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ize Life 제10호 옷과 일상생활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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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9-06-18 20:25본문
[연구지 읽기] https://drive.google.com/file/d/1YkZSgOZzA8TImHRtksnXAbeldfS2aWJz/view?usp=sharing
발간사 | 지성근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소장)
“춥다, 아직 바람이 차니 겉옷을 단단히 입어라!”
“괜찮아요, 낮에는 더워요!”
계절이 바뀌는 간절기(間節期) 때마다 집에서 자주 오가는 대화입니다. 옷을 멋의 방편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의 생각과 그것을 외부환경으로부터 개체를 보호하는 방편으로 생각하는 어른의 생각이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신분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현대 사회이지만 여전히 옷은 신분을 표시하는 방편이기도 합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우리 집 둘째와 셋째는 아침마다 교복차림으로 등교를 합니다. 물론 그 와중에서도 멋을 내기 위해 치마의 단을 좀 더 올리려다가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목사이지만 주일마저도 목사다운(?) 옷을 입지 않습니다. 옷으로 신분과 권위를 드러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내심에서 그렇게 합니다. 그래도 다른 교회에서 설교를 해야 할 때는 양복을 차려 입고 넥타이를 맵니다. 그런 날은 우리 교회 성도들이 “아, 오늘은 다른 교회 가는 모양이구나” 합니다. 하루는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아 전날 결혼식에 참석할 때 입었던 양복차림으로 주일 모임에 참석했더니 “오늘 어디 가십니까?” 그럽니다. 옷이 일종의 기호로 작동하는 순간입니다. 물론 잘못된 의사전달이 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원래 옷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학창시절에는 교련복이나 군복 혹은 남이 입던 옷 입는 것을 즐겨하였습니다. 최근에는 등산복이 싸고 편하다 하여 주로 그런 옷을 입고 다닙니다. 아내는 격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닌다고 성화일 때가 많지만 내심으로는 옷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은 낭비라 생각하기에 이런 스타일(?)에 자부심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만이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급진적(?) 삶이 아니라는 것을 옷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만나면서 얻게 됩니다. 내가 등산복 차림으로 다니는 것이 마냥 단순하고 가난한 삶의 표현이 아닐 수 있는 것은 다른 영역에서 과소비하고 욕망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깔끔하고 세련된 옷, 패션 감각을 가진 옷을 입는 어떤 분들이 오히려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며, 실제로 그 삶 전반에서 제자의 삶을 드러내는 것을 확인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옷을 입는 것”은 익숙한 은유이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에서도 옷을 입고 벗는 은유는 어떤 신분, 어떤 생활, 어떤 생각을 가지고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성경에는 옷을 입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와 은유가 제법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이번 호 연구지를 진행하면서 생각보다 “옷”, “옷 입기”와 관련된 글이 일반서적이든 신학서적이든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욱 힘을 내어 “옷과 일상생활의 영성”을 위해 필자를 모으고 공부하며 이 연구지를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아홉 번의 연구지의 글들도 주옥같은 글들이지만 이번 연구지의 글들은 원고 모집 단계부터 탄성을 자아내는 한결같이 알차고 독보적인 글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특히 <일상에 대한 묵상>을 열 번째 기고하고 계신 강영안 교수의 글도 이번 호 주제와 일치되어 상승효과를 기대합니다. 강영안 교수의 글을 읽으실 때 한 가지 팁을 말씀 드리자면 먼저 주제인 “옷을 입는다는 것”과 연관된 현상학적 서술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에 기초하여 “옷을 입는다는 것”의 윤리학적 숙고로 연결되며 이 지점에서 신학적·영성적 묵상들이 나옵니다. 이에 유념하여 강교수님의 이전 글들도 읽으시면 훨씬 많은 유익을 얻으실 것입니다.
성서신학의 관점에서 두 분의 교수께서 글을 주셨습니다. 구약 전공의 기민석 교수는 “Vogue 이스라엘”이라는 참신 발랄하고 통찰력 있는 글을 보내주셨고, 이미 「일상과 신학의 여백」(두란노아카데미, 2010)이란 책으로 무게 있는 인문학적 일상신학의 통찰을 보여 준 바 있는 신약학의 차정식 교수는 “옷과 패션의 성서 신학적 은유”라는 제목의 글로 우리의 기대를 채워 주셨습니다. 거제도 카페 ‘휴’의 황석용 목사는 청바지를 입고 커피를 만드시는 50대 중반의 목사이자 바리스타이십니다. 삶이 우러나는 글로 옷 입기와 하나님 나라를 연결해 주십니다. 최근 「박삼종의 교회생각」(홍성사, 2013)을 낸 박삼종 대표는 은유로서 옷의 이미지를 가지고 인위적이고 부정적인 의미의 옷을 벗고 하나님이 지어주신 영광의 옷, 십자가를 입자고 주장합니다. 이 4편의 신학적·목회적 성찰과 함께 실제로 옷을 만들고 소비하는 입장에서 쓰신 글 3편 역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줍니다. 신라대 패션산업학부의 홍금희 교수는 크리스챤 스타일의 옷 입기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글을 주셨습니다. 생소한 이름의 에코디자이너인 이젠니 님은 환경과 세계에 대한 책임으로서 옷 입기 혹은 옷 만들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줍니다. 마지막으로 주부인 김새로나 님은 옷과 관련된 일상생활의 생각을 맛깔나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이번 10호 연구지는 재정의 이유로 인해 예정보다 조금 늦게 발간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이 연구지가 발간되도록 애써 주시고 십시일반 기금을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아무쪼록 이 연구지가 척박한 한국교회와 신학계에 “일상생활의 영성”, “일상생활의 신학”에 관한 연구물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일을 계속해서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기도,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목차>
[발간사] 지성근 _ 6
[연재] 일상에 대한 묵상(10) : 옷을 입는다는 것 / 강영안 _ 9
[특집] 옷과 일상생활의 영성(Everyday Life Spirituality and Clothing)
Vogue 이스라엘 - 그들의 입고 치장하기 / 기민석 _ 37
옷과 패션의 성서 신학적 은유 - 신약성서의 몇 가지 용례 / 차정식 _ 47
미래의 하나님 나라에도 청바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 황석용 _ 60
황금옷, 황금가지, 벌거벗은 예수 / 박삼종 _ 70
일상생활의 영성 : 衣, 크리스천 스타일이 있는가? / 홍금희 _ 82
에코디자이너의 사명 / 이젠니 _ 91
옷에 대한 소고 - 나의 의류 성장기 / 김새로나 _ 96
[책소개] 홍정환 _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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