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여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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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웹지기 작성일 14-09-01 07:52본문
“우리들은 너무도 신속하게 자신의 삶을 (그 삶이 어떤 것이든지 간에) 스스로 ‘일상’이라고 부르는 삶으로 만들어간다. 안락하고 잘 먹고 자기 집의 편안한 의자에 앉아 조용한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엄청난 박탈임에 분명한 수용소의 삶을 불과 몇 달 만에 그저 ‘삶’이 되게 만들었다.”
오늘 읽고 있는 「산둥수용소」의 한 부분에 묘사된 “일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본이 패전하기 직전 중국을 지배하던 1940년대 영국, 미국 등 중국에 사는 외국인들을 수용소에 살도록 하는 조치를 하는 데 이 수용소에서의 이야기를 일기로 기록해 두었던 랭던 길키가 쓴 일종의 자서전적 소설입니다. 그는 다음 대목에서 이렇게 계속 글을 이어갑니다. “뭐든지 ‘일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인간의 성향에 대해 깊이 생각하다가, 나는 이런 자질이야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3개월 전에는 극심한 공포였던 현실을 이제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은 누릴 수 없는 과거의 편리에 대해 이렇게 금방 잊을 수 있다니, 얼마나 축복인가! 무엇보다도 참고 견디는 법을 배워야 했던 이 거친 삶이 그래도 계속되리라고 받아들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분명히 이런 자질 덕분에 인류는 그 숱한 역사적 비극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자질 덕분에 인간은, 다음 순간 연약한 피조물을 위협할 수 있는 극심한 위험도 견딜 수 있었다(91,92).”
우리의 삶을 헤집는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 우리의 삶이 쉬이 피폐해지고 정신이 없다가도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가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는 이 책에서 이런 일상으로 회귀하여 일상을 누리는 것의 가치뿐 아니라 다시 돌아온 일상 속에서 소위 일상성(日常性)에 함몰될 가능성, 즉 우리의 삶의 배후에 깔려 있는 추악한 모습들이 드러나는 것도 잘 묘사하고 있는 책인 듯 하여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랭던 길키, 「산둥수용소」, 새물결플러스 간)
8월의 연구소는 9월에 곧 출간하게 될 연구지 Seize Life의 원고를 교정하는 일과 29일 부산의 연구자 모임인 <탐구공간 뜰>과 함께하는 <변방의 북소리>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일을 중점으로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우리 교회사의 광맥에서 미션얼과 일상에 대한 강조를 찾아 보려는 막장서원은 일단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읽기를 마쳤고 9월부터 심화된 작업을 하려고 기획중입니다. 9월은 추석을 끼고 있어서 아무래도 추석을 지나고 연구지가 발간되어 배포될 예정입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페이스북이나 홈페이지 혹은 메일을 통해 연락 주시면 상세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일상성(日常性) 속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일상의 신비와 가치에 눈을 뜬 9월의 삶이 되도록 서로 격려하길 원합니다. 복된 추수감사의 절기, 추석 되시길 바랍니다.
일 삶 구원 지성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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