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ize Life 제9호 일상, 하나님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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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9-06-18 20:24본문
[연구지 읽기] https://drive.google.com/file/d/1GHxUmClvaM6UPFApgeuWIda611FH6SjN/view?usp=sharing
발간사 | 지성근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소장)
“하나님의 나라”와 관련한 개인적인 기억들로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1980년대 중반 신학교 입학을 위해 열심히 라틴어와 헬라어를 배우던 시절, 남들은 매일매일 허덕이며 단어 외우고 노심초사하는데 유독 한 친구가 유유자적하게 헤르만 리델보스의 두꺼운 원서인 The Coming of the Kingdom(후일 엠마오에서 「하나님 나라」로 번역 출간됨)을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열등감도 생기고 하여서 그 친구가 들고 다니던 그 책의 제목이 그 이후로도 뇌리 속에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왔던 그 단어들이 그 이후로도 중요한 신학적 주제로 머리 속에 각인이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게할더스 보스나 죠지 래드와 같은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하나님 나라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성경신학에서도 그레엄 골즈워디의 하나님 나라 시리즈들을 통해 신학적인 거대담론으로서의 하나님 나라에 점점 익숙해 질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나님의 나라”라는 이슈는 소위 진보주의 신학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것인데 점점 이 주제가 신학적인 담론뿐 아니라 복음주의 학생운동권의 담론의 주요한 기초가 되어 갔습니다. 당연히 하나님 나라가 영토라기 보다는 다스림과 주권과 더 깊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신학적인 거대담론으로서, 혹은 사회참여와 복음전도와 같은 복음주의 운동을 위한 이상을 제시하는 일종의 비전으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야기하는 데는 익숙해져 갔지만,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단순히 죽어서 가는 천국으로 생각하거나 교회로 환원하여 버리는 잘못은 극복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정작 “하나님의 나라”는 이론적이거나 이상적인 구호로 그쳐버린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워낙 큰 주제이고 너무나 이상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손에 잡히지 않는 신학적 대화의 자리에서나 혹은 젊은이들이 이상을 꿈꾸는 자리 같은 데서 꺼낼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하였고, “하나님의 나라”를 구체적인 생활세계 속에서, 허드렛 일상의 삶에서 생각하고 경험하는 법을 잘 가르치거나 배우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이제 때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다양하고 심도 있는 신학적인 숙고와 심금을 울리는 이상과 꿈의 제시가 구체화되고 현실화되어야 할 때 말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저 이론이나 이상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체적인 현실입니다. 그것은 역사를 꿰뚫고 들어와 이 땅에서 몸을 입고 시간과 공간을 사셨던 현실적인 인물 예수 그리스도 속에서 온 것이며 드러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하나님의 나라 역시 이 땅에서 몸을 입고 시간과 공간 속에서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활세계 속에서 경험되는 것이며, 일상생활이 하나님의 통치 가운데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계획과 경륜이라는 거대담론을 구성할 뿐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우리의 일상 속에서 경험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결코 인간의 노력의 산물이 될 수 없는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를 의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신비로서의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 인생의 생활세계 속에서, 일상의 허드렛 다반사에서 경험되어지는 실재입니다. 일상은 하나님의 나라요 하나님의 신비입니다.
이번 연구지의 특집은 이런 배경에서 구성해 본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라는 거대담론이 어떻게 신학 내부에서도 일상생활과 연결되는지를 신학분과별로 기고해 주셨습니다. 교의학의 입장에서 박영돈 교수, 구약신학의 입장에서 김근주 교수, 신약신학의 입장에서 조석민 교수, 그리고 실천신학의 입장에서 김선일 교수의 글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목회·영성의 측면에서 전남식 목사, 교육의 측면에서 도세훈 교수, 정치와 사회참여의 측면에서 구교형 목사, 그리고 정치·경제·통일의 문제를 아우르는 글을 박삼종 대표가 기고해 주셨습니다.
<일상에 대한 묵상>을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연재해 주신 강영안 교수께서는 이번 아홉 번째 글에서 “타자”의 문제를 일상과 연결하여 기고해 주셨습니다.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타자” 혹은 “이웃”은 간과할 수 없는 존재이며 그런 점에서 이번 글 역시 반드시 숙고하여야 할 내용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구지의 제호를 써 주신 캘리그라퍼 임정수 선생께 대한 감사를 덧붙입니다. 몇 년 전부터 종교개혁 기념주간에 펼치는 본 연구소의 <일상생활사역주간>을 위해 일상생활사역을 강조하는 주제 문구를 재능기부해 주고 계시는데 이번 <일상생활사역주간>의 주제와 연구지의 주제가 같기 때문에 기부해 주신 글씨를 제호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무쪼록 이 연구지가 여기저기에서 읽히고, 인용되고, 회자되면서 “일상, 하나님의 나라”라는 고백이 신학을 비롯한 학문세계와 다양한 운동의 영역과 구체적인 생활세계 속에서 편만해지기를 바랍니다.
<목차>
[발간사] 지성근 _ 6
[연재] 일상에 대한 묵상(9) : 타인은 우리에게 누구인가? / 강영안 _ 9
[특집] 일상, 하나님의 나라(Daily Life & the Kingdom of God)
‘지금 여기서’ 누리는 하나님 나라 / 박영돈 _ 33
일상에서 경험하는 하나님 나라 / 김근주 _ 44
하나님 나라의 오해와 진실 / 조석민 _ 58
일상 속에 임하는 하나님 나라 / 전남식 _ 70
하나님 나라와 일상: 응답과 교육 / 도세훈 _ 81
하나님 나라 백성의 전도 - 결국은 아름다움이 전도할거야 / 김선일 _ 92
하나님의 정치와 사람의 정치, 그리고 하나님나라 / 구교형 _ 102
하나님 나라에 나타난 삼위일체 하나님의 공동체적 형상과 일상의 주권자 권력 / 박삼종 _ 114
[책소개] 홍정환 _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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