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신대ELBiS 룻기 2장 17-23절 "은혜가 앞섭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상선약수 작성일 09-03-26 10:41본문
룻기 2장 17-23절_ 은혜가 앞섭니다
2009년 3월 25일 수요일
2009년 3월 25일 수요일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은 룻기 2장의 하반부를 나누었습니다. 룻기 2장은 1장에 비해 전반적으로 밝고 희망적입니다. 오늘 함께 살펴본 나오미와 룻의 대화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데 두 사람의 대화는 독특한 사건 사이에 끼어있습니다. 전문맥에서 보아스와 룻이 처음 만나며, 후문맥에서는 두 사람이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문맥의 흐름상 나오미와 룻의 대화는 보아스와 룻의 관계에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대화의 시발은 이랬습니다. 하루 종일 고단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룻을 맞으며 나오미는 깜짝 놀랐습니다. 룻이 가지고 들어온 것이 예상을 넘는 양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룻은 주운 이삭 외에 볶은 곡식까지 가져왔습니다. 이게 왠일인가 틀림없이 놀랬을 겁니다. 그래서 나오미는 룻에게 물었습니다.
“얘야, 너 오늘 누구네 밭에서 일했니? 니가 가져온 걸 보니 너에게 특별해 배려해준 사람이 있었나보구나.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복주시길…….”
“어머니, 보아스라는 사람을 혹시 아세요? 오늘 그 사람의 밭에서 일했어요.”
“세상에… 어쩜어쩜…… 하나님, 그분에게 복주소서! 그분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친절하신 분이구나. 얘야, 그분은 우리의 가까운 일가란다. 우리를 맡아줄 사람 중에 한 분이기도 하지.”
나오미는 손뼉을 치며 룻에게 말했습니다. 나오미의 밝은 얼굴을 보며 룻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랬군요. 어머니, 이젠 여기저기 떠돌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그분께서 다른 밭에 가지 말고 자기 종들과 함께 머물며 일하라고 하셨어요.”
“그래?”
돌연 나오미가 뭔가를 생각하더니 말을 계속했습니다.
“얘야, 그 밭에 계속 머무는 것은 좋을 거 같구나. 하지만 거기서 그분의 여종들과 같이 있는 것이 더 좋겠다.”
룻은 나오미의 말에 순종했습니다. 보리 추수가 끝나고, 밀 추수가 끝날 때 까지 룻은 보아스의 밭에 머물며 그의 여종들 가까이에서 이삭을 주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다시피 추수가 끝난 후 타작마당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급물살을 탑니다.
이상이 본문의 흐름입니다. 우리는 본문을 살펴본 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첫째, 왜 나오미는 ‘보아스’라는 이름을 듣고 그렇게 구구절절히 이야기했을까요? 둘째, 왜 나오미는 룻에게 ‘소년’들 곁에 있지 말고 ‘소녀’들 곁에 있으라고 말했을까요? 셋째, 22절에서 나오미가 했던 말은 이미 보아스가 8절에서 하지 않았나. 왜 같은 내용이 두 사람의 입을 통해 반복되었을까요?
우선 보아스가 어떤 사람인지 함께 생각해보았습니다. 보아스는 꽤 나이가 있는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오미가 보아스를 두고 ‘그가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에게 은혜 베풀기를 그치지 아니하도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 나오미가 베들레헴을 떠나기 전부터 이미 보아스는 그 지역에서 유력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3장 10절에서 룻에게 ‘네가 젊은 자를 따르지 않았구나’라고 보아스가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생각이 더욱 짙어집니다. 그리고 4장 12절에서 백성들이 보아스에게 ‘이 젊은 여자로 말미암아 네게 상속자를 주사’라고 말했습니다. 보아스에게도 후사가 없었다는 말입니다. 처음부터 미혼이었든지 아니면 상처한 홀아비였든지, 그도 아니면 돌싱(‘돌아온 싱글’의 줄임말. 이혼자를 지칭)이었든지 간에 현재 보아스는 홀몸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오미가 이미 말했듯 보아스는 어려운 사람들을 선대하기로 소문난 인물이었으며, 결정적으로 엘리멜렉 일가의 기업을 무를 사람이었습니다. 베들레헴을 떠날 때 팔아버린 재산을 다시 사서 엘리멜렉 가문에 되돌려줄 책임을 지닌 사람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그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을까요? 나오미는 룻에게 남종들 곁에 있지 말고 여종들 곁에 있으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신기한 것은 이미 보아스가 룻에게 동일한 이야기를 했지만 룻이 다르게 전했다는 점입니다.
2:8 보아스가 룻에게 이르되 내 딸아 들으라 이삭을 주우러 다른 밭으로 가지 말며 여기서 떠나지 말고 나의 소녀들과 함께 있으라
2:21 모압 여인 룻이 이르되 그가 내게 또 이르기를 내 추수를 다 마치기까지 너는 내 소년들에게 가까이 있으라 하더이다 하니
룻이 실수한 것인지 일부러 잘못 전달한 것인지, 고의성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보아스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나오미는 룻에게 보아스가 한 것과 거의 같은 말을 했습니다. 8절과 22절은 ‘다른 밭에 가지 마라’와 ‘소녀들과 함께 있으라’는 두 가지 말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 중 후자는 성적(性的) 안전을 위한 권면일 수도 있을 것이며, 보아스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굳이 이상한 소문나지 않도록 행실을 조심하라는 것이지요. 룻의 실수(혹은 고의라 하더라도)를 넘어선 나오미의 혜안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나오미는 룻이 좋은 베필을 만날 뿐아니라 자기 가문이 회복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며 앞으로의 구체적 행동방침을 알려준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나오미의 구체적 지침은 보아스의 입을 통해서 이미 한 번 말해졌던 내용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사람의 지혜와 준비가 전적으로 무가치하지는 않지만 그보다 앞서 하나님이 이미 일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사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러나 언제나 은혜가 앞선다는 것, 언제나 하나님이 우리 앞서 일하고 계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우리 모임의 짧은 역사(?)에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처음 대학원에 합격한 후 저는 대학원에서도 일상생활성경연구(ELBiS) 운동을 하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신입생 OT에서 S이단에 대한 특강을 들으며 심각해지는 원우들의 표정을 본 후 ‘일이 어려워지겠다’ 싶었습니다. 자칫 아무나 붙잡고 성경공부하자고 했다가는 S이단으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먼저 지도교수님을 모시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을까?’라는 등 여러 생각을 하며 한동안 끙끙거리다가 결국 모임을 조직할 생각을 일단 내려놓고 한 형제와 일대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며가며 구경하던 원우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식사하다가 그냥 몇 마디 던졌는데 자연스럽게 모임에 합류하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처음엔 두 사람이 시작했는데 세 번째 모임은 넷이서 하게 되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성장(?)입니다. 우리 앞서 행하시고 사람을 준비시키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며 오늘 또 한 번 크게 감사드렸습니다.
룻기 절반을 살펴본 이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룻기는 고단한 상황을 사는 백성들에게 임한 하나님의 은혜를 거듭거듭 이야기해주고 있었습니다. 고단한 일상, 지혜가 많이 필요한 험악한 세월을 살아가면서도 우리 앞서 우리 길을 예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날마다 묵상하며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홍정환 전도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