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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엄마와의 이별 여행을 하면서 _ 하창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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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건 조회 6,787 회
작성일 13-02-01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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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의 이별 여행을 하면서



하창완 목사(맑은물교회, 본 연구소 부산지역 연구위원)


작년 가을, 병원으로 정기검진을 받으시러 가던 중에 엄마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빈혈성쇼크였다. 30여분의 심장마사지로 소생하셔서 병상에 누우신 채로 가족들과 눈으로 의사소통하시던 가운데 다시 이차 쇼크로 의식조차 잃고 말았다.  이제 엄마는 기약 없는 시간을 다시 누워서 기다리신다. 이전과는 달리 의식 없는 몸으로 주께서 몸마저도 부르시는 그날을 기다리시며 다른 사람들이 보살펴주는 몸 수발로 육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계신다. 


  이런 상황이 현대의학의 비애라고 숫하게 얘기해왔지만. 막상 내 부모에게 이 일이 일어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다림과 견딤 밖에 할 일이 없다. 이성과 믿음과 온 마음으로는 엄마가 육신을 떠나 주님 곁으로 가시는 것이 엄마에게 더욱 좋은 것임을 알지만. 육신의 목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하에서 자식 된 내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믿음을 따라 주께 엄마를 데려가 달라고 기도하려다가도 마음에 자식으로서 그 말은 할 수 없는 게 아닌가라는 일종의 죄책감이 들어 다시 거두어들이게 된다. 결국 "주여 엄마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의 기다림은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이끄심에 나를 겸손히 내려놓고 기다리는 시간이다. "더딜지라도 기다려라. 내가 반드시 이루리라" 라는 말씀을 기다리는 법을 배웠던 수많은 믿음의 선진들처럼. 엄마도 우리도 주님의 때를 기다리며 견디는 겸손의 훈련 시간을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  


  거의 매일 엄마를 찾아 병원으로 간다. 침대 곁에 가만히 서서 그냥 곤하게 주무시는 것 같은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하나님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한다. 가족들 일상의 이야기들도 들려드린다. 그렇게 우리는 이 땅에서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엄마가 돌아가시면 묻힐 묘지도 준비했다. 무한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이 땅에서의 인생에 끝이 있음을 배우면서, 하나님 앞에서 겸손을 배우는 시간은 이렇게 일상의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내 삶에 자리하고 있다.  내 인생 역시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생명의 길 가운데 어느 한 모퉁이를 돌아서고, 또 무엇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길을 가고 있음을 엄마와의 이별 여행을 통해 되새기면서 다시금 주님을 바라보고 기도 드린다.


      “주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제 발걸음을 온전히 당신께 내어맡기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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