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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상연정에서] 일상생활 성경연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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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한신
댓글 0 건 조회 5,983 회
작성일 16-01-0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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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연정(常戀亭)에서… - 일상생활성경연구(1)

홍정환(일상생활사역연구소 자료개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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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및 등장인물 소개

상연정(常戀亭) : 일상생활을 사랑하는 정자[常戀亭]. 동방의 작은 나라에 위치한 곳으로 지자(知子)라는 지혜로운 노인이 머물러 후학들을 가르치는 곳. 인터넷 홈페이지 www.1391korea.net

지자(知子) : 호는 적신(赤身). 3M 정신(맨몸·맨주먹·맨땅)을 몸소 실천하기에 그리 부른다. 맨주먹으로 상연정을 지어 그곳에 머물면서 일상생활이 얼마나 가치롭고 고귀한 것인지를 연구·전파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혹자는 사람 좋은 미소를 만면가득 지으면서도 맘에 안드는 일은 반드시 지목해서 말한다고 해서 그를 '지적신(指摘神)'이라고도 일컫는다.

종자(從子) : 상연정의 제자 중 가장 오랫동안 지자를 따랐던 제자[從子]. 스승의 말씀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필기도구를 손에서 놓지 않는 메모광이며, 스승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라서 바닥청소를 시키면 화장실청소까지 자청해서 하는 인물이라 혹자는 그가 지자의 '종'이라서 '종자'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식자(識子) :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닫는 문일지십(聞一知十)의 기재. 아는 것이 많아서 식자(識子)라 불리우지만, 유달리 식욕을 절제할 줄 몰라 식자(食子)로도 불리우는 제자. 이성적이며 합리적 지식을 추구하는 모더니스트(modernist). 막내 제자인 적자(嫡子)와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다.

적자(嫡子) : 상연정의 막내 제자. 먼저 입문한 선배들을 무시한 채 '스승의 지혜를 배울 뿐만 아니라 패션과 걸음걸이, 심지어 다이어트 경력까지 본받고 있는 나야말로 진정한 스승의 적자(嫡子)올시다'라며 설레발치는 당돌한 제자. 그때마다 식자는 싸늘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하나를 배우면 열을 잊어먹으니 너야말로 진정한 적자(赤字) 지성이로다!'라며 비아냥거린다. 

*** 

“알겠느냐, 종자야? 커피의 구수한 향기는 이렇게 볶아주는 과정을 거처야만 나타나는 것이란다. 쓴맛을 좋아하면 강하게 볶아주어야 하고 신맛을 좋아한다면 조금 덜 볶아주면 된단다. 내가 추구하는 커피는 쓴맛, 신맛, 단맛이 균형 잡힌 맛이지.”

녹색의 원두는 고소한 커피향기를 뿜어내며 탐스런 흑갈색으로 변해간다. 된장이나 끓일법한 뚝배기에 커피를 볶는 노인의 이름은 지자(知子)! 지자가 로스팅의 주의사항을 한 마디씩 이를 때 마다 행여 스승의 말씀을 놓칠까 열심히 메모하는 사람의 이름은 종자(從子)였다.

“잘 볶아진 원두는 큰 통에 넣어서 급속히 냉각시켜야 한단다. 그리고…….”

문득 지자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멀찌감치서 다가오는 두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지자는 종자에게 물었다.

“쯧쯧,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구나. 오늘은 무슨 일로 저리 다투는 걸꼬?”

“쟤들 저러는 거야 하루이틀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도 아무 이유없이 다툰적은 없지 않느냐. 어디 한 번 데려와 보거라.”

“예, 스승님.”

얼굴을 붉히며 가까이 다가온 두 제자의 모습을 보며 지자는 언제 그랬냐는듯 찡그린 얼굴을 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제(師弟)들, 스승님이 원두 볶으실 때는 조용히 하라고 일렀지 않은가. 왜……?”

“종자야, 저 아이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꾸나.”

서슬퍼런 종자의 기세에 고개를 조아리던 두 제자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먼저 들이대는 쪽은 적자였다.

“스승님, 스승님께서 일전에 ‘일생생활 성경연구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랬지?”

“그것 때문에 식자 사형(師兄)과 가벼운 언쟁이 있었습니다.”

“가벼운 언쟁이라니! 네가 일방적으로 대들어 놓고 그런식으로 합리화시키지 말거라!”

“이 녀석들이 또!”

“그만!”

식자, 종자의 말이 뒤엉키며 대화가 막장으로 흘러갈 분위기가 되자 지자는 손을 들어 그들을 만류했다. 지자의 눈빛이 식자에게 향했다. 식자는 심호흡을 하며 가쁜 숨을 가라앉혔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일상생활 성경연구를 함에 있어서, 사제는 계속해서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묻는 것이었습니다. 제자가 생각하기에 이미 우리에게는 오래도록 수행해온 개인성경연구방법(PBS)이 있으니 굳이 새로운 방법이 필요치 않은…….”

“사형, PBS는 너무 이성 중심의 모던한 방법이 아닙니까! 게다가 학생과 학사의 삶의 패턴이 얼마나 다릅니까? 학사의 삶의 정황을 고려한 포스트모던한 성경연구 방법이 필요합니다!”

“어허!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래두!”

지자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다. 비록 티격태격하지만 자신의 말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툼이니 어찌 기껍지 않으랴!

“종자야, 네 생각은 어떠냐?”

스승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종자는 가방에서 또 다른 노트를 꺼냈다. 지자의 말을 빼곡이 메모한 노트를 펼치며 종자가 말했다.

“막내의 말처럼 학사의 삶에서 PBS를 실천하는게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게다가 PBS의 부작용으로 머리만 커져서 교만해지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제가 선택한 길은 이것입니다. 한 주에 한 번 스승님께서 강론하시는 말씀을 잘 듣고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 제게는 최선이었습니다.” 

종자는 노트를 툭툭 두드렸다.

지자는 세 제자를 둘러보았다. 말씀을 붙잡고 살아내기 위해 저마다 씨름하는 제자들의 몸부림이 마음에 깊이 다가왔다.

“허허, 셋 모두 고민이 많았구나. 말씀을 살아내는데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니 너희 모두의 고민이 정당할 것이다. 다만 일상생활성경연구를 위해서는 단 한 가지 전제를 꼭 기억해야만 하느니라!”

지자는 침을 꿀꺽 삼키며 뜸을 들였다.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오는 버릇이었다.

“일상생활성경연구란,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의 성경연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것이 겸비되면 금상첨화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말씀은 일상생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는 태도를 갖는 것이니라.”

지자는 그윽한 눈빛으로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스승의 위상을 제대로 뽐냈다며 내심 흐뭇했다. 그때 적자의 볼맨 목소리가 치고들어왔다.

“그러면 창세기 5장처럼 족보를 기록한 본문도 일상생활과 관련된 것입니까?”

지자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 첫 번째는 종자에게 가벼운 눈빛을 날리는 것이었다. 그 다음은 종자가 알아서 수습해줄테니……. 그러나 지자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식자는 몇 가지 종류의 성경번역본과 성구사전을 꺼내어들었다. 족보에 등장한 인물들의 원어 이름 뜻을 찾는가하면 수명의 합계를 계산하기도 했다. 반면 종자는 필기할 준비를 마친 채 스승의 얼굴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족보란…….” 

지자가 다시 입을 열자마자 종자의 팬이 맹렬하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승은 한숨을 쉬면서 말을 이어갔다.

“족보는 성경에서 중요한 전환점마다 등장하느니라. 그래서 족보를 중심으로 성경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지. 아무튼 족보란 성경에서 시대와 시대의 전환을 알리는 역할을 하니, 곧 족보 본문은 징검다리와 같은 본문이다. 그러므로…….”

적자의 동공이 확대되었다. 스승은 과연 무슨 말씀을 하실까?

“징검다리는 건너기 위한 것이니 거기 머물러서는 안되는 법이야. 족보가 나오면 가급적 빨리 넘어가도록 하여라.”

“뭐, 뭥미.”

“스승님, 제 생각에도 그건 좀…….”

간만에 적자와 식자의 의견이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스승의 곁을 지키는 충성스러운 제자, 종자는 생각이 달랐다.

“사제들은 너무 믿음이 없어. 스승님이 말씀하시면 아무리 말이 안되는 것 같아도 믿는 시늉이라도 하시게!"

지자는 내심 ‘저 자식이 더 나빠!’라고 생각하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안그래도 지난 번 엘비스 클럽(ELBiS Club)의 기브스(GIBS) 본문이 창세기 5장이었느니라. 홈페이지에 그날 내용을 상세히 올려 두었으니 잘 참고해 보거라. 아무튼 이것만은 꼭 기억하거라. 성경 말씀을 일상과 분리시키지 않도록, 성경을 일상을 살아가는 성도들에 주어진 일상의 질문에 대답하는 책으로 대할 것을 말이야.”

그러자 이번에는 식자가 질문했다.

“스승님, 홀로 있을 때는 기브스를 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로 말씀을 연구하고 묵상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PBS로 족합니까?”

“꼭 기브스 방법이 아니라도 좋으며, 심지어 귀납적 방법이 아니어도 좋다. 성경이 우리의 일상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태도만 유지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PBS를 매일 실천하기는 힘들겠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 더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갓 볶은 커피맛이나 좀 보자꾸나.”

지자는 제자들의 질문을 애써 막으며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렸다.

“커피맛이 어떠냐?”

“너무 볶아진 듯합니다. 쓴맛이 지나친게…….”

적자의 대답에 지자는 흠칫 놀라더니 뻔뻔하게 말했다. 

“기분 탓이니라.”

그윽한 커피 향기가 상연정을 가득 채웠다.


** '상연정에서'는 IVF 학사회보 <소리지>에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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