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일상사연_ 희은아~ > 일.삶.구.원 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6월 일상사연_ 희은아~ > 일.삶.구.원 이야기

나눔 6월 일상사연_ 희은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웹지기
댓글 0 건 조회 7,084 회
작성일 14-06-02 10:16

본문

희은아~

김의수(일상생활사역연구소 서울지역 실행위원)




5월 30일 금요일 6시, 큰 딸 희은이의 사망신고서를 접수하고 중곡동 주민센터를 나오면서 다시금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주민센터 직원은 사망신고서 접수 10분 만에 “다 되었습니다”라고 조용히 말했다. 큰 딸 희은이의 육체는 이제 우리 곁에 없다. 그리고 서류상으로도 우리 가족 구성원에서 제외되었다.


큰 딸 희은이는 1996년 10월에 태어났다. IVF 학사님들 중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희은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태아 때부터 뇌에 문제가 있어 낙태를 권유 받기도 했다. IVF 수련회에서 낙태 관련 강의를 듣기는 했지만 우리 가정에 이런 어려움이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 부부는 일상에서 찾아오는 고난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을 감당해야하는 일이며 육체적 한계에 부딪히며 살아야 하는 일인지 희은이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교회에서 말씀 사경회에 참석할 때 제일 힘들어했던 주제가 “내게 능치 못함이 없다”였다. 올 2월에도 김서택 목사님께서 첫째날 “아브라함과 사라” 이야기를 하시며 이 주제를 다루셨는데, 그 말씀을 어떻게 적용해야할지 마음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게 능치 못함이 없다”는 말씀과 희은이의 상황, 그 둘을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


희은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는 희은이의 병을 고치려고 많은 시도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되지 않는 방법이지만, 기도원 부흥회에 참석해서 거룩한 물이라 하는 것을 머리에 뿌리고 기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유명한 교수님과 병원을 찾아 다니며 기도도 했지만 희은이는 지난 19년 동안 점점 상태가 나빠지고 있었다.


희은이는 공동체에서 늘 천사같은 아기, 공동체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귀한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고3이 된 희은이는 이쁜 천사도, 아기도 아닌 몸무게 40kg가 넘는 성인 중증환자로 우리 곁에 있었다. 아내와 내가 희은이를 환자로 인식하면서 느끼는 두려움은 생각보다 컸다. 40kg 넘는 희은이를 돌보는 것은 육체적으로 아주 힘들었다. 휠체어에 올렸다 내렸다하며 우리 부부는 날마다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살아야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희은이는 세월이 갈수록 좋아지기는 커녕 모든 기능이 떨어지고 있었다. 2012년 10월에는 결국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없어서 위에 구멍을 뚫는 수술을 하고 위로 환자용 음료를 먹였다. 2014년 봄부터는 호흡이 힘들어 병원에선 기관지를 뚫어 숨쉬는 것을 편하게 해 주자고 했다. 말씀을 믿고 기도할수록 희은이의 병이 하나 둘씩 나아지고 좋아지지 않았다. 외려 희은이의 생명을 연장하기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의학적 장비들을 하나 둘씩 희은이 몸에 달아야만 했다.


그리고 지난 5월 2일…… 그렇게 하루하루의 삶을 버거워하던 희은이는 하늘나라로 갔다. 하나님이 갑자기 희은이를 데려가셨다. 장례를 치르면서, 용인에 있는 공원에 희은이 뼈가루를 야외 납골당에 안치하면서 우리 부부는 희은이가 우리와 함께한 지난 19년의 삶을 통해 믿음이 무엇인지 서로 고백하게 되었다. 

믿음은…… 우리에게 허락하신 일상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인 듯하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 하지만 여전히 육체적 한계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이 일상에서, 내 상황이 어떠하던지 신실하신 주님을 신뢰하고 온 몸을 던져서라도 주어진 오늘을 살아내는 삶! 우리 부부는 희은이의 장애를 함께 짊어지며 그렇게 지난 19년을 살아왔던 것 같다. 그리고 희은이는 19년 동안 육체의 고통 속에서 주님이 부르신 그 날까지 묵묵하게 우리 곁에서 견디어 주었다. 이제 희은이는 연약한 육체를 벗어버리고 주님이 계신 그 영광된 곳에 주님과 함께 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시작해 지난 19년간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겨온 희은이는 주님이 허락하신 삶을 살아내고 하늘나라로 갔다. 이것이 영광인 것 같다. 중환자실에 있을 때는 몰랐다. 고열이 나서 밤새 울 때도 몰랐었다. 희은이를 하늘나라에 보내고서야 우리에겐 주어진 일상의 삶이 얼마나 영광된 것인지 깨닫는다.


이제 한 달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아내와 나, 그리고 둘째 딸 민수, 늦둥이 민하까지도 희은이를 보내고 또 다른 여유를 느끼고 잘 지내고 있다. 주님이 주신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이다. 밤새 희은이를 보지 않고 아침에 자고 싶으면 자고…… 남들에겐 일상이었던 삶…… 우리 부부가 19년 동안 누리지 못한 새로운 일상을 주님이 허락하신 것이다. 


지금도 희은이를 생각하면 운전을 하며 울기도 하고, 밤에 아내와 말씀을 나누며 엉엉 울기도 한다. 비록 희은이가 고통스런 육체를 벗어 버리고 주님 곁에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보고 싶어 울 때가 많다. 만지고 싶다…… 보고 싶다……. 자녀를 먼저 보내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희은아~

주님 곁이 여기보다 훨씬 더 좋지? 

아픈 몸으로 이 땅에서 19년을 살아줘서 고마워…….

엄마, 아빠는 널 만날 때까지 하루하루 믿음으로 살게.

엄마, 아빠가 널 다시 볼 때는 온전한 몸으로 만나겠네…… 그 날을 기대한다,  희은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3건 1 페이지
일.삶.구.원 이야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13 일터이야기 관리자 176 03-31
312 일터이야기 관리자 191 02-29
311 일터이야기 관리자 384 01-31
310 일터이야기 관리자 257 12-30
309 일터이야기 관리자 386 11-30
308 일터이야기 관리자 499 10-31
307 일터이야기 관리자 672 10-01
306 일터이야기 관리자 632 08-30
305 일터이야기 관리자 656 07-31
304 일터이야기 관리자 750 06-30
303 일터이야기 관리자 688 05-31
302 일터이야기 관리자 598 04-29
301 일터이야기 관리자 729 03-30
300 일터이야기 관리자 811 02-28
299 일터이야기 관리자 1023 01-28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최신글

연구소후원

접속자집계

오늘
2,924
어제
2,027
최대
3,489
전체
1,657,793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일상생활사역연구소 Institute for Everyday Life as Ministry
주소지: 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샘로 15(장전동, 해인골든빌라) 402호 (46240)
협업공간 레인트리: 부산시 금정구 중앙대로 2066, 4층 (46214) 남산역과 범어사역 중간지점
☎전화 : 051-963-1391
Copyright © 1391korea.ne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