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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10월 일상사연_ 이정민 학사(고신의대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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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건 조회 7,409 회
작성일 11-10-01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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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이정민 학사(고신의대98)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따고서 직장에 취업 하지 않고 저는 현재 25개월된 여자 아이를 전업주부로 키우고 있습니다. 남편이 군의관 2년차로 부산에서 경기도로 복무하는데 같이 왔더랬지요. 엄밀히 말하면, 자녀를 전적으로 맡길수 없는 상황이기에 무엇보다 제가 직장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보모에게 맡길 결단을 차마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태어나서 적어도 18개월에서 36개월까지의 엄마와 아이의 유대관계는 그 아이의 향후 50년을 좌우하기에 엄마가 아니라면 보모를 키우는 경우 웬만하면 바꾸지 않고 키워야 한다고 합니다. 나름 의대생활을 열심히 하였기에 현재 취업하거나 fellow로 활동하고 있는 동기를 볼 때면 비교하는 맘에 낙심되지 일수였지요. 하지만, 자녀는 하나님이 저에게 맡겨진 인격체란 믿음으로 하루하루 맘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시작되는 하루하루 일상들을 살펴볼까요?
매일 일어나면 우리 아인 ' 엄마, 일낫써~~'라고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말합니다. 같이 거실로 가지만, 안경을 안 가져온 저는 더듬더듬 손짓을 하며 안경을 찾는 시늉을 하면, 울 딸이 미소를 띠며 침실로 갔다가 고사리같은 두 손에 안경을 들고 말없이 저에게 줍니다. 이것이 보람이죠...^^ 아침을 먹이고, 후토스, 뽀로로 동요나 오감발달 동요를 부르며 청소를 하고 치즈를 먹이고 우유를 먹이고... 서로 시간을 보내다 산책을 나갑니다. 아파트 앞을 나가면 민들레가 있어 불기도 하고, 개미를 찾기도 하고, 개울가에 고기를 찾기도 하고... 때때로 키즈카페를 가거나 문화센터 주1회 수업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오후엔 낮잠을 2시간 가량자고, 좋아하는 프로를 보여주며 남편이 퇴근하면 같이 저녁을 먹지요. 요즘 식사기도를 제법 잘 따라해서 기도도 한답니다. 아장아장 성경을 조금씩 읽어주는데, 울 예인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사무엘아, 사무엘아' 하나님이 사무엘이 자는 동안 부르시는 부분이랍니다. 퇴근 후 남편은 정말 아이랑 잘 놀아주며 그렇게 잠자리에 듭니다.
 
이러한 일상이 자연스럽게 되는 거라고 처음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살아보니 이것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내 안에 내면 속의 여러 가지 생각들과 고민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하루가 참 힘겨울 수밖에 없단 걸 말이죠.. 한마디로, 신이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때때로, QT 말씀을 풀어내기가 힘들 때... 사실 QT를 혼자서 조용히 하기란 불가능하죠... 아이는 저의 등 위에 올라가거나 QT책이나 성경책을 빼앗기 일수이고...
그럴 땐 말씀 한 구절, 찬양 한 자락에, 아기가 보는 만화성경 그림이나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얻을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를 즐겁고 감사하게, 무엇보다 단순하게 살아갈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에겐 지금 이 시간이 '치유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갓난 아이일때 할머니와 보모가 절 키워주셨기 때문에 전 항상 엄마가 약국에 일하러 간 후에 방에 남겨진 엄마의 티셔츠 냄새를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마치 찰리브라운이란 만화에서 담요를 항상 들고 다니는 아이처럼요...
그런 제가 엄마가 되었으니, 마음의 파도가 얼마나 출렁였겠습니까?
자존감이 높은 것...
정서가 불안하지 않은 것...
이것은 우리 딸을 향한 저의 기도제목입니다. 그 이유는 제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않았기 때문이란 것은 과거형...
지금의 저는 자존감도 회복되고 있으며, 정서 또한 안정적이 되었습니다.
그 열쇠는, 우리 딸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만 2년 동안, 우리 딸과 함께한 하루하루의 일상 안에 있었습니다.
 
갓난 아이는 배고프거나 똥을 싸면 웁니다.
조금 크면 배고프거나 똥을 싸면 '배고파, 응아했어'라고 말합니다.
아프면 '호'해 달라고 하고, 기쁘면 웃습니다. 즐거우면 춤을 춥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우리 예인이를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살면 되는구나,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고,
이렇게 우리 딸이 나에게 기대는 것처럼
그렇게 나도 하나님께, 그리고 우리 남편에게
그리고 내 엄마에게, 아빠에게 하면 되는구나.
 
내가 아는 하나님은 그런 하나님이구나.
나와 결혼한 남편은 그런 남편이구나.
날 낳아준 엄만 그런 엄마였구나.
 
뭘 그리 망설였는지, 뭘 그리 두려워했는지...
왜 울고 싶을 때 가만히 있고, 웃고 싶을 때 주춤했었던가
정말 기쁠 때 맘껏 기뻐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마 '신뢰'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지 않을까....
 
신뢰하는 방법을 일상 속에서 자녀와 함께 있으면서, 또 배우면서 저는 조금 더 안정적이고 웃는 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행복은, 웃음은 제가 우리 딸에게 주려고 한다고 되는게 아니란 것을, 제가 행복하고 웃으면 그게 바로 우리 딸의 행복이며 웃음이 된다는 사실을 요즘에 깨닫고 있습니다.
 
끝으로,
자녀는 '보배'라고 항상 영아부 전도사님이 말씀하시지요.
보배...  '보'고 '배'운다..
우리 딸아이는 십자가를 좋아합니다. 때때로 젓가락을 겹쳐서 '십자가' 만들었다고 자랑하지요.
십자가...
저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 되지 않으면
저와 자녀와의 관계도 건강치 못하단 뜻임을 맘깊이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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