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9월 일상사연 - 김기주님(교수, 언어치료청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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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사연 코너는 폴 스티븐스가 제안한 인터뷰 질문에 기초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 4년전부터 부산 남구에 있는 동명대학교 언어치료청각학과 교수로 있습니다. 언어치료청각학과는 언어치료사와 청능사를 양성하는 학과로, 언어치료사는 말/언어/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가진 대상을 진단/중재하는 사람이며, 청능사는 청력손실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이는 대상의 청능재활과 청각관리를 담당하는 전문가입니다. 말/언어장애에는 언어발달장애, 신경언어장애, 음성장애, 조음음운장애, 유창성장애 등이 있는데, 저는 이 중에서 난독증을 포함한 읽기장애, 발음오류를 보이는 조음음운장애 영역의 지도와 연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 학부 전공은 사학이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데요, 대학시절 교회에서 장애아동부서 봉사가 계기가 되어 대구대 대학원에서 언어치료를 전공했습니다. 부모님들이 딸이 대학공부하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라 대학시절은 물론, 대학원 공부에 필요한 등록금을 위해 알바는 계속 했습니다.
공부하면서 소리나라 언어치료센터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어쩌다보니 그 센터의 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후 언어치료센터에 자폐성장애와 같은 장애아동이 많아서 부산대 대학원에서 특수교육도 공부했습니다.
20여년 간, 소리나라 언어발달센터 원장으로 장애아동을 비롯한 발달지연/장애 아동의 발달을 돕고, 부모상담 등을 해 왔습니다. 당시 언어치료 혹은 특수교육 석/박사가 많지 않아서 고신대 유아교육학과, 장신대 특수교육학과, 부산가톨릭대 언어청각치료학과, 부산대 특수교육학과 등에서 강의도 해 왔습니다.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 차 안에서 드라마 성경을 들으며 출퇴근을 하구요. 출근하면 강의 시간을 준비준비 혹은 강의 그리고 학생지도 가 주 업무이며, 처리해야 할 서류나 학과회의로 보내는 시간도 적지 않습니다. 3,4학년은 방학중에도 교내 임상센터에서 임상실습을을 계속하는데, 지도감독을 하며, 평가보고서나 치료계획서 피드백을 해 주는 것도 맡은 역할이며, 틈틈히 슈퍼비전받고 있는 언어치료사들의 사례들 자문도 해 줍니다.
30분 정도 여유가 있을 때는 성경녹음을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병환중에 계신 아버지에게 제 목소리고 말씀을 들려드리고 싶어서 시작했던 작업인데, 성경을 눈으로만 읽거나, 귀로만 들을 때보다는 집중이 훨씬 잘 되어 틈이 나면 합니다.
출근은 9시 경, 퇴근은 7시 경에 하는 편이고,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는 이전 근무하던 치료센터에서 부모상담이나 치료자문을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 배운 것으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참 아름답고 의미있는 일이죠. 언어치료가 말/언어에 어려움을 가진 대상을 돕는 일이니, 임상현장에 있을 때는 그일을 직접적으로 해왔다면, 지금은 그 일을 할 사람을 양성하는 일을 하는 일이니 매사에 신중을 기하게 됩니다. 한편, 임상현장에서의 경험들이 학생들이 진단과 중재역량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되는 점은 사뭇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日課, daily work)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 약한 자를 향상 하나님의 마음을 늘 생각하며, 학생들이 배움의 목적을 국가자격증 취득, 취업이라는 표면적인 것에만 두지 않고, 더 제대로 돕기 위해, 더 잘 나누기 위한 것에 둘 수 있도록 하고자 애씁니다. 그리고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보기에 내 삶에 예수님의 향기가 드러나야 진짜 신앙인인 것이니, 말과 행동, 내가 선택하는 것들에 대한 영향력을 생각하며 살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그래서 업적평가와 무관한 업무들을 주로 맡게 되기도 있고, 돌보아야 할 가족도 있기도 하여 연구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긴 합니다만, 승진과 같은 외적 결과에 마음을 크게 두지 않으면 이것도 그리 큰 어려운 점까진 아닙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학과 교수님들이 한마음으로 움직일때가 많아서 어려운 점이 크진 않습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영향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 20대 어린나이에 원장이 되었을 때 '그래도 이윤추구가 먼저이지'라는 모 장로님의 현실적인 조언은 IVF에서 훈련받을 때 들었던 내용과 달랐습니다. 대학시절 IVF를 통해 훈련받은 대로 낮은 자/약한 자를 위한 삶을 소명이라 생각하며 정직하고 진실하게 운영하려 애쓰는 몸부림은 늘 쉽지 않았고, 매순간 고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경영 노하우나 모난 성품으로 인한 실수들로 인한 어려움이 더 많긴 했지만, 노후대비 조차 여유롭지 않은 채 40대가 되었을 때 회의감을 갖게 된 순간도 있었습니다.
40대가 되고나니, 현실의 무게가 사뭇 다르게 느껴지더라구요. 골프회원권도 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교회내 분위기에 내가 잘못 산 건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되었구요. 흔들리더라구요. 그래서 교회를 옮겼습니다. 지금은 라이트하우스 해운대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 땅의 가치가 아닌, 부르심에 합당한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는 매순간 몸부림이 필요하나, 매주일 어떤 설교를 듣고, 소그룹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는 내 생각, 가치에 많은 영향을 미치니까요.
7. 위의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거룩한 고민을 해 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하네요.
또한, 대학시절 IVF에서 훈련받은 것이 얼마나 큰 은혜였는지, 귀한 복을 받고 누림에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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