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여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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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웹지기 작성일 14-05-01 10:42본문
교회력으로 사순절과 고난주간이 겹치는 4월은 종종 “잔인한 달”이라는 별칭을 얻곤 합니다. 그것은 이 시즌에 개인적이든 사회적으로든 마음을 힘들게 하는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4월은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의 침몰사건이후 전 국민이 우울한 정서속에서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시간이었습니다.
일상생활에는 먹고 마시는 다반사(茶飯事)와 같은 소소한 일만 아니라 생노병사고(生老病死苦)의 중대한 사건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중대한 일들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점에서 소소한 일들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쉬울 듯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타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의 상황을 당하였을 때 마치 자신은 답을 가지고 있다는 듯이 가벼운 판단과 논평을 늘어놓는 것이 때로 스스로 사유와 공감능력의 천박함을 드러내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이 고난주간 중간에 일어났으나 책임당국의 무능과 복마전속에서 아무런 해결을 보지 못하고 부활절 아침을 맞게 되자, 그리스도인들 특히 부활절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교회지도자들, 설교자들이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이게 되었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혹은 신학을 공부했고 교회의 지도자라고 해서, 모든 일상생활의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답을 갖고 있다거나 혹은 반드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믿는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안다거나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철학에 영향을 받은 신학은 하나님은 너무나 전능하시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꿈쩍하지 않으시고 아무런 감동하지 않으시는 무감동의 신이라고 믿습니다. 이런 개념의 하나님을 믿기에 자신도 일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꿈쩍하지 않는 굳건한 태도를 지니는 것이 마치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도 아니요 성경이 말하는 믿음도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철학의 하나님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결정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지시고 계시된 하나님이십니다. 인간의 고통을 보시고 마음이 움직이시어 그 아들을 보내신 성부하나님, 우리 인간의 곤경과 아픔에 직접 성육신하시고 동참하시며 심지어 눈물로 동감, 함께 하시는 성자 그리스도, 무엇을 이야기하고 아뢰야 할지 심지어 기도의 언어조차 말라버린 자들을 위해 대신 간구해 주시는 성령하나님, 이같이 인간과 피조물의 고통의 신음을 들으시고 마음을 움직이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이시라는 믿음이 성경적인 믿음인 것입니다.
이런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알고 있고 다 대답할 수 있고 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무덤덤할 수 있는 태도를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때로 우리는 그 이유를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지만, 아무런 대답조차 할 수 없어 마음 답답하지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면서, 이 인간의 고통 속에 함께 아파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하나님이 이 고통속에서 신음하는 자들, 힘없는 자들, 가난한 자들의 신음소리를 반드시 들으시는 은혜의 하나님이시고 대신에 불의한자들, 힘있는 자들, 불의로 이를 구하려 한 자들에게 반드시 갚으시는 정의의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붙잡는 것입니다.
당장 우리에게 5월이 마냥 공휴일이 많아 놀기 좋은 그런 시즌으로 가볍고 즐겁게 다가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의 망각의 능력(?)으로 인해 금새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다 잊고 일상성속에 매몰되어 지나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요 며칠간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의식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우리가 변화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삼위하나님을 믿는 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믿음을 우리의 이웃들과 사회 속에서 어떻게 드러내는 것이 진짜 사랑이며 참된 소망을 보이는 모습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입니다.
일삶구원 지성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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