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ize Life 제8호 집 짓고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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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지 읽기] https://drive.google.com/file/d/1TL-ssfVd5tRYdLjiaY1e_LY_6gZ_NT72/view?usp=sharing
발간사 | 지성근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소장)
일년에 두 번 나오는 연구지의 방향을 논의하며, 상반기는 의/식/주를, 하반기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특정 사안을 주제로 잡자고 방향을 정했습니다. 그래서 식(食)을 주제로 다룬 작년 상반기 연구지는 <일상다반사>라는 표제로 출간되었으며, 이어 올 상반기 연구지 표제는 주(住)의 문제를 다룰 요량으로 <집짓고 산다는 것>이라고 정하였습니다. 사실은 똑같은 제목의 글을 지난 통권 제6호에 실린 강영안 교수님의 글 “일상에 대한 묵상” 여섯 번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주제와 관련하여 제가 다시 한 번 그 글을 읽어 보았는데, 독자들도 이번 호와 반드시 같이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창조의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셨습니다. 우주(宇宙)란 곧 집[宇]과 집[宙]을 뜻하는 말입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집을 지으셨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집oikos 으로서 우주는 모든 피조물이 거기 거하며 안전을 누리며 조화를 누리는데 필요한 생태적ecological인 환경이 되었습니다. 혼돈하고 공허하던 빈 공간은 하나님의 창조로 인해 채워진 충만한 공간이 되었고 집으로서 충만한 우주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었고 하나님의 기쁨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 역시 집을 짓는 일을 합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공간을 창조하고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공간을 채우는 행위를 ‘집에 산다(거주居住)’라고 칭합니다. 집oikos이란 말과 어근을 공유하고 있는 생태와 경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태ecology라는 말은 집에 대한 연구 혹은 논리oikos+logos를 일컫는 말이고 경제economy라는 말은 집에 대한 법칙, 기법oikos+nomos을 일컫는 말입니다. 생태는 우주 전체를 하나님이 지으신 하나의 집으로 파악하는 관점이라면, 경제는 인간의 유익이란 관점에서 우주와 집을 관계짓고 파악하는 관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이 집짓고 사는 것을 경제적인 행위로만 이해하게 될 때, 다른 말로 인간의 유익만을 구하고 다른 피조세계와의 관계, 나아가 창조주와의 관계를 도외시하게 될 때 마치 바벨탑과 같은 건축물을 쌓는 행위가 낳은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하게 됩니다.
현대에 와서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빚을 내어야 하는 것이며 평생 그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하는 짐이 되어 버렸습니다. 평생 동안 집을 여러번 옮겨야 하며 심지어 움직이는 집에 사는 사람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또한 집은 과거보다 훨씬 더 그저 잠자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으로서의 기능만 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습니다. 세상을 향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제공받는 안전과 안정, 휴식의 장소 대신에 집을 투자의 수단으로 생각하거나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이해하는 등 집을 경제적 가치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도시공간을 생각할 때 집은 사적인 공간임과 동시에 공동체적이며 공적인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여야 하는데 개인적인 편안함의 추구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집착이 우리네 집과 건축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우선의 가치가 되었고 이웃에 대한 고려는 최소한의 관심이 되어 버렸습니다.
기독교 신앙을 모든 삶의 순간과 통합하려는 우리의 시도 속에서, 집을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임재가 있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하는 충만한 장소가 될 수 있게 할 것인가가 우리의 고민이요 화두입니다. 집에 대한 하나님의 경륜economy을 깨닫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집짓고 산다는 것이 단순히 경제적인 행위를 넘어서 생태적이며 영적인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될 때 집은 거룩한 장소가 되며, 관계의 장소, 피난처, 환대와 우리의 삶으로 살아내는 복음을 통해 사명을 수행하는 선교의 자리, 재창조recreation의 장소가 되어 충만한 모습으로 하나님의 영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집과 관련한 하나님의 경륜과 집안에서 어떻게 충만한 일상을 누려야 하는지에 대해 구약신학의 관점에서 성기문 교수의 “레위기의 ‘집’ 안사(安事)”와 김동문 선교사의 “광야에서 느끼는 ‘집’에 대한 하나님의 생각 헤아리기”가 주는 도전이 큽니다. 집을 경제적인 가치로만 보지 않고 어떻게 하나님과 이웃과 주변 생태계와 연결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건축과 신학을 전공한 김재국님의 “집을 어떻게 소유해야 하는가”와 건축 디자인을 가르치는 이승헌 교수의 “짓기와 살기” 역시 주목할 만한 글입니다. 생태적이며 공동체적이며 영적인 삶을 향한 여정을 담은 두 글 역시 감동이 있습니다. 전일철 교수의 “집 짓고 산다는 것”과 전선미・박태선 간사 부부의 “85일간의 집 짓기 - 우리 가정에 일어난 기적”을 통해 그 감동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본 연구소의 김종수 연구원은 타고난 공간지각능력을 갖고 일찍부터 공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터에 이번에 “새로운 공간이 온다”라는 글로 집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강영안 교수님의 <일상에 대한 묵상>은 우리 연구지를 빛내주고 있는 연재글입니다. 벌써 여덟 번째로 “쉰다는 것”에 대한 글을 주셨습니다. 매우 바쁜 일정 속에서 쉬지 못하시면서 “쉰다는 것”에 대해 글을 써야 하는 아이러니를 말씀하셨지만 언제나 Seize Life를 위해 기고하시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시는 마음에 어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 안에 거주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하나님의 거하시는 성전으로 집이 되어 살아가는 자들임과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가 예비하러 가신 영원한 집을 사모하는 자들입니다. 우리는 안정과 평화를 주는 집이 필요한 동시에 여전히 정주하는 것이 아닌 순례하는 삶을 추구해야 하는 자들입니다. 이런 이중적인 정체성이 주는 안목이 집짓고 사는 일에도 필요합니다. <집짓고 산다는 것>은 축복Gabe이며 과제Aufgabe입니다.
<목차>
[발간사] 지성근 _ 4
[연재] 일상에 대한 묵상(8) : 쉰다는 것 / 강영안 _ 7
[특집] 집 짓고 산다는 것(Spirituality of a Place to Live)
레위기의 ‘집’안사(安事) / 성기문 _ 31
광야에서 느끼는 ‘집’에 대한 하나님의 생각 헤아리기 / 김동문 _ 41
집을 어떻게 소유해야 하는가 / 김재국 _ 52
짓기와 살기 / 이승헌 _ 63
집 짓고 산다는 것 / 전일철 _ 71
85일간의 집 짓기 - 우리 가정에 일어난 기적 / 전선미·박태선 _ 78
새로운 공간이 온다 / 김종수_ 99
[책소개] 홍정환 _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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