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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일상: 쓰레기 버리기 _ 최형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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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건 조회 5,408 회
작성일 14-03-01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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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쓰레기 버리기



    최형근(서울신학대학교 교수, 본 연구소 연구위원)




                                      우리의 일상생활 가운데 묵상의 대상은 어떤 고상한 영적인 것이라기보다 될 수 있는 한 신속한 처리과정을 통해 눈에 띠지 않기 원하는 쓰레기와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집에서 한 주에 두 번씩 쓰레기 분리 배출을 담당하면서 요즈음 계속하여 떠오르는 질문들이 생겼다. “이 쓰레기들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이 쓰레기들 가운데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양은 얼마나 될까?” “만일 쓰레기 처리 용역회사들이 모두 파업을 하거나 버릴 곳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상생활 가운데 먹는 것보다 버리는 행위가 더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쓰레기”라는 명사와 조합 가능한 동사들은 “버리다”가 가장 적합할 것이고, 그 외에 “분리수거하다,” “처리하다,” 혹은 “재활용하다”일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들 가운데 쓰레기를 남기는 존재는 인간이 유일하다. 버린다는 것은 “사라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그 변화는 대개 각종 오염과 파괴로 귀결된다. 다른 동식물들은 생태계의 질서에 따라 순리적으로 순환 과정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들이 만든 물건들의 삶은 순환의 고리를 따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물건의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인간의 탐욕과 무책임으로 인해 순환 고리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왜 인간은 점점 더 심각해지는 쓰레기들을 남기고 그 쓰레기더미로 인해 불안해하고 신음하는 것일까? 오늘날의 쓰레기 문제는 물질적인 풍요로 인해 생긴 문제이자 가난으로 인한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선진국들의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문제는 점점 심화되고 있는 반면, 빈곤국 국민들의 식량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최빈곤국들로의 IT 폐기물 수출(?)은 전지구적인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동물들과 가축들 뿐 아니라 반려동물들도 비윤리적으로 폐기처분되거나 쉽사리 유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 근본적인 것은 생태계의 모든 관계들을 영원히 치워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인간관계를 쓰레기통에 처넣어 영구히 폐기하려는 어리석은 일들이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가를 반영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1일 쓰레기(생활폐기물) 발생량은 대략 1kg이며 이보다 더 심각한 산업폐기물과 원자력 폐기물까지 합하면, 비록 그것들이 우리의 눈에는 안 보인다 할지라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양의 쓰레기들이 우리 주변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 쓰레기들은 지구상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부메랑으로 돌아와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실례로 중국 발 초미세먼지로 온 국토가 뒤덮여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올 겨울 조류독감(AI)으로 인해 여러 지역에서 감염된 수많은 가축들 뿐 아니라 건강한 가축들까지도 살처분 되었다. 더욱이 살처분을 위해 동원된 보건소 직원들이 동물들의 울부짖는 환청과 같은 살처분 당시의 기억, 공포감, 절망감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불안장애, 급성 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사실 인간의 식탐의 극대화는 가축들의 대량도살 시스템을 부추겼고 인간의 몸을 피폐하게 만들 뿐 아니라 영혼까지도 황무지로 변질시키고 있다. 버림받은 것들의 귀환이 인간에게 미칠 대재앙의 시나리오를 이미 우리 인간들이 써내려가고 있고 그 대본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어떤 의미에서건 일상을 지배하는 먹고 마시는 것이 지나치면 탐욕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탐욕의 기저에는 물질과 명예와 권력이 낳은 과소비와 비윤리적이고 파괴적인 “버림”이 자리 잡고 있다. 쓰레기가 사채 빚 이자보다 더 빨리 쌓이는 현실을 우리가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쓰레기를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그 악취와 더러움을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쓰레기통의 마법”이 오염과 악취와 온갖 새로운 질병들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지구가 쓰레기별로 변하고 있다. 정작 인간이 버려야 할 것은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탐욕”이다. 탐욕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인간의 본래적인 모습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쓰레기는 사회적인 이슈나 환경적인 이슈일 뿐 아니라 “신앙적” 이슈이다. 따라서 쓰레기는 세계관과 연관된 이슈이며 우리의 의식과 인식의 문제를 동반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창조세계의 청지기로서 신학과 생태학의 통합, 즉 신앙과 생태계의 문제들을 분리하지 않고 통전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기독교 신앙의 사유화는 멸망 받을 이 세상과 죽어서 어디론가 가는 “천국”으로 분리된 왜곡된 신앙을 낳았다. 이에 대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대안적 삶의 방식, 즉 창조와 회복을 위한 삶의 방식을 개발하고 실천해야 한다. 악성 소비주의가 만연한 요즈음 “윤리적 소비”가 화두로 떠오르는데, 더불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윤리적 버림”에 대한 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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