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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상연정에서] 선교적 교회를 꿈꾸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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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한신
댓글 0 건 조회 4,235 회
작성일 16-06-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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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연정(常戀亭)에서… - 선교적 교회를 꿈꾸며(3)

홍정환(일상생활사역연구소 자료개발위원)

배경 및 등장인물 소개

상연정(常戀亭) : 일상생활을 사랑하는 정자[常戀亭]. 동방의 작은 나라에 위치한 곳으로 지자(知子)라는 지혜로운 노인이 머물러 후학들을 가르치는 곳. 인터넷 홈페이지 www.1391korea.net

종자(從子) : 상연정의 제자 중 가장 오랫동안 지자를 따랐던 제자[從子]. 스승의 말씀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필기도구를 손에서 놓지 않는 메모광이며, 스승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라서 바닥청소를 시키면 화장실청소까지 자청해서 하는 인물이라 혹자는 그가 지자의 '종'이라서 '종자'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맹자(猛子) : 종자와 같은 시기에 상연정에 입문하여 동문수학(同門修學:같은 스승 아래에서 함께 배움)했던 제자. 타고난 성품이 호방(豪放)하고 용맹(勇猛)하여 맹자(猛子)라는 이름을 얻었으나, 한 여인을 만난 후 무엇에 씐 듯 순한 양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종자는 그를 사랑에 눈먼 맹자(盲者)라고 부른다.

미희(米姬) : 맹자가 사랑하는 여인. 쌀집 맏딸로 태어나서 미희(米姬)라고 부른다. 어릴적부터 아버지의 일을 거들면서 터득한 사업수완이 보통이 아니며 자기주관이 뚜렷한 알파걸. 맹자는 그녀의 미모에 눈이 먼 이후 ‘당신은 아름다운 여인[美姬]이오’라는 찬사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바쳐왔다.

***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무언가에 짓눌리는 느낌에 맹자는 눈을 떴다. 어깨가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익숙하지 않은 통증에 쓴웃음을 지으며 맹자는 자신의 팔을 베고 있던 아내 미희의 머리를 조심스레 밀어냈다. 맹자는 굳은 어깨를 주무르며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한 번 놓친 잠은 좀처럼 다시 찾기 어려웠다. 결국 맹자는 침대 곁에 있는 스탠드를 켰다. 어슴푸레 방안에 빛이 밝아왔다. 끄트머리에 금빛 장식이 가볍게 들어간 앤틱(antique) 풍의 스탠드가 뿌려주는 빛이었다.
“음…….”
은은한 빛에 자극을 받았는지 미희의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맹자는 다급히 스탠드의 빛을 손으로 가렸다. 다행히 미희는 한 두 번 몸을 뒤척이더니 이내 가벼이 코를 골기 시작했다. 맹자는 내심 안도하며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어디가?”
갑작스런 아내의 목소리에 맹자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 화장실…….”
“올 때 손 씻는거 잊지마.”
“응, 응…….”
등줄기가 축축해졌다. 맹자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일부러 문을 열어놓은채 수도꼭지를 돌렸다. 그리고 괜히 첨벙거리며 큰 동작으로 손을 씻은 후 닦는 둥 마는 둥 대강대강 수건을 만졌다.
맹자가 다시 침대로 돌아오자 미희는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손 씻었어?”
“그럼! 물소리 못들었어?”
미희는 맹자의 손을 잡아 냄새를 맡았다.
“또 비누 안쓰고 물칠만 했네?”
“다시 씻고 올까?”
“됐어. 빨리 자!”
말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미희는 다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맹자는 혀를 내둘렀다. 불같은 연애 기간을 거치고 결혼식을 올린지 이제 겨우 한 달. 그러나 맹자는 지난 한 달이 일 년처럼 느껴졌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눈감을 때까지, 아니 심지어 잠자는 습관조차도 부딪히는 것 투성이였다. 
“생(生)은 고해(苦海)로다…….”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건만… 생활방식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맹자는 밤늦은 때에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 반면, 미희는 연속극을 본 후 저녁 11시에 곧 바로 잠자리에 들어야만 했다. 그래서 맹자는 아내가 잠든 시간에 스탠드의 약한 불빛에 의지해서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미희가 잠든 사이에…….
맹자는 낮에 챙겨두었던 가방을 열었다. 노란색 표지의 두툼한 책 한 권과 넷북(Netbook:간단한 웹서핑과 문서작업 등을 위한 소형 노트북)이 들어 있었다. 책을 꺼내어 한참동안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갸웃거리기도 하며 역자 후기까지 모두 읽어낸 후 맹자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제목만 봤을 땐 다니던 교회에서 탈출해서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라는 것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덜 과격하고 상식적인 내용이군. 책 속의 새로운 교회란 스승님이 전부터 말씀하시던 ‘보냄받은 교회’였어.”
뭐라 중얼거리며 맹자는 조심스럽게 넷북의 전원버튼을 눌렀다. 최대절전모드로 해두었기 때문에 켜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맹자는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실행시킨 후 키보드를 살살 두드렸다.

독서노트 2010년 #01: 마이클 프로스트, 앨런 허쉬 공저, 「새로운 교회가 온다」, 지성근 역(서울: IVP, 2009)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때문에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실제로 읽는데 걸린 시간은 놀랍도록 짧았다. 풍성한 실제 사례들 때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다양한 사례를 제외하고, 새로운 교회에 대한 저자의 핵심 주장을 요약한다면 다음의 세 가지가 될 것이다. 
첫째, 새로운 교회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방식으로 전도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성육신처럼 사회로 흩어지는 공동체이다. 둘째, 세상을 종교적이고 거룩한 곳과 비종교적이고 속된 곳으로 분리해서 바라보는 이원론적 시각 대신 통합적 시각을 갖는 공동체이다. 셋째, 목회자>장로>집사>일반 성도 같은 피라미드형 구조 대신 수평적 리더십을 지향하는 공동체이다.


맹자는 엄지손가락으로 관자놀이와 눈두덩을 번갈아가며 지그시 눌렀다. 흐릿한 불빛 아래에서 집중해서 책을 읽느라 적잖이 머리가 아팠다. 그때 맹자의 눈이 반짝였다. 넷북이 켜지며 자동으로 로그인된 메신저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충성이] 안자고 뭐하나?
[뉴라이프] 누, 누구세요?
[충성이] 날쎄, 나. 종자!!!!
[뉴라이프] 아~ 자네야 말로 안자고 뭐하남?
[충성이] 애기가 울어서 일어났지. 애 엄마는 자고, 내가 대신 우유 먹이느라... ㅡㅡ;
[뉴라이프] 생은 고해로다~ ㅜㅠ 고생하는구만.
[충성이] 자네도 멀지 않았다네. ㅋㅋㅋㅋ
[뉴라이프] 쳇! ㅡ,.ㅡ 그나저나 반갑네. 안그래도 낮에 전화하려고 했었는데...
[충성이] 무슨 일로?
[뉴라이프] 스승님께서 선물하신 「새로운 교회가 온다」를 읽었다네. 선교적(보냄받은) 교회에 대해서 물어볼게 있어서...
[충성이] ??
[뉴라이프] 자네 가정에서 이런 공동체로 모인다고 했지?
[충성이] 그렇지.
[뉴라이프] 어떤가? 실제로 책에 있는데로 되던가?
[충성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구만. ^^;;
[뉴라이프] 무슨 뜻이지?
[충성이] 가끔 우리 공동체가 ‘대안교회’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 그럼 난 ‘그냥 교회’라고 대답하지. 한계를 가진 죄인들의 공동체니까... 너무 특별한 걸 기대하면 오히려 실망할 가능성이 크니까...
[뉴라이프] 하지만 그냥 교회라고 하기에는 특별한 부분이 많지 않나?
[충성이] 시각에 따라서는.. ㅎㅎ 일단, 건물을 갖지 않고 가정에서 돌아가며 모이긴하는데... 그것만 가지고 ‘보냄받은 교회’라고 말하는건 어폐가 있다네. 물론 보냄받은 교회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교회건물 중심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지 않는다>는게 있긴 하네만...
[뉴라이프] 자체 건물 없이 모인다는 거 말고 다른 특징은 없는가? 리더십 문제나... 재정운영의 특징이나...
[충성이] 궁금한게 많구만. ㅎㅎ 우리 공동체는 처음 출발할 때부터 건물을 소유하지 않기로 하면서 헌금의 일정비율을 특수목적비용으로 적립하기로 했었네. 몇 년쯤 지나니 꽤 모였더군. 그걸 어디에 썼을거 같나?
[뉴라이프] 건물은 안가진다고 했으니... 어디 기부라도 했는가?
[충성이] 아닐세. 일단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서 한참동안 의논했고(수평적 리더십을 실제로 실현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네), 소액대출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지. 이름은 보아스 프로젝트네. 
[뉴라이프] 대출????????? 보아스????
[충성이] ㅋㅋ 맞네. 대출. ㅋㅋㅋㅋ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자를 받는 대출은 아니고 한 번에 백 만원 안팎으로 무이자로 빌려주는걸세(대출 받는 사람은 미리 상환계획을 제시하고). 일종의 ‘마이크로 크레딧’인데... 자세한건 인터넷에 검색해보게. 자네도 종종 느끼겠지만 갑자기 1,2백만원 필요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더라고.
[뉴라이프] 독특하구만. ^^;; 그럼 대상은 공동체 안의 사람들인가, 밖의 사람들인가?
[충성이] 양쪽 다 가능하지. 공동체 식구 중에 대학 등록금이 부족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마지막 학기 등록금의 일부를 보아스 프로젝트로 대출받았지. 지금은 다 갚았어. ㅋ~ 그리고 공동체 바깥의 사람들에게 대출해주는건 처음부터 떼일 각오를 하고 시작했는데 의외로(?) 차곡차곡 상환이 되더구만. 피곤해서 안되겠네.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하세. -_-;;
[뉴라이프] 아, 한 가지만 더 물어보겠네. 굳이 교회가 그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그리고 <보냄받은 교회>이기 때문에 그 일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충성이] 한 가지가 아니잖나! ㅋㄷ 책에 나온 보냄받은(선교적) 교회의 정신 세 가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되지 않겠나? 보냄받은 장소/사람들을 성육신적으로 섬기기 위해 다 함께 고민을 했다네. 작은 공동체라서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했고... 이미 정해진 정책을 따라가는 교회 분위기에서는 맛볼수 없는 역동적인 뭔가가 분명히 있는 곳이지, 여기는... ㅎㅎㅎ
[뉴라이프] 그런가?
[충성이] 물론 한계도 언제나 함께 존재하지만.......((-_-  아무튼 오늘은 이만 하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세나. 아니면 상연정 홈페이지 http://1391korea.net 에 접속해서 <Missional Church> 게시판을 읽어보던가.
[뉴라이프] 그렇게 하겠네. 다음에 꼭 한 번 보세.
[충성이] 맨날 말로만... 잘 자게. ^^


대화가 끝난 후에도 맹자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 독서노트와 대화내용을 거듭해서 읽었다. 현실 교회의 모습이 스승에게 배웠던 정신과 너무나 달라서 안타까워하고 때론 분노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리고 맹자는 자신의 내면에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맹자의 입에서 들릴락 말락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새로운 교회…….”
“내일 출근 안할꺼야?”
잠꼬대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미희의 목소리. 맹자는 흠칫하며 침대에 누웠다. 그의 입에서 더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생은 고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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