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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앞에서면 벽인데 밀면 문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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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건 조회 7,400 회
작성일 11-05-0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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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면 벽인데  밀면 문이 된다고....  

이상용    
본 연구소 서울지역 실행위원 (김밥카페 CEO)


   어제는 좀 무리를 했나보다. 온몸이 쑤시고 결린다. 요즘 난 새 사무실을 구해서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굳이 다른 사람 손 빌리지 않고 혼자 인테리어 하느라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였다. 몸은 괴로우나 마음은 그래도 즐겁다.

  서울에 올라오면서부터 나의 직업은 인테리어가 되었다. 원래 전공은 시각디자인이지만 서울에 올라오면서 바꿔버렸다. 교회에서 ‘은사 세미나’같은 것을 해 보았는데 거의 ‘천직(天職)’으로 나왔다. 거꾸로 이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더더구나 현장은 거친 남자 일꾼들로 득실대고 먼지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소리,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여자 직원들은 대부분 결혼을 핑계로 이 직업을 떠나는 경우가 많고 남자 직원들은 다른 업종으로 슬그머니 전향을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런데 나는 왠일인지 이런 것들이 좋다.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은 공간을 보면 괜스레 신이난다.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머릿 속에선 이미 수많은 도면들이 그려지고 있다. 또한 이 공간만큼은 망치로 신나게 두들겨도 누구하나 뭐라고 하지 않는 공간이다. 부수고 자르고 오로지 창조를 위해 할애된 공간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왜 사람들은 힘들다고 안할까?

   사실 나도 이 직업을 두 번이나 접었었다. 외환위기 때 한번 그랬다. 그때는 월급도 잘 나오지 않고 사람 구하는 곳도 없고 건설 경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우리 분야의 기라성 같았던 수많은 회사들이 부도로 쓰러졌다. 나도 그 중심에 있었다. 회사의 모든 기물에 빨간 딱지가 붙고 직원들은 기약없이 뿔뿔히 흩어지고 사장님은 잠적해 피신하고 나도 먹고 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일 년 남짓을 이 일 저 일 안 해본 일이 없다. 한번은 우연히 사람을 만나기 위해 대학로에 있는 ‘지중해식풍’의 까페에 앉아 있었다. 조금 늦을 것 같다고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그 까페에 앉아 있는데 까페가 참 구석구석 재미도 있고 멋이 있었다. 이런 공간을한번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저며 왔다. 그때 무슨 일인지 눈물이 났다. 그냥 한참을 울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들을 하며 이곳 저곳을 전전하는 내 모습이 서러워서였을까? 그 날 이후 나는 이렇게 결심했다. 이왕 고생 하는거 처음부터 하나님이 주신 적성대로 살자! 돈 때문에 삶을 포기하지 말자. 그래봐야 나중에 돈도 못벌고 정체성도 없고 더 망가지지나 않을까? 차라리 그러면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천신만고 끝에 월30만원에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난 누구보다도 이 일에 열심을 냈다고 자부한다. 틈만 나면 공구도 사 모았다. 지금은 집에 있는 공구만 가지고도 왠만한 집 한 채는 지을 정도다. 그런데 참 묘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이 분야에 무지 열과 성의를 가지고 연구에 연구를 하는 모습을 보이니 사람들이 내 주변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현장에 대해 모르는게 있으면 나한테 묻기 시작하고 사실 물어보면 난 거의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 다 가고 난 현장에 나 혼자서 이것저것 만들어 보기도 하고 붙여 보기도 하고 잘라보기도 하고 손으로 실험을 해보았으니 재료의 장단점은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어느새 직장 내에서 사장님, 실장님도 막히면 나한테 몰래 묻기도 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난 하나님이 사람을 대충 만들지 않았음을 믿는 편이다. 그분의 평소 인품으로 보아 그러실 분이 아닌 것 같다.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들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이렇게 저렇게 원치않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지금 내 인생은 순항을 하고 있다고 말할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을까? 하지만 나도 세상을 살면서 이 말만은 하고 싶다. 좌절해서 무너져 있을 수는 있지만 너무 오래가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불리해 질수도 있다. 누군가가 이야기했듯이 앞에서면 벽인데 밀면 문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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