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연구소 ELBiS Club 아가 6. 임은 나의 것, 나는 임의 것(2,16-3,5)_ 1704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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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선약수 작성일 17-05-01 18:16본문
6. 임은 나의 것, 나는 임의 것(2,16-3,5)_ 170410월
여우떼를 잡아달라는 여인의 부탁을 받고 임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여인은 임이 바람 불고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오기를 빌며 노루 처럼, 날랜 사슴 처럼 속히 돌아오라고 노래합니다.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은 애절하기 그지 앖습니다. <아가>를 함께 읽고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다 말고 일어나 임을 찾아헤매는 여인의 모습에서 애틋함을 느끼는 한편 섬뜩함도 느꼈습니다. 그만큼 여인의 마음이 절절했다는 것이지요.
임이 여인을 떠나있는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정말로 오랜 시간 떨어져 있어서 임을 그리워하는 것일 수도 있고, – 뜨겁게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듯 – 실제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 짧은 시간이 한없이 길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를 찰나와 영원 사이에서 여인은 임 그리워 애가 탔습니다. 잠자리에 누우면 임이 그리워 견딜 수 없어 벌떡 일어나 온 성을 돌아다니며 임을 찾습니다. 마치 1장 7절에서 사랑하는 임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던 상황이 반복되는듯 합니다.
거리와 장터를 돌아다니며 임을 찾아 헤맨 여인의 시도는 마침내 결실을 맺습니다. 여인은 애타게 그리던 임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여인은 힘들게 찾은 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꽉 붙잡고 어머니 집으로 갑니다. 함께 읽은 <공동번역>에서는 “나는 놓칠세라 임을 붙잡고 / 기어이 어머니 집으로 끌고 왔다네”(4절)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놓칠세라”, “기어이”, “끌고” 등의 번역어가 여인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인이 도착한 곳을 묘사하는 대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나를 잉태하던 바로 이 방”이 두 사람이 도착한 곳입니다. 여인의 부모님이 사랑을 나누었던 장소로 임을 데려간 까닭은 무엇일까요? 혹 임에게 “이 방에서 우리 부모님이 사랑을 나누셨지요”라고 말한다면, 임은 그 말을 어떤 신호(!)로 받아들였을까요?
<아가>는 그 방에서 일어난 일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노래의 커튼을 칩니다. “들판을 뛰노는 노루 사슴 같은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아, / 이 사랑이 잦아들기까지 / 제발 방해하지 말아다오. / 흔들어 깨우지 말아다오.”(5절) 커튼 뒤에서 두 사람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는 상상해볼 수 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앞서 여인이 “임은 나의 것, 나는 임의 것”이라 노래했던 것처럼(16절), 내가 그가 되고 그는 내가 되는 지극한 일체감을 맛보는 아름다운 시간이었겠지요.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주님이 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 홍삼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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