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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열린 시상식 _ 한태섭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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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건 조회 5,627 회
작성일 12-08-0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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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시상식

                                                         한태섭 학사  본 연구소 캐나다 토론토 지역 실행위원


캐나다에서 생활하다 10년전 귀국하여 한국에서 8년을 살았다. 그리고 2년전 다시 캐나다로 건너오게 되었다. 캐나다로 가자고 했을 때 둘째 아들 예현이가 네 식구 중 가장 많이 주저했는데 그 이유가 영어로 생활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 경쟁적 교육방식에 대항하여 나름 우리의 방식대로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당시 5학년이지만 알파벳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영어 실력이었다. 아내와 나는  이런 저런 희망적인 말로 아이를 격려했고 아이는 그 말에 조금이나마 힘을 얻어 캐나다로 다 같이 오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학교에 보내고 나니 말하기 듣기 쓰기 모든 것이 백지상태인데 우수한 학업 성적은 고사하고 과연 이 아이가 학교 생활을 잘 적용해 나갈 수 있을까 오히려 부모인 우리가 걱정이 되었다. 알림장에 적어온 숙제 제목은 글씨가 아닌 그림이었고 종종 그림에 철자가 몇 개 빠졌는데 그런 날에는 무슨 숙제인지 알아내기 위해 엄청난 상상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 캐나다로 온지 1년. 당시 6학년인 예현이의 종강식이 있었다.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예현이가 상을 받으니 부모도 시간을 내어서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무슨 상인지는 알려주지는 않는다. 아이에게 기쁨을 더해 주기 위해 비밀로 하자고 한다. 아내랑 나는 무슨 상인지 모르는 채 종강식에 참석했다. 종강식 행사에는 6학년 학생들이 모여 있고 그 중 6학년 4반에 소속된 약 20명의 학생들과 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사회를 보며 행사를 진행한다. 매 순서마다 2명의 학생이 나와 간단히 받을 상의 내용과 시상할 선생님을 소개한다. 소개 받은 선생님은 상의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한 한 후 시상을 한다. 무척 궁금했던 아들이 받은 상에는 ‘Wolfpack Award’이라 적혀있고 상의 내용에는 Cooperation, Involvement, Teamwork라 적혀 있다. Wolfpack 의미를 찾아보니 ‘가족그룹으로 함께 살고 먹고 돌아다니는 이리 집단’을 의미한다. 이처럼 상의 이름들이 독특했다. 그리고 그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그 학교에 같이 소속되어 있는 장애아동반 아이들도 똑같이 상을 받았고, 일반반 아동중 장애아동을 잘 도와준 아이에게도 상을 주었다. 특히 그 상은 선생님이 아니라 장애 아동이 도와준 친구에게 직접 수상했다.

학업 우수 학생에게도 상이 주어졌다. 하지만 단지 학업성적으로만 주어지는 상은 아니었다. 체육상의 경우 체육 활동에 재능이 있을 뿐 아니라 수업 시간에 다른 아이들의 체육활동을 잘 도와주고 리더십이 강한 학생에게 그 상이 주어졌다. 그 외 음악상, 수학상, 불어상 등 과목별로 주어졌다. 전과목에 걸쳐 평균 점수가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상은 따로 없었다. 그들에게는 시상대신 이름을 호명하여 모두 일어서게 한 후 박수로 축하해 주었다.
예현이가 받은 ‘Wolfpack Action’  상. 이 상은 어떤 부모에게는 사소하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상이다. 자신만의 교육 가치관을 가지고 선택하며 달려가야만 했던 길. 그 길을 걷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선택한 길에 대한 염려의 마음도 생겼다. 그래서 이 상은 부모인 나에게 큰 위로를 준다. 그리고 희망을 준다. 우리 아이에게도 인생에서 진정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배우고 소중히 간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상이 될 것이다. 다른 아이들과 구별되기를 바라거나 어떤 그룹에서 가장 뛰어난 그 한 명이 나의 아이가 되기를 바라기 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 다른 이들과 함께 잘 어울리는 사람, 다른 이들을 돌보는 사람, 가진 재능으로 다른 이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열린 시상식이었다. 20여명의 6학년4반 사회자들이 질서와 설레임 가운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과 반 친구들이 상을 받을 때 모든 아이들이 함께 기뻐하며 친구에게 보냈던 함성소리가 아직도 내 마음에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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