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을 먹으면서 드리는 기도
작성일 2013-04-21 07:48
작성자 정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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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도]
"언약의 하나님, 약속의 주님, 당신은 신실하셔서 언약을 온전히 지키시고 말씀하신 것은 반드시 이루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오늘도 당신의 신실하심을 의지하여 소망 가운데 하루를 살아갑니다.
하나님 아버지, 당신의 뜻은 우리가 측량할 수 없고,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는 시간과 과정도 우리가 능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우리에게 늘 말씀해 주시며 당신의 뜻을 신실하게 이루어 가심도 우리는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다만 당신의 신실하심을 신뢰하면서 인내하고 기다리며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도 마음에 새깁니다.
신실하신 하나님, 컵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리면서 문득 당신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바쁜 시간에 간단히, 그리고 빨리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먹는 컵라면이지만 오늘은 그렇게 물만 붓고 잠시만 기다리면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먹는 일 가운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님, 컵라면을 먹으면서 우리 인생도, 신앙도 그렇게 인스턴트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기도를 하면서도 빠른 응답을 바라고, 당신과 만나는 오랜 기다림과 침묵의 시간을 견뎌내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당신께서 주신 말씀을 숙고하고 되새김하면서 그 뜻을 알아가기 위해 인내하지 않고 쉬운 해설서나 간단한 설교에만 의지하려는 모습을 고백합니다. 인생의 광야시기를 경험하면서 신실하신 당신의 뜻을 구하기보다 불평하고 쉽게 포기하며 기다리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우리에게 보내주신 사람들과 깊이 관계를 맺기 위해서 시간을 들이고 헌신하기 보다 빨리빨리 관계를 규정짓고 그 사람을 판단해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공동체를 일구어가는 오랜 과정은 생략한 채 공동체의 열매만 누리려고 하고,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참 변화에 걸리는 시간을 살아내지 않는 모습도 있음을 고백합니다.
주님, 이미 완성되어 물만 부으면 되는 컵라면처럼 우리는 인생에서 도달해야 할 목표들이 금방 이뤄지고 그 과실을 바로 먹기를 바라는 마음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멸치 국물을 내고, 된장을 풀고, 감자와 호박을 다듬고, 꽃게를 손질하고, 두부와 양파를 넣고, 간을 보면서 찬찬히 찌개를 끓이는 것처럼 이 모든 자잘한 과정들을 신실하게 해 나가는 가운데 당신과 동행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과실나무를 심음과 동시에 열매를 맞볼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하나님 나라 사역도 거름을 주고, 가지치기를 하면서 오랜 헌신의 시간을 보낸 다음에야 열매를 볼 수 있음을 상기해 봅니다. 이처럼 때로는 아무런 변화나 눈에 보이는 열매가 없다하더라도 신실하신 당신을 의지하면서 작은 일부터 충성되게 행하는 일상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실하신 하나님, 속도를 강조하는 세상 속에서, 빠른 결과를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오늘도 당신과 함께 보조를 맞추며 걸어갑니다. 신실하신 당신의 약속을 믿습니다. 우리와 동행하시며 마침내 하나님 나라가 만개하기까지 이끄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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