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여는사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8-02-01 16:17본문
“인간 생활이라는 것은 결국 일하는 것과 노는 것, 즉 긴장과 이완이다....몸을 똑바로 앉아서 집무하는 자세와 하루의 격무를 마친 뒤 편하게 몸을 소파에 던지고 쉬는 자세를 번갈아 취함으로써 우리는 생활의 최고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임어당, 생활의 발견)
<생활의 달인>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가끔 보게 됩니다. 그야말로 수 십년의 생활가운데서 “달인”이라고 불릴만한 경지에 오른 분들의 이야기들을 보여 줍니다. 609회 <생활의 달인>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중식 덕후가 등장합니다. 이 분은 피아노 조율사인데 직업상 전국을 다니면서 알려지지 않은 시골의 중국음식점을 다녀 보고 그 모든 것을 사진자료로 모으고 메모를 하고 다 기억하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자신의 전문 직업과는 전혀 딴판이지만 식사를 해결하여야 하는 생활의 필요가 이 분의 어릴 적부터 가졌던 중국음식에 대한 관심과 연결되면서 가히 달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경지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생활의 달인>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늘 비슷합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인내하며 자신의 일을, 혹은 평범한 자기의 생활을 유지하고 사랑하면 누구라도 달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어떤 프로젝트나 이벤트로 되는 것도 아니고 인위적인 조작으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애를 쓰고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쟁취한 것도 아닙니다. 생활이 그리고 여건과 환경이 준 선물이고 은혜입니다. 이건 흉내 낸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앙생활이란 생활의 신앙이다.”
이 화두는 우리 연구소가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정신입니다. <생활의 달인>의 관점에서 이 화두를 생각하다 보면 여러 가지 고민할 지점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신앙”이라는 것이 “생활”과 실제로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앙이란 단어가 생활이란 단어를 만나 “신앙생활”이 되면 이것은 속성으로 단시간에 경험할 수 있는 확실한 어떤 것들, 어떤 종교적인 프로젝트나 이벤트와 관련된 것들, 조금 애를 쓰고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로 여겨집니다. “값싼 은혜”가 신앙생활을 생활세계와 분리시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신앙생활은 교회당안에서, 종교생활, 공동체 생활안에서만이 아니라 오히려 “생활세계”안에서 구현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확실하기보다 모호하고 안타까운 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 속에서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께서 그 생활세계, 그 여건, 그 환경 속에서 선물로 주시는 살아있고(生) 활력있는 혹은 움직이는(活) 알짬을 경험하게 하십니다.
여러 모양으로 종교체제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현상들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종교체제들과 함께 우리의 신앙생활이 무너져 내리지 않는 비결이 있습니다. 그것은 생활의 신앙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생활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심, 생활의 눈으로 성서를 새롭게 보는 것, 예배당과 종교체제를 넘어선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한 이해, 사적이고 신비적인 윤리의식을 넘어서서 생활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공적인 책임윤리, 세계시민적인 공동체 의식 등이 들어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올해의 모토 “새로운 일상, 생활이 온다” 에 주목할 일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