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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이야기 2월 일상사연 - 김운주님(조리사, 경주 소재 비즈니스 호텔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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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 건 조회 1,022 회
작성일 23-01-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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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사연 코너는 폴 스티븐스가 제안한 인터뷰 질문에 기초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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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비즈니스호텔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요 업무로 주방에서 투숙객들에게 제공하는 조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 다른 사람들에게 요리해주고 맛있게 먹는 모습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던 터라 요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여 관련된 일을 찾고자 준비했습니다. 요리학원을 등록했고, 조리기능사 자격증부터 준비했습니다. 중식조리기능사와 한식조리기능사 두 개의 자격증을 취득하여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지원했고, 지금까지 1년 반째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떤 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 오전 3시 50분에 일어나서 어제 널어놓은 빨래를 갭니다. 빨래 정리 후 아내에게 편지를 씁니다. 주로 그 전날에 아내와 있었던 일 가운데 주고받았던 감정들에 대해서 씁니다. 격려와 응원, 사랑고백에 대한 내용을 많이 쓰지만 가끔은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내용도 씁니다. 그리고 출근합니다. 5시까지 출근이지만 늘 4시 40분까지 출근합니다.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5시부터 7시까지 조식을 준비하고, 7시부터 9시 30분까지 조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5시부터 7시 30분까지 조식 준비,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조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조식이 끝나면 1시간 정도의 휴식 겸 식사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설거지와 청소를 비롯한 정리를 하고 내일 만들 음식 재료 손질 같은 일을 합니다.
오후 2시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근무복과 다른 빨랫감들을 빨래하고 헬스장에 운동하러 갑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주로 휴대폰을 하며 뒹굴뒹굴합니다. 저녁을 준비하고 대구에 제과제빵 및 케이크 디자인을 배우러 다니는 아내를 마중하러 나갑니다.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씻고 잘 준비합니다. 7시간 정도 자기 위해서 9시에는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합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 손님들께서 조식을 드시고 ‘맛있게 잘 먹었다, 여기만 한 데가 없다’같은 말을 해 주실 때 가장 큰 즐거움을 얻습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드시는 조식 이외에도 직원들과 함께 먹을 식사도 준비하는데 그때도 즐거움을 얻습니다. 한 직원분이 해주신 칭찬이 기억나는데 ‘집에 가둬놓고 음식만 만들게 하고 싶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재치 있는 칭찬이라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직장에서 평소에는 하지 못하는 다양한 요리를 시도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새벽에 출근하기 위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입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을 잘하는 편이지만 9시 취침, 4시 기상은 쉽지 않다고 느낍니다. 두 번째 어려움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불편함입니다. 처음에 입사했을 때 함께 일하는 직원분들과 성격이 잘 맞는다고 느껴서 편했습니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이 생겼습니다. 일을 못 할 정도로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괜히 찜찜한 느낌이 드는, 그런 작은 불편함 말입니다. 세 번째 어려움은 조식을 이용하시는 손님 중 극소수의 손님들에게서 느끼는 어려움입니다. 식사를 하시며 식탁을 지저분하게 이용하고 가신 손님의 자리를 정리할 때면 마음속에서 작은 분노가 생기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3:34)’라는 말씀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사랑하시고 행하신 역사를 볼 때면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할 때가 더 많고, 내 뜻대로 분노하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래도 미미하지만,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큰 변화는 힘들 때만 찾던 하나님을 즐거울 때도 찾게 된 것입니다. 즐거움을 느낄 때는 혼자 즐거워하거나 뿌듯해하지 않고 하나님과 함께 나누고 제가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들과도 나눕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즐거움과 기쁨이 배가 됩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영향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지 않고 일을 하며 제 쓸 돈을 마련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며 생기는 힘듦, 일 자체에서 오는 버거움을 덜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일을 하며 겪는 어려움을 교회/신앙 공동체와 나누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답을 들었습니다. 용돈 벌자고 했던 모든 일들이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이었습니다. 새벽에 편의점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일, 사람들을 먹이는 일, 사람들이 이용하는 건물을 청소하는 일, 그저 힘들고 돈 버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로 바뀌었습니다. 일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의 전환이 저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7. 위의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사는 동안 내가 나에게 이렇게까지 질문해 보고 답해본 적이 처음입니다. 어려서부터 나보다 남을 많이 생각하며 살았고, 내 것을 챙기기보다는 남을 더 챙기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기쁨이라고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나의 마음에 조금씩 상처를 입히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나를 챙기지 않고 나의 마음을 돌보지 않아 생겼던 마음의 상처가 터져 힘든 시간도 겪었습니다. 평생을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돌아본 적도 없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너무 생소하고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고 항상 함께하시는 하나님, 곁에서 함께 울고 웃는 공동체, 그리고 나를 가장 사랑해 주는 아내가 곁에 있습니다. 어렵고 더디지만, 차근차근 나를 돌아보고, 나를 아껴주고, 나를 사랑해 보려 합니다. 이런 시간을 갖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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