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톡톡크리스찬 #63 정치(2010년3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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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한신 작성일 10-04-06 06:52본문
부산 CBS 방송 - 월요일을 기다리는 사람들
2010년 3월 29일 방송분 준비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정한신 기획연구위원
주제 : 정치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책임
* 참고자료
김종옥, 정치의 의미-정치적 소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학가 통권 제104호, 2001.6.1
폴 마샬, 천국만이 내 집은 아닙니다, IVP, 2000
▲ 들어가면서
정치라는 말은 그 용어부터가 매우 광범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법과 민주주의와 정당과 정치인이라고 이야기할 때의 '정치'가 바로 오늘 다루게 될 정치입니다. 사실 정치는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져 보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정치는 우리의 일상을 규정하고 우리의 일상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끼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정치라는 것과 일상생활의 영성,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어떠한 관계에 있는 것일까요?
▲ 정치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부르심(소명)
하나님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골1). 바로 그 다스리시는 정치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세상과 사람들을 책임지도록 명령하셨습니다(창2:15, 창9:6).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다스리라고 맡기신 세상의 정치적 청지기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인류를 민족들로 나누시고 국가를 허락해 주셨습니다(행 17:26). 그리고 정부는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고유한 부르심에 응답하도록 요구됩니다(롬 13:1-7).
그러나 타락 이후 사람들은 억압과 폭력이 아니면 방종으로 점철되는 혼란스러운 정치의 역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소명을 다하라는 부르심은 종결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정치를 세상적, 마귀적 일로 규정하고 회피하려고 합니다. 반대 극단으로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정치적 혁명만이 이 사회를 하나님 나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처럼 집착하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양극단에서 벗어나 모든 정사와 권세를 다스리시는 주권자되신 하나님을 고백하면서 정치세계에 대한 온전한 소명의 길을 따라 걸어가야 합니다.
▲ 그리스도인과 정치의 의미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에게 정치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1. 정치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과 책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구속은 만물에 대한 구속입니다(골 1:20). 그것은 곧 정치적 영역에서의 구속과 치유도 포함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정치적 활동을 회피할 수 없으며 성경적 관점을 가지고 분별력 있게 참여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러므로 정치도 동일한 기독교적 사고방식으로 살아내야 할 영역임이 분명합니다.
2. 정치를 말할 때 우리는 각 사람의 권리가 정의롭게 보호되고 있는지, 사람들이 공평하게 존중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성경은 정치의 핵심으로 의인을 보상하고 악인을 처벌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창4:15, 창18:25, 출21:24-25, 롬13:1-8, 벧전 2:13-14). 하나님은 의로운 재판장으로서 우리에게 정의와 불의의 문제를 다루라고 말씀하십니다. 가인과 아벨의 사건을 통해 하나님은 정의로운 재판장으로서 스스로 직접 나서셨고, 노아 이후에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우리가 하나님의 정의를 집행하도록 위임하셨으며, 아브라함은 정의를 하나님 앞에서 호소하는 자로 훈련 받았으며, 모세는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을 바탕으로 개별적인 사건을 재판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모세를 돕는 재판장들이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성경은 이스라엘 역사 전체에 걸쳐 사사기, 사무엘서, 열왕기서에서 법률 제도와 정치 제도의 발전사를 세심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사들과 왕들은 선과 악을 현실세계에서 결정하는 정치적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신약에서도 사도 바울은 정부의 권력자들이 "네게 선을 이루기" 위해서 임명받은 "하나님의 사자"라고 강조합니다(롬13:4).
정치는 각 사람의 권리를 정의롭게 보호하는 일과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의도하시는 선과 정의를 세우는 것이어야 합니다. 특히 정의 수행의 핵심적인 부분은 가난한 사람들, 고아와 과부 그리고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변호해 주는 것입니다(출 22:21-24, 신 10:17,18, 시 72편 등). 또한 재판관은 특히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나님을 닮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안에서 지내는 외국인들과 거류자들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선포하셨으며, 재판관들에게 이스라엘 사람과 외국인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을 때 공정해야 한다고 요구하셨습니다(신 10:17-19, 출 23:12, 렘 22:3). 이런 측면에서 하나님은 법 앞에서의 평등을 요구하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권리와 평등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우리의 정치참여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3. 정치는 정부의 권위와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정부는 하나님의 권위 아래에서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정부의 권위에 순종하도록 부름받습니다(롬 13:1-8). 그러나 정부의 권위는 하나님의 권위 아래에서 청지기로서 섬기도록 주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정부에 대한 순종은 하나님에 대한 순종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순종이어야 합니다(행 5:29;4:19).
한편 정치 권력자들은 사람들의 총체적인 충성 혹은 최종적인 절대적 충성을 요구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것을 요구한다면 그들은 하나님의 종이기를 그치고 하나님의 자리와 권력을 찬탈하려고 시도하는 것입니다.
4. 정치는 삶의 문제를 전부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정부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자로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어나는 모든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과연 정부의 책임이 분명한지 물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많은 문제가 교회나 가정의 책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치를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전부로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 정치와 교회
1. 정치에 대한 회피의 태도와 부당한 정치권력를 정당화하는 정치의 시녀 역할에서 벗어나 선지자적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과거 교회의 역사를 보면 정치를 악마적, 세상적인 것으로 보고 아예 정치에 대하여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반대로 정치에 지나치게 유착되어 있어서 부당한 정치권력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양극단의 태도는 모두 정치에 대한 우리의 소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치가 하나님의 관심사이고 정치를 통하여 이웃을 사랑하라는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여야 함을 인식하면서 정치에 참여하여야 하고, 그러한 경우에도 교회가 정치화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정치가 하나님의 권위 아래에서 정당한 권력을 행사하는지의 여부를 선지자적인 태도로 온전히 비판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2. 정치적 분별력을 가지고 지속적인 인내와 관심과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헌신의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정치적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분별력입니다. 대부분의 정치적인 문제들은 단지 몇 개의 성경본문으로 단순화시킬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전체적인 정치적 과제와 정부의 적절한 역할에 대한 종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일해야 합니다.
특히 '십자군'을 연상하게 하는 성급하면서도 몇몇 이슈에만 집착하는 호전적인 노력들이 교회의 모습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짐 스킬렌의 다음의 지적을 우리는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는 단순한 도덕적 열심으로 한순간의 열정에서 행할 일이 아니다. 정치는 가정을 세우거나 사업을 운영하거나 농장을 경영하는 일과 아주 비슷하다. 정치는 매일매일 평생에 걸친 헌신과 인내와 꾸준함과 세세한 데까지 깊이 신경 쓸 것을 요구한다."
3. 구체적인 정치의 일상을 새롭게 하는 실천을 행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속적인 헌신의 태도를 전제로 하여 우리가 정치적 분별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구체적으로 정치의 현장에서 소명에 따라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먼저 성경적인 세계관으로 세계와 정치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의식이 형성되어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세상과 정치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더불어 이러한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성경적 대안을 모색하는 삶의 태도가 있어야 합니다. 칼 바르트는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이라고 선언하면서 이러한 태도를 역설합니다. 다음으로 구체적인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전문적이고도 실제적인 대안을 형성하는 일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 일은 해당 이슈에 대하여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을 선출하고 후원하며 이들에게 대안과 정보를 알려주는 일과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일을 통해 가능합니다. 아울러 교회의 팔로서 활동할 수 있는 시민단체들과 그리스도인들의 정책 그룹들의 사역을 귀하게 여기고 이를 돕는 일을 통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기독변호사회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정에서 성경적 시각으로 그들의 전문적 지식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이를 이슈화하고 법안을 제시하여 좋은 성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다음으로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것이라도 정치적인 것임을 인식하고 작은 변화를 위해 운동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정책화하는 일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설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지역의 결식 아동들을 돕는 일이나 노인들에 대한 복지시설을 확충하는 일, 환경을 개선하는 일 등에 지역주민으로서 이를 이슈화하고 작은 운동들을 만들어가며 해당 지역구 의원들에게 이 일을 위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일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현장에서 직접 입법과 행정과 사법을 감당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특히 이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격려하여야 합니다. 얼마전에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한 그리스도인과 메신저로 대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정책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한정된 예산 안에서 이것을 현실화하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치열한 고민 가운데 있는 그리스도인 정치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돕는 사역은 그야말로 그 자체가 진정한 사역이 되는 것입니다.
▲ 나가며 - 정치는 사역이다!
정치는 단지 누가 무엇을 얻느냐, 누가 권력을 가지느냐에 대한 싸움이 아닙니다. 정치는 그저 싸움과 죄악의 영역이 아닙니다. 정치는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사람들의 생명과 삶을 보호하는 일종의 사역이기도 합니다. 정치는 정의와 존엄성을 가져다 주는 수단입니다. 품위 있는 정치를 회복시키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사역입니다. 그리고 특히 전문 정치인 그리스도인들(예: 윌리엄 윌버포스 등)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역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는 어렵지만 필수적인 사역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 정치를 생각하며 드리는 기도
모든 정사와 권세를 주관하시고 다스리시는 왕되신 하나님, 유일하신 주권자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우리에게 선을 행하라고 세워주신 정부와 권력자들을 생각하면서 기도합니다. 이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하나님께 순종하는 섬기는 종들이 되도록 인도해 주소서. 하나님, 끊임없이 자신을 높이고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권력의 강력한 힘을 제어하여 주시고, 억압과 폭력이 아닌 섬김의 정치가 자리할 수 있도록 이 땅의 정치인들을 바로잡아 주시옵소서. 사람들의 권리를 바로 세워주고, 사람들이 받아야 할 마땅한 존중을 해 주며,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 법 앞에서 평등함을 구체적인 삶으로 만들어주는 정치가 되게 하여 주소서. 이 일을 위하여 힘쓰는 그리스도인 정치인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시고, 성경적인 관점에서 정치적 대안을 찾아가는 이들의 손을 들어 주시며, 특히 한국 교회가 정치의 시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선지자적인 모습으로 정치를 하나님 앞에 돌려드리는 소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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