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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2015년 1월 일상사연_문춘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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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웹지기
댓글 0 건 조회 8,385 회
작성일 15-01-0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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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연


일상에서 묻어나는 은혜

문춘근(본 연구소 부산지역 연구위원, 사귐의 교회 목사)


목회자형 성도로 살아 온 2014년. 결코 쉬운 것도,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감사한 것은 이전보다 조금씩 더 보이기 시작하는 일상에 펼쳐지는 하나님의 은혜다. 내가 맛본 이 은혜의 흔적 몇 가지를 나눈다. 

   

- 갇힌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방문의 은혜

매월 정기적으로 구치소를 들락거렸다. 모 단체의 요청으로 재판을 기다리는 수감자를 대상으로 소위 ‘아버지 교육’을 하게 된 것이다. 불만 가득한 얼굴, 미래를 포기한 얼굴, 쳐다보는 것조차 부담스런 겁나는 얼굴. 처음 들어갈 때 조마조마한 새가슴으로 들어갔지만 이젠 자연스럽게 들락거릴 정도로 친숙해졌다. 왜냐하면 나나 그분들이나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니까. 나나 그분들이나 다 아버지가 계시거나 계셨고 지금 아버지이거나 앞으로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남자들이니까. 그분들의 각각의 처지를 알 길이 없지만 가르치려 드는 것 대신에 같은 인간, 남자로서 함께 가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으로 내가 변한 것 같다. 은혜다. 이 은혜로 더 쎈 갇힌 일상을 사는 분들과 호흡을 잠시 나누었다. 성폭력 범죄로 인해 잔여 형량이 아직 15년 이상 남은 재소자 서른 분들을 위한 4번의 연속 강의.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강의 중에 우는 분들을 보았다. 우리는 다 미안해 하는 가족들이 있는 죄인들임을 확인했던 더 큰 은혜였다.


- 일상을 살게 하려는 찾아가는 수요기도회의 은혜

한 주간의 쉼표를 찍는 수요일 밤의 삼일기도회의 전통. 참 아름다운 전통이어서 지키고 싶어 그간 연구모임으로, 수요 기도회로, 예배형 수요기도회로 변신을 해왔다. 그러다가 2013년 3월 31일부터 ‘찾아가는’ 수요기도회로 지켜오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리더모임에서 나왔다. 일상의 삶과 일의 터에서 성도들을 예배당으로 불러 모으지 말자. 대신에 지원을 받아서 우리 성도들이 보냄을 받은 터인 가정이나 일터를 방문하자. 그리하여 그 곳이 바로 신앙생활의 현장이요, 하나님 나라를 펼칠 선교지요, 건물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 주님의 교회라는 의식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2014년에는 타지에서 부산으로 일하러 온 지체의 원룸에서 시작하여 대학생 형제의 비좁은 자취방,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 수제 누룽지를 생산하는 공장, 피아노 학원, 양산의 노동자들을 고객으로 하는 뷔페식당, 부산 IVF 센터, 카페, 사무실과 몇 가정을 방문했다. 방문을 받는 지체들의 고마워하는 얼굴. 음료만 간단히 준비해도 되는데 대접한다고 차려 놓은 음식과 다과 때문에 즐거워하는 얼굴. 예수님의 이름으로 찾아가는 성도들의 방문은 일상의 소명과 가치를 우리 모두의 가슴에 수놓는 하나님의 은혜였다. 

   

- 고통의 일상을 보내고 있던 분들을 그때 방문하지 못한 아픈 은혜

지난해 결코 잊을 수 없는 가장 고통스런 일, 세월호 참사. 고난 주간에 맞이한 세월호 참사, 얼마 후 찾아 온 부활주일. 이 참사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고민하고 기도하다 든 생각. 취지를 밴드에 광고하여 부활 주일 에 힘껏 헌금하여 모아진 돈을 유가족들에게 직접 전달해 드리자. 감사하게도 교회 식구 수를 생각할 때 적지 않은 금액이 모였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문제였다. 어떻게 혹은 어디로 보내면 새지 않고 의미있게 전해 드릴 수 있을까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No Idea. 몇 주가 흘렀다. 그동안 이런 일에 관여하는 분들에게 부탁도 했지만 감감 무소식! 광주에서 사역하시는 그 목사님을 생각해내지 못했다면 그 돈은 아직도 은행에 묻어있거나 그냥 잘 아는 모금 단체에 가버렸을 것이다. 광주 시민 상주모임에 기부함으로써 유가족들을 위한 우리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가 많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일상을 보내던 그분들에게는 ‘위해서’ 드리는 헌금보다는 잠시라도 예수님의 마음으로 그곳에 ‘함께’하는 방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아픈 은혜다.


다양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웃의 고통에 함께 하는 연습이 너무나 부족하구나. 슬프고 아픈 자각의 은혜. 2015년에는 방문의 은혜를 일상 속에서 더 나누고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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