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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일상사연 - 취준진담(이연경, 무직)

작성일 2016-12-01 01:55 작성자 웹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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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많고 청소년 학습에 관심이 많아 집 근처 청소년 복지관을 방문했다. 봉사자로 등록하기 위해 서류를 작성해야 했는데 ‘직업’ 란에 ‘무직’이라고 썼다. 글로 나의 상태를 ‘직업 없음’으로 표현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또 청소년들이 내게 ‘선생님은 직업이 뭐에요?’라고 물어볼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얼버무렸다.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지만, ‘무직’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책임하고 게으른 느낌까지 전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취업준비생’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무직’보다 ‘학생’이라는 단어가 정해진 커리큘럼 안에서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다음과 같은 커리큘럼을 거친다.

[9월 초 자기소개서/이력서 제출 → 9월 하순 합격발표 → 10월 중순 인적성 시험 → 10월 하순 합격 발표 → 11월 초 1차 면접 → 11월 하순 발표 → 12월 초 2차 면접 → 12월 중순 최종 발표]

석 달 넘는 기간 동안 네 가지 시험을 치러야 졸업(취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업은 자율학습이고, 지도교수는 따로 없다. 어떤 학생들은 토익, 면접, 자소서 작성 과외 선생님을 고용하고,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이 취업 과정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또한, 중도 탈락 확률도 매우 높아 많은 학생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목표 때문에 좌절한다. 

취준생은 취업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 큰 부담감을 느낀다. ‘무직’이라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하고 있고, ‘학생’이라 하기엔 교육 제도나 시스템이 없다. 이런 학생 아닌 학생들이 전국에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열심히 노오력도 해보고, 간절히 바라면서 우주의 도움도 기다려봤다. 하지만 쉽지 않았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구원도 비슷한 것 같다. 우리는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돈과 봉사로써 노오력을 하고 우주의 기운을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교회가 알려준 구원으로 가기 위한 관문을 통과하려다 낙오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예수님은 ‘짐을 내려놓고 본인에게 오면 쉬게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목표 설정 이유나 과정을 까먹은 채, 목표달성 그 자체만을 맹목적으로 쫓는 바보가 되지 말라는 것으로 느껴진다. 

구원과 취업을 위해 당장 내가 어떤 대단한 것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목표를 정한 이유와 소소한 행복을 기억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기에, 나는 꾸준히 일상을 살아내면서 버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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