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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4월 일상사연 _ 천왕마을 3월의 어느 토요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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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건 조회 6,138 회
작성일 15-04-0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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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일상사연 _ 천왕마을 3월의 어느 토요일 이야기



김성우 / (천왕마을연합회 위원장, 동서울IVF대표간사)




3월 마지막주 토요일, 오늘은 꽤 바쁜날이다. 아침에는 지난 주에 다시 시작된 마을 청소모임이 있고, 봄맞이 마을 음악회와 마을카페 운영기금마련을 위한 바자회도 있는 날이다.  늦잠자고 싶은 충동을이기고 토요일 아침 9시 버들공원으로 부지런히 옷을 걸치고 나갔다. 다행히 아침 기온이 그다지 차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30여명되자 두 그룹으로 나누어 긴 집게와 쓰레기봉지 하나씩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버린 과자봉지들, 어른들의 담배꽁초들이 주요 쓰레기이다. 40분정도 마을 한바퀴를 돌면 다시 버들공원으로 모여서 운영진이 준비한 커피와 간식을 먹는데, 오늘은 천왕인 통장님이 떡을 맞춰서 돌리셨다. 청소모임 이름은 '090천사모'이다. '0세부터 90세까지 천왕을 사랑하는 모임'의 준말인데, 정말 유치원아이들부터 70대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마을을 청소하기위해 매주말 모인다.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그리고, 비가오는 날만 빼고 말이다. 나는 한달에 두번은 모임이 있어서 나머지 중 한두번 정도만 청소모임에 참석한다.


10시에 청소를 마치고 부지런히 집에와서 아이들이 타다가 작아져서 안타는 자전거 두대를 깨끗이 닦았다. 11시부터 시작하는 마을 바자회에 기증하기 위해서이다. 마을 바자회는 천왕마을카페의 커피머신을 새로 구입하기위해 개최한다. 바자회 준비팀은 9시 반부터 와서 테이블을 나르고, 판매할 물건을 전시하느라 분주하다. 자발적으로 마을장터팀이 생겨서 그 팀이 이번 바자회도 주관하게 되었다. 떡볶이와 오뎅, 닭꼬치가 인기짱이다. 아이들은 먹는 재미로 엄마들은 물건구경하는 재미로 바자회장에 모여든다. 봉사하는 분들을 위해 빵을 간식으로 준비했다. 햇살이 비치는 봄날이지만 천왕산이 가까워서인지 바람이 제법분다. 바자회하시는 분들 감기걸리겠다고 약값 청구한다고 하신다. 그러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나도 딸들 줄 가방, 머리띠, 노트, 떡볶이, 만주 등을 샀다. 할인을 많이해줘서 더 많이 산것같다. 


마을 카페안은 음악회 리허설로 분주하다. 음악회 디렉터를 맡으신 기타 선생님은 왕년에 시나위 그룹에서 기타리스트를 하셨던 분이고, 지금도 음악대학에서 제자들을 양성하는 분이시다. 문화의 불모지였던 천왕마을에 사는 처제의 부탁으로 마을문화센터에서 기타반을 맡아 가르치셨는데 1년 반이상 배운 제자들이 오늘 발표회의 주인들이다. 초등학생 네명이 먼저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나요!' 하며 노래를 부른다. 어설푸면서도 귀여운 아이들의 공연에 모두들 박수를 친다. 화요주부반 네명은 40대의 아이유를 꿈꾼다고 소개하며,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모습도 나에겐' 하며 아이유의 리메이크 노래를 발표한다.  문화센터의 오카리나 반은 독주와 합주로 음악회를 빛냈다.  '더 숲 오카리나 앙상블'이란 이름으로, 구청이나 행사에도 연주 공연을 나가는 실력있는 팀이 되었다. 초대가수 이한열씨와 '아는사람'밴드도 공연을 했고, 마지막 무대는 수요기타반이 '원스'와 '호텔캘리포니아'를 열창하며 음악회를 마무리했다. 가까이서 멋진 노래와 연주를 듣는 다는건 참 가슴을 뛰게하는 일이다. 엄마의 공연을 찍으려고 아이들이 비디오를 들고 촬영을하고, 남편들도 꽃을 준비한 사람도 있다. 마을 음악회이었기에 소박하지만 누구나 연습하고 공연도 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들도, 40대 주부들도, 아저씨들도 노래와 악기로 자신을 표현하며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이분들이 가을에는 더 멋진공연을 할 것이다. 축제가 기다려진다. 

공연 끝나고, 함께 카페를 청소하고, 바자회 정리까지 마치고 집에 왔다. 간식으로 주문한 빵이 좀 남아서 가져왔더니 아이들이 좋아한다. 모처럼 하루종일 마을행사들로 분주했던 토요일이 지나갔다. 


마을에서 이웃들과 뒤섞여 살아간지 2년이 좀 넘었다. 아이들은 올해도 가을 마을축제때 줄넘기 시범을 보이겠다고 벌써부터 맹연습중이다. 아내는 아이들 친구 엄마들과 토요일에는 종종 아이들 데리고 놀러나간다. 오늘도 남대문시장에 다녀왔단다. 


사역자로만 살던 내가 마을 주민으로서 혜민아빠란 이름으로 이웃속에 살아가게 되서 너무 재미있고, 기쁘다. 종종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사람들이  물어본다. 나는 싱긋 웃으며, '출장 많이 다니는 일해요.' 서울의 아파트 대단지에서도 마을의 정서를 나누며 살고 있다. 그러기위해서, 토요일 오전 늦잠잘수있는 권리를 내려놓고 이웃이 되기위해 지역에 있는 청소모임부터 나가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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