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안식 그리고 미시오데이(Missio D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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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여는 사연
쉼, 안식 그리고 미시오데이(Missio Dei)
연구소 리트릿
연구소는 지난 7월 6일부터 9일까지 잠시 일상을 떠나 리트릿을 다녀왔습니다. 쉼을 위한 공간을 독지가가 제공하셔서 연구소 5명의 식구들이 잘 쉬고, 연구소 하반기를 비롯한 향후 방향을 위한 이야기들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별히 하반기 11월이면 연구소가 공식적인 기관으로 시작된 지 20년이 되어서 어떻게 감사와 회고를 할지, 그리고 새로운 전망을 이야기로 건넬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이를 위한 수고가 8월부터 계속해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우선 8월 3일과 4일에 걸쳐 수도권지역의 후원자 독지가들을 만나 인터뷰하기 위해 두 연구원이 출동할 예정입니다. 감사, 회고와 전망을 위한 발걸음을 위해 기도부탁드립니다.

일과 멈춤
8월은 많은 직장인과 가정들이 뙤약볕을 피해 산과 바다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달입니다.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일터를 잠시 떠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휴가를 다녀온 후 더 깊은 피로를 호소하곤 합니다. 쉬기 위해 떠난 곳에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거나, 밀려오는 업무에 대한 불안감으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은 현대 사회가 얼마나 깊은 “피로 사회”인지를 방증합니다. 2026년 한 해, “미시오데이(Missio Dei)—일상, 보냄받은 뜻으로 살다”라는 고백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참된 쉼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일상으로 보냄받은 자의 사명은 오직 땀 흘려 일하는 것과 함께, 세상을 향한 의도적인 멈춤에 있습니다. 이 멈춤, 안식 그 자체로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하는 강력한 증언이 됩니다. 창조 리듬에 일과 안식이 교차하기 때문입니다. 새창조를 위한 해방과 구원에 있어 안식은 세상을 이끌고 다스리는 자가 누군인지를 고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조의 경축과 이집트식 노동의식으로부터의 해방
성경은 십계명을 통해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킬 것을 명령하며, 출애굽기와 신명기에서 안식의 두 가지 중요한 신학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첫째, 출애굽기(20:11)는 안식의 근거를 '창조'에 둡니다.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제 칠일에 쉬었음이라.” 안식은 단순히 다음 노동을 위해 고갈된 에너지를 충전하는 기능적인 시간이 아닙니다. 천지만물을 지으시고 멈추어 쉬셨던 하나님의 리듬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내가 발버둥 치며 일하지 않아도 하나님의 완벽한 은혜로 이 세상이 온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신뢰하고, 그 피조 세계의 아름다움을 경축하는 신앙의 절정입니다. 둘째, 신명기(5:15)는 안식의 근거를 '구원(해방)'에 둡니다. “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를 인도하여 내었나니.” 이집트 제국은 인간의 가치를 오직 벽돌 생산량으로만 측정했습니다. 안식일은 이처럼 끊임없는 노동과 생산을 강요하는 억압적 시스템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하는 것이었습니다. 자본주의 경제 역시 끊임없는 성취를 요구하며 우리를 몰아붙입니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의도적으로 하던 일을 멈추고 쉬는 것은, 내 삶을 이끌어가는 것이 나의 능력과 성과가 아니라 만물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거룩한 선언이자 저항입니다.
안식, 존재를 회복하는 쉼
우리 연구소에서 발행한 연구지 『Seize Life 8호』에 수록된 강영안 교수의 칼럼, “일상에 대한 묵상(8): 쉰다는 것”은 이 안식의 참된 의미를 깊이 일깨워줍니다. 강 교수님은 쉰다는 것이 단지 하던 일을 멈추는 수동적인 상태나 일의 부재(不在)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참된 쉼은 일(Doing)에 매몰되어 있던 시선을 거두어, 나의 존재(Being)를 회복하는 적극적인 행위입니다. 세상의 소음과 일의 분주함을 끄고,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보며(관상), 내 곁의 이웃과 자연과 사랑으로 교제하고, 내게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기뻐하고 감사하는 시간이 바로 안식의 시간인 것입니다. 휴가, 안식, 쉼은 일로 찌든 삶에서 도피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나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기억해 내는 시간입니다.

안식, 보냄받은 이의 뜻으로 살다
일상으로 보냄받은 우리는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세상의 시스템을 거슬러, 창조의 리듬이자 새창조의 고백과 증언으로서 참된 안식을 살아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멈출 줄 모르는 세상 가운데서 안식, 휴가, 쉼을 통해 하나님과 이웃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은혜와 평강, 감사를 누리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이윤보다 사람과 생명이 우선하며 성과보다 존재와 관계가 귀중하다는 것,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 보여주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입니다. 이번 8월, 우리의 휴가와 주말이 세상의 억압적인 구조에 저항하는 거룩한 '멈춤'이 되기를 연습해 보면 어떨까요? 생산성을 증명하려는 강박, 내가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의식을 내려놓고, 창조의 리듬을 타는 기쁨과 주권을 제대로 찾는 해방의 자유를 누릴 때, 우리의 일상은 다시 한번 보내신 이의 뜻에 합당한 가장 아름다운 하나님의 선교의 현장이 될 것입니다.
삶,일,구원 (3191) 지성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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