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의 영성"을 생각하며 (방송준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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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한신 작성일 08-12-29 08:02본문
부산 CBS 방송 - 월요일을 기다리는 사람들
2008년 12월 22일 방송분 준비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정한신 기획연구위원
주제 : 설거지와 일상생활의 영성
▲ 에피소드와 묵상거리들
1. 설거지를 하면서...
저는 소위 의미있을 일을 추구하고 시간을 그렇게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공부를 하거나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에 시간과 정력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지 일상의 소소한 일들, 예를 들어서 설거지나 청소같은 것은 언제나 후순위로 두었기 때문에 다른 가족들이 그 일들을 전담하곤 했지요. 사실 결혼 전까지는 그런 일들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서 설거지를 하루만 미뤄도 집안이 엉망이 되고 집안이 살 곳이 못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살림을 사는 것이 정말 귀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답니다. 요즘은 아내가 임신을 하고 나서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답니다.^^ 그래도 아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작은 손길로 집안이 깨끗해 진 것을 보면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물론 어떨 때는 정말 하기 싫은 때가 있어요. 그럴 때에는 조금 미뤄보기도 하지만 결국 설거지나 청소같은 일을 하고 하지 않는 것이 정직하게 그 결과가 드러나는 것이니까 할 수 밖에 없지요.
2. 설거지와 일상생활의 영성(설거지의 의미)
(1) 설거지는 살림의 행위입니다.
작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처럼 보이고 덜 중요해 보이는 일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삶을 제대로 만들어 주는 살만한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살림의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림을 산다라고 하는 말이 '죽음'에 대응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설거지나 청소같은 일을 하루만 게을리 해도 사는 곳이 사는 곳이 아닌 환경이 되는 것이니까요. 설거지는 살림의 행위입니다.
(2) 설거지는 깨끗하게 구비하는 행위입니다.
설거지는 정갈하게 하는 행위이기도 하지요. 그릇이 깨끗해야 먹을 음식을 담을 수가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정결하게 구비되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3) 설거지는 공동체를 섬기는 귀한 일입니다.
설거지는 무엇보다 공동체를 섬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드렛일을 잘 감당하는 이가 없으면 그 공동체는 제대로 유지될 수 없는 것입니다. 모두가 소위 중요한 일들을 하는데만 나서고 설거지나 청소같은 것을 하지 않으려 하면 공동체는 곧 망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가정에서 이런 허드렛일을 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주부만이 이런 일을 하라는 법은 없는 것이지요. 공동체는 함께 꾸려가야 하는 것이니까요.
(4) 설거지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설거지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백번의 사랑한다는 말보다 힘들어하는 배우자를 위하여 청소를 해 주고 설거지를 하고 필요들을 채워주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5) 설거지와 같은 허드렛일도 예배이며 사역입니다.
그리고 설거지와 같은 허드렛일들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이며 사역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루터는 "젖을 물리는 엄마와 종교지도자는 각자의 일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역을 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 설거지를 하면서 드리는 기도
주님, 오늘도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먹고 마시고 살아갈 즐거움과 자유를 허락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감사하는 마음과 섬기는 마음으로 접시와 그릇을 닦으며 주님께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오늘도 설거지를 하면서 우리네 생활이 늘 정결하고 깨끗하게 주님 앞에 구비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양식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정갈한 그릇이 될 수 있도록 우리의 몸과 맘을 깨끗하게 하여 주소서. 그리고 매일 매일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밥을 하고, 빨래를 하는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이 일들이 곧 하나님께 드리는 최고의 예배가 되고, 공동체를 살리고 아름답게 하고 건강하게 하는 최고의 섬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그래서 일상의 허드렛일 속에서 작은 일에 충성됨으로 하나님 당신의 임재를 경험하고, 그 기쁨을 찬양하며, 섬김의 즐거움을 누리는 매일이 되게 하여 주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아침의 명상] 허드렛일의 가치 발견 /지성근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우리들에게 늘 있습니다. 의미있는 일은 늘 중대한 일이어야 한다는 전제와 함께 말입니다.
그래서 아이 셋을 키우면서 매일매일 밥해 먹이고 빨래하고 설겆이하고 집안 청소하며 하루를 보내는 살림살이에서 가치를 발견하여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허드렛일, 의미없어 보이는 일들이 사실은 인간의 삶에 가장 중요한 일들입니다. 주부가 하루만 일을 쉬어도 집안은 엉망이 되고 가정의 구성원들은 '죽음'을 경험합니다. 주부의 허드렛일을 '살림'이라 부르는 것은 그 일을 통해 가정이 '살림' 즉 생명을 누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작고 의미없는 것 같은 허드렛일이 중요한데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허드렛일을 가치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일이 많습니다.
심지어 삶의 진리를 이야기하는 종교 현상 속에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허드렛일의 중요함을 이야기하지 않고 허드렛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종교는 살림의 종교가 될 수 없습니다.
왕실의 안락한 요람이 아니라 허드렛 마굿간 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는 목수의 가정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자라셨고 허드렛일하던 사람들과 함께 갈릴리와 이스라엘이라는 역사의 현장에서 호흡하셨습니다.
늘 허드렛일이라는 일상의 소재를 가지고 진리를 가르치셨던 예수님은 직접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제자의 발을 씻는 허드렛 일을 감당하시면서 제자들에게 "너희들도 서로 이와 같이 하라"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결국 쓰레기 소각터인 골고다에서 인생의 허드렛찌거기와 같은 강도 두사람 사이에서 인류의 죄를 감당하기 위한 죽음을 대신 감내하시면서 그의 죽음이 우리의 '살림'이 되게 하셨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허드렛 일들은 그 일을 하는 우리에게는 '죽음'을 경험하게 하는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살림을 경험하게 됩니다. 나의 허드렛일이 가정과 가족,내가 사는 세상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www.KOOKJE.co.kr 2004년 08월 07일
첨부파일
- [CBS2회]설거지.hwp (29.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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