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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일상사연 - 일상의 기도, 일상의 노래 (고은영, 맨발동무도서관 사서)

작성일 2016-07-01 11:39 작성자 웹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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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도, 일상의 노래
고은영(맨발동무도서관 사서)

“인간은 사소한 반복이 주는 안락으로 삶을 버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요일이 있어야 6일이 경쾌해지고, 월급날이 있어야 나머지 29일이 의미 있어지고, 생일이 있어야 364일동안 선물을 기다릴 수 있다. 과장하자면 그렇다. 일주일과 한달과 1년의 구분이 없다면 우리는 아마도 일상성의 도를 깨닫거나,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멸종했을 것이다.” (김중혁 '바디무빙' 중에서)

며칠 전, 어느 에세이의 프롤로그에서 저 문장을 읽다가 속으로 끄덕끄덕거렸다. ‘학교’라는 시스템을 졸업 한지도 오래, 더이상의 진학/진급도 없고, 앞으로 내 인생에 특별한 무언가가 펼쳐질 것 같지도 않고... 똑같은 곳으로 출퇴근 하면서 어제 만난 사람들을 오늘 또 보고, 바쁜 하루를 급급하게 보내며 피곤해하고, 내일 또 다시 그런 하루를 맞이하고... 물론 지금 하는 일이 즐겁고, 내 삶에 딱히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반복된 일상 속에서 가끔은, 아니 자주 권태를 느끼며 새로운 환경과 일탈을 꿈꾸기도 하는 요즘이다.

그러던 중 일상생활사역연구소를 알게 되었고, 그 언젠가 ‘일상기도’ 밴드에도 가입하게 되었다. 인생의 목적을 묻는 질문 앞에서 드리는 기도, 쓰레기를 치우면서 드리는 기도 등 인생의 중요한 문제부터 일상의 사소한 부분까지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적힌 일상 기도문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무심코 잊고 지냈던 그분의 존재를 떠올리게 했다.

한 날은 일주일의 딱 중간 어느 수요일에, 날씨 탓인지 유난히 피곤하고 몸과 마음이 축 처져 아무 것도 하기 싫다 느끼던 때에 밴드 알람이 울렸다. 기도제목은 ‘피로함 가운데 드리는 기도’. “아~ 오늘은 정말 일하기 싫다.” 하고 한숨 쉬던 그 때였는데, 이런 나에게 똑똑똑 하고 편지가 날아온 것. 지금 내 마음, 현재 내 상태를 누군가의 문장을 빌려 하나님께 기도하다보니 어느새 하품이 그치고 잠이 깨면서 다시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 나에게 ‘일상기도’는 정신없이 흘러가는 삶 가운데 잠시 멈추고 마음의 작은 여유 한 공간 비워두라는, 때로는 지루하고 권태로운 일상 속에서 그분이 허락하신 오늘을 찬양하고 예배하라는 소중하고 중요한 메시지이다.

그래서 오늘도 일상기도 밴드의 알람이 울리면 잠시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며 마음을 모아 나지막히 기도문을 읊조린다.

“오늘도 당신 안에서 감사함으로 기도합니다. 늘 새롭고 흥분되는 이벤트가 없어도, 평범한 일상, 반복되는 삶이라도 감사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반복하여 당신을 찬양하렵니다. 반복하여, 하지만 새 노래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30일이 지나고 다시 새 달이다. 평범했던 그러나 주님과 함께였기에 특별했던 오늘을 마무리하며, 내일을 또 기대하는 마음으로 일상을 노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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