지라도 의로운 하나님의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1391 일삶구원 지성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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