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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4월 일상사연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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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웹지기
댓글 0 건 조회 6,127 회
작성일 12-04-0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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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김현호/  기쁨의 집 대표,  본 연구소 부산지역 실행위원




오늘 아침 초량시장을 지나다가 어느 작은 꽃집 앞 노상에 작은 해바라기 두 송이가 각각 작은 화분에 심겨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해바라기가 제철이 아닌데도 억지로 피워낸 화원주인이 얄밉기도 하고 이렇게 작은 해바라기도 있냐며 바라보고 있는데 나를 쳐다보는 해바라기의 모습이 측은하다 싶어 두 송이 모두 기쁨의집으로 데려 왔다. 햇살 바른 곳에서 가만 정리해주다보니 노란 해바라기가 참 예쁘다.


문득 한희철 시인이 쓴 <해바라기>시가 떠오른다.


해바라기


목이 아프냐고요 

발이 저리냐고요


당신이 있어 

비로소 있는


눈 멀어도 좋을  

당신 앞의 나인걸요


어린 해바라기는 새벽녘에 고개를 돌려 아침 해가 떠오를 동쪽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떠오르는 해를 따라 하루 종일 하늘의 해가 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 그래서 해바라기다.


어른 해바라기는 해를 쫓기를 포기하고 말지만 여리디 여린 아이 해바라기는 긴긴 하루동안 한 곳에서 자리도 옮기지 못한 채 목이 아프고 발이 저릴텐데도 당신이 있어 비로소 자신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끝내 바라보다 눈멀어도 좋을 당신 앞의 나임을 노래한다.요즘 세상에 해바라기고백을 하는 연인이 정말 있을까? 당신이 있어 내가 있음을 맑은 호흡으로 고백하는 연인 있다면 그이를 찾아가 넙죽 큰절하고 발에 키스세례라도 퍼붓고 싶다.


내 아내에게는 차마 이럴 수 있는지를 물을 수 없다. 밖으로 내뱉는 순간 그 날로 내 신세는 끝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안다. 아마도 이 사랑은 그리스도께 바쳐야할 고백이겠다 싶다.


그리스도의 수난주간을 보내며 그분의 희생에 대한 고마움을 특새로, 금식으로, 생각하며 경건하게 보낸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군들 그분을 사랑하지 않으랴.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과연 변질되지 않았을까. 온통 '사랑'이란 말로 도배되어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그건 그저 광고 카피 같을 뿐, 그리스도와 타자를 위한 희생적 사랑은 실천해 본 적이 언제 있기는 했었던가? 도리어 자기애(自己愛)가 지나쳐, 모두가 자기를 사랑해 달라고 징징거리며 사는 것 같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 브루크너(Pascal Bruckner)는 우리 시대의 특징을 ‘유아적 엄살’이라 했던 것처럼 자기의 상처와 고통에만 눈길을 주면서, 자가 아픔을 좀 알아달라고 떼를 쓴다.


그리스도 한 분만이면 충분하다고 많은 날 고백했던 나이지만 단순하고 지극하게 바라보기를 할 만큼 여유를 갖지 못하고서야 어찌 이런 숙성된 사랑을 말할 수 있으랴. 부끄럽다.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이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랑’이란 말을 아껴야겠다 싶다. 어쩜 우리 교회에서 무척 인색하게 배포해야 할 것이 있다면 ‘사랑’일 것이다. 도리어 공동체 가족들이 나누어야 할 것은 타인에게서 ‘정다움’을 발견해서 그들에게 정을 주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주는 정이야말로 성경의 가르침에서의 ‘사랑’에 해당할 것이고 정겨움을 나누는 그 곳에 사랑이 숙성될 것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 아침 난 해바라기 사랑을 생각하다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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