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ize Life 제13호 쓰레기와 일상생활의 영성
페이지 정보
본문
[연구지 읽기] https://drive.google.com/file/d/17Dk9-GPRBF25xVj0HohKOVVHaiWPXgyb/view?usp=sharing
발간사 | 지성근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소장)
“움직이면 쓰레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의·식·주 활동과 기타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그 부산물로 쓰레기가 생긴다는 말입니다. “쓰레기”는 어쩌면 사람들이 언급하지 않고 묻어 두고 제쳐 두어 그렇지 그 어떤 주제보다 더 일상적인 주제입니다. 먹지 않고, 입지 않고, 살림살이 하지 않고 살 수 없는 것처럼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고 살지 못합니다. 잠시라도 치우지 않으면 주변에 쓰레기, 분비물들이 널려 있게 되니,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 쓰레기를 치우는 설거지, 빨래, 청소, 쓰레기통이 없어서는 안 되고, 하루 이틀만이라도 쓰레기를 수거해 가시는 분들이 일을 그만 두신다면 우리의 일상은 엉망이 되고 말 것입니다. “쓰레기”와 관계가 없는 일상생활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비록 쓰레기는 가치가 없다고 여겨져서 버려지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쓰레기”가 가치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쓰레기는 그것을 발생시키는 모든 인간의 활동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는가 하는 것은 우리가 분비하고 배설하는 쓰레기를 통해서 평가하고 판단 가능합니다. 우리 주변의 쓰레기들을 치우고 씻으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또한 적정한 쓰레기는 선순환을 통하여 재활용하고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만물의 구조를 만드셨습니다. 그래서 쓰레기의 적절한 활용은 가치있고 의미있는 창조를 지속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욕심과 타락한 정사와 권세는 이런 쓰레기가 품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충분히 왜곡시킬 만큼 강력합니 다. 특히 근세에 와서 경험하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와 이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 쓰레기의 가치와 활용에 대한 무지, 쓰레기를 다루는 일(허드렛일 chores)에 대한 거부감과 기피현상 등이 이런 왜곡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2004년에 불의의 사고로 소천하신 채희동 목사님은 “똥싸며 드리는 기도”나 “걸레질하시는 예수”와 같은 글을 통하여 쓰레기와 허드렛일의 가치와 의미를 깊이 생각하도록 해 주신 바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쓰레기와 똥, 그와 관련한 허드렛일을 통해 허드렛 세상에 허드렛 인생이 되어 오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은혜와 구원을 경험하게 됩니다. 예수님이 허드렛 쓰레기 소각장인 골고다에서 허드렛 인생을 살아온 강도 둘 사이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쓰레기와 같이 되어 버린 우리 인간들을 위해 살림이 되셨습니다. “쓰레기”는 어떤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과 우리들의 영적인 실체를 이해하는 유비로서도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쓰레기와 일상생활의 영성”이라는 성가신 주제를 드렸지만 보배 같은 글을 길어 올려 주신 분들을 소개합니다. 구약신학자인 기민석 교수님은 구약의 쓰레기라는 단어를 꼼꼼히 찾아서 그 의미를 간명하고도 유쾌하게 파헤쳐 주셨습니다. 신약신학자인 차정식 교수님은 특유의 경쾌한 필치로 신약에 나타난 쓰레기 이야기를 풀어주셨습니다. 이번 주제의 초기 제안자이자 선교신학자인 최형근 교수님은 로잔언약과 하나님의 선교의 관점에서 쓰레기와 환경문제를 다루어 주셨습니다. 환경운동가이신 최병성 목사님은 최근 국내의 쓰레기 시멘트 문제를 제대로 파헤친 책까지 내셨는데 저희 연구지를 위해 옥고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본 연구소의 출판홍보위원이며 최근 생태문제와 도시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사역하고 있는 김종수 목사님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레기 구속하기 사례를 글로 써 주셨습니다. 가정주부인 정수미 자매님은 말 그대로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쓰레기에 대한 에세이를 보내 주셨습니다.
지난 12호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일상묵상>을 연재해 주신 강영안 교수님의 글이 이번 호에는 아쉽게도 실리지 못하였습니다. 대신 <일상묵상>의 번외편으로 작가이자 기업가인 최규창 선생께서 “일상의 다중성”과 관련한 글을 기고해 주셨습니다. 자칫 일상에 대한 강조가 비판의식 없이 그저 주어진 현실을 무조건 긍정하고 적당하게 안주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저희 연구소에서는 일찍이 소위 “일상의 이중성”이란 개념을 이야기해 오고 있지만 최규창 선생의 글을 통해 일상과 비일상의 역동 및 다중적 의미의 일상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지 도전과 자극을 받기를 원합니다.
이번 연구지 통권 제13호도 몇 분의 재정적 도움으로 발간하게 됩니다. 일상생활사역의 중요성을 함께 나누며 실행위원으로 섬겨 주신 재무상담사 김의수 센터장과 EDM 유학센터의 서동성 대표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목차>
[발간사] 지성근 _ 6
[특별기고] 일상의 다중성과 교회의 탈(脫)일상성 / 최규창 _ 9
[특집] 쓰레기와 일상생활의 영성(Everyday Life Spirituality on Garbage Issues)
구약 성경의 쓰레기 / 기민석 _ 17
쓰레기와 함께 쓰레기 속으로 성육하기 / 차정식 _ 24
쓰레기에 관한 단상 / 최형근 _ 35
쓰레기 안에 담긴 일상의 영성 / 최병성 _ 45
쓰레기의 주되심 / 김종수 _ 57
어느 주부의 쓰레기 영성(?) / 정수미 _ 64
[책소개] 홍정환 _ 7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