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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군생활과 영성(10월12일)

작성일 2009-11-01 08:35 작성자 정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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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CBS 방송 - 월요일을 기다리는 사람들

2009년 10월 12일 방송분 준비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정한신 기획연구위원

주제 : 군생활과 영성

▲ 들어가며

우리나라는 분단 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모든 국민이 병역의 의무를 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성들은 군대에서 일정기간 의무복무를 해야 하고 이들의 가족들도 그러한 군복무 기간 동안 생활에 있어서 여러 가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군대생활은 일정기간 동안 제한된 공간에서 특수한 임무를 부여받고 일정한 자유를 극히 제한 당하는 삶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인격과 삶에 매우 특별한 경험을 부여하고 또한 독특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군생활을 통해 평생의 자산이 되는 소중한 경험과 배움을 얻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군생활을 통해 평생의 신체적, 정서적 장애를 안게 되기도 합니다.

대체로 군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은 부정적입니다. 가능하면 군대에 가지 않으려 하고 군생활 자체를 시간낭비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병역거부 문제나 병역회피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리는 오늘 이러한 문제를 다루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군대생활을 하게 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시간을 일생의 차원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고 그 안에서 어떤 영성을 살아내어야 할지를 고민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 군대생활도 부르심의 장입니다.

먼저 군생활도 부르심의 장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일단 군대에 가게 되었다면 그 자리가 피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있게 된 곳이 아니라 그곳 조차도 주님의 부르심의 자리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일생동안 다양한 삶의 공간으로 부르심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주님은 주님의 나라를 위하여 살라고 하십니다. 군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곳에서도 주님의 부르심의 뜻이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 우리는 통제와 제한된 생활 속에서도 주님이 주시는 자유를 누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군생활은 그곳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나누는 부르심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군생활은 그 지역의 대학을 복음화하는 부르심의 장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구지역 IVF와 제주지역 IVF는 군복무차 그 지역으로 가게 된 형제들의 사역을 통해 개척되었다는 역사가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군생활이 자신을 훈련하는 장으로,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돕는 것을 배워가는 장으로, 공동체를 경험하고 알아가는 장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회심의 장으로,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하는 기도역사의 장으로, 군대문화 가운데 변화를 일으켜 가는 장으로 주어진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르심의 의식, 보냄받은 의식이 군대생활을 새롭게 하여 줄 것입니다.

▲ 군생활의 영성 - 훈련을 통해 성장하는 삶

군생활의 영성은 무엇보다 훈련하는 삶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군대생활의 대부분이 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물론 군대에서의 훈련은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군대에서의 훈련의 삶을 우리의 영적 성장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은혜 가운데 살지만 동시에 그분을 더욱 닮아가기 위해 성령에 의지하여 훈련하여야 합니다. 매일의 말씀훈련과 기도훈련, 인격적인 성장의 훈련과 관계의 훈련 등등 우리 삶은 영적 훈련을 통한 계속적인 성장이 필요한 것입니다. 군생활은 이러한 훈련의 중요성에 대하여 우리에게 계속적인 도전을 줍니다. 마치 광야와 같은 환경일 수 있는 군생활 속에서 영적 훈련을 통해 성장한 이들의 이야기는 많이 있습니다. 매일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생활이 영적 훈련을 위한 리듬이 되기도 하고, 매일의 절박한 상황들이 기도의 깊이를 더해주기도 하며, 철저히 혼자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하나님 앞에서 홀로 기도로 나아가는 성장의 모습을 더해 주기도 합니다.

▲ 군생활의 영성 - 내가 아닌 공동체를 위한 삶을 배워가는 것

군대는 나의 복지가 아니라 국민들의 복지와 안녕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입니다. 그리고 군생활은 철저히 내가 아닌 모두를 위한 삶을 훈련하게 합니다. 군생활을 통해 조직을 위하여 강요된 희생을 하는 모습이 아니라 내가 아닌 동료를 생각하고 이끌고 돕는 삶을 훈련하고 함께 훈련하고 있는 공동체된 이들을 위해 나의 것을 내려놓는 것을 훈련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 군생활의 영성 - 폭력과 권위주의와 획일화의 악순환을 끊는 삶

군대생활 가운데, 그리고 그 이후의 사회 생활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특별한 부르심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이 가지는 좋지 않은 문화들을 회복해 가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폭력과 권위주의와 획일화라는 문화가 그것입니다.

요즈음에는 많은 개선 노력이 있기는 하지만 군생활 가운데 얼차려와 폭력에 대한 좋지 않은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폭력의 문화는 군대 밖에서도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으로 답습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학 내에서 선후배간에 일어나는 폭력(학과, 동문 등) 문화는 물론 사회 전체에 스며 있는 군사문화의 일면이 폭력의 문화입니다. 또한 조직의 목적을 위하여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강요하여 이끌어가는 권위주의 문화도 역시 군사문화의 일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개성과 인격을 무시하고 획일화시키는 문화도 군문화의 일면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철저히 비폭력으로 하나님 나라를 일구어 가셨던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폭력의 문화를 고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폭력문화의 악순환을 끊는 일에 그리스도인이 나서야 합니다. 예컨대 선임들이 후임들의 신고식 명목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전통(?)을 깨는 일에 나서서 자신은 비록 선임들에게 당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때부터는 후배들에게 동일한 일을 반복하지 않기로 결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이나 각종 조직에서 제대로 된 놀이문화가 없기 때문에 폭력적인 방식으로 전통을 전수하려는 노력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 적극적으로 제대로 된 건전한 놀이문화를 실행하는 일에 그리스도인이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사회에 만연한 군사문화를 고치는 일에도 적극 나서서 조직의 운영이나 여러 실행에 있어서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아니라 민주적인 모습으로 행할 것을 결단하고 실행하여야 하겠습니다. 조직이나 공동체 속에서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는 일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소중한 인간의 인권을 존중하는 부르심에 따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나가며 - 성경과 군생활

성경은 전쟁의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그 중에 군생활에 대한 본문을 찾아본다면 다음의 구절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는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병사로 나와 함께 고난을 받으라. 병사로 복무하는 자는 자기 생활에 얽매이는 자가 하나도 없나니 이는 병사로 모집한 자를 기쁘게 하려 함이라."(디모데후서2:3-4) 여기에서 병사로 복무한다는 말이 곧 군생활을 지칭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바울은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사역하는 디모데와 이 편지를 읽게 될 그리스도인들을 '병사'로 지칭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의 병사들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병사들은 자기 생활에 얽매이거나, 사사로운 일에 연연하거나, 자기 살림살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병사로 모집한 그리스도를 기쁘게 하기 위해 복무한다고 합니다. 군대생활의 철칙인 충성의 원리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군사(병사)로 부름받았음을 늘 상기하여야 합니다. 그것은 세상의 군대로 보냄받아 복무하고 있는 기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원리에 따르면 우리는 매순간 어떻게 하면 우리를 모병하신 그리스도를 기쁘게 할지, 그분께 충성할지를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고, 여기에 우리의 행동과 영성의 방향이 있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 군생활을 생각하며 드리는 기도

우리를 군사로 부르시고 당신의 나라를 위해 동원하여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생활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에 충성할 수 있도록 붙들어 주시옵소서. 군대도 우리를 부르시고 보내신 자리인 것으로 알고 부르심에 합당하게 사명에 따라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군대에서 만나는 영혼들에게 복음을 나누게 하여 주시고, 군대의 문화를 그리스도의 복음을 변화시켜 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도 주시옵소서. 훈련의 생활 속에서 참된 영적 성장이 있게 하여 주시고, 나를 넘어서서 공동체와 동료를 도울 수 있는 그리스도의 희생을 배워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폭력과 권위주의와 획일화의 문화를 끊고 그리스도의 평화와 화해와 참된 권위와 존중의 정신을 살아낼 수 있는 우리와 한국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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