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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신대ELBiS 룻기 2장 1-17절 "다 들었다,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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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선약수
댓글 0 건 조회 10,018 회
작성일 09-03-1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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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기운이 가득하던 1장과 달리 룻기 2장의 분위기는 사뭇 희망적입니다. 그들에게 은혜 베푸는 사람, 곧 보아스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장에서 당장 나오미와 룻 고부의 고단한 삶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빈손으로 베들레헴에 돌아왔기에 생계유지를 위해 룻은 이삭줍기에 나섭니다. 왕년의 귀부인 나오미에게 이것은 참기 힘든 수치였을 것입니다.

룻의 입장에서도 이삭 줍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본문은 룻을 지칭할 때 모압 여인(Ruth the Moabitess), 혹은 이방 여인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이방인에 배타적인 이스라엘 사람들인데, 잘 살 때 고향을 버리고 떠났던 나오미의 며느리를 어떻게 보았겠습니까? 곱게 보려해도 곱게 보일리가 없는 상황에서 룻에게 쏟아졌을 시선은, 비록 본문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지는 않으나 쉽게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보아스가 자기 일꾼들에게 ‘책망하지 마라’, ‘꾸짖지 마라’고 거푸 말한 것을 보아도 룻에게 쏟아졌던 텃세가 만만치 않았다고 짐작됩니다. 어쩌면 룻은 고단한 이주노동자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룻이 보아스의 밭에 이르렀습니다. 성경은 ‘우연히’ 보아스의 밭에 이르렀다고 말합니다. 가까운 친족이기 때문에, 기업 무를 의무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혹은 다른 도움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찾아간 것이 아닙니다. 추수하는 사람들의 걸음을 뒤따라 가다보니 마침 보아스의 밭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룻은 큰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 내 입장에서는 우연한 선택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곳에서 보아스는 룻에게 세심한 은혜를 베풉니다. 여기저기 떠돌며 이삭 줍지 말고 자기 밭에 머물러 있으라고 했으며, 일꾼들이 룻을 (성)희롱하지 못하도록 당부해두었습니다. 또한 물이 귀한 지역에서 물을 주었으며 볶은 곡식을 배불리 먹고 남을 만큼 주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룻이 자기 일꾼들 틈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줍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이삭줍기와 크게 다른 모양입니다. 추수꾼들이 지나간 후에 떨어진 낱알을 줍는 일반적 풍경을 생각해볼 때 룻의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보아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예 일부러 곡식을 뽑아서 흘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당부하여 이르기를 책망하지도 말고, 꾸짖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이방 여인을 향한 텃세에 지친 룻에게 이것은 은혜입니다. 넘치는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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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혜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뜻 스치는 불경한 생각은 룻의 미모에 보아스가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 룻을 콕 찝어 ‘저 소녀가 누구냐’고 묻는 장면은 왠지 그 생각에 무게를 더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본문은 그 장면에 앞서 보아스와 일꾼들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복 주심을 더불어 빌어주며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볼 때, 보아스와 일꾼들 사이에 깊은 인격적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짐작해보건데, 보아스는 기본적으로 친절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룻의 미모에 이끌렸다고 생각하기보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깊이 체득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성경은 보아스의 입을 통해 은혜의 이유를 직접적으로 말해줍니다. 왜 내게 이런 은혜를 베푸시냐고 묻는 룻의 질문에 보아스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보아즈가 말했다. “나는 다 들었다. 네가 남편이 세상을 뜬 뒤에도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었고 고향을 버리고 부모를 떠나 낯선 이 백성에게로 왔다는 말을 들었다. 네가 그렇게도 갸륵하게 행하였는데, 어찌 야훼께서 갚아주시지 않겠느냐? 네가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의 날개 아래로 안식처를 찾아왔으니, 너에게 넉넉하게 갚아주실 것이다.” (2:11-12, 공동번역)>

룻의 고민스런 선택과 고단한 현실을 이미 자세히 들어 알고 있었으며, 자기 밭에서 성실히 일하는 모습을 확인했기에(7v) 보아스는 그녀에게 하나님의 돌보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공동체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룻의 신세가 오늘 우리의 그것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되기를 믿음으로 결단했지만 편견과 텃세 속에서 고단한 삶을 살았던 룻,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겠노라고 믿음으로 결단했지만 당장 일할자리는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밖에 없어 고단한 이 땅의 88만원 세대들…….

그러나 보아스가 룻의 상황을 자세히 알았듯, 하나님께서 우리 사정을 잘 아신다고 믿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비록 룻이 하나님 나라를 위한 원대한 꿈을 꾸거나 거대담론을 붙잡고 어떤 운동을 벌이지 않았지만…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사는 문제에 열심히 매달린 것뿐이지만, 하나님은 보아스를 통해 은혜를 베풀어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의 성전이 아닌 베들레헴의 보리밭에서 이 일을 행하셨습니다. 이것이 소망이 됩니다. 우리 고단한 일상생활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것! 비록 우연히 선택한 자리인 것 같으나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안의 소망이 됩니다.

홍정환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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