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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톡톡크리스찬 #44 늙어감의 영성(11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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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한신
댓글 0 건 조회 6,621 회
작성일 09-11-0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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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CBS 방송 - 월요일을 기다리는 사람들

2009년 11월 2일 방송분 준비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정한신 기획연구위원

주제 : 늙어감(노화)의 영성

* ‘늙어감의 영성’에 관한 내용은 도널드 맥컬로우의 「모자람의 위안」(IVP)을 참고하여 정리하였고, 기타 교육사회학 관련 논문들을 참고하였습니다.

▲ 노화와 영성

기본적으로 인간의 노화는 크게 생물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선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신체적으로 출생 이후 일정시기까지 성장하다가 정점을 지나면서 노화가 시작되고 노화에 따른 기능저하나 만성질병 등으로 인해 사망하게 됩니다. 인지기능도 신체기능과 마찬가지로 성숙단계를 거쳐 노화와 더불어 감퇴하게 됩니다. 한편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출생 이후 사회화 과정을 거쳐 인격체로서 성숙해짐에 따라 사회적인 위상과 역할이나 경제적인 소득수준이 향상됩니다. 그 후 정점을 지나면 사회경제적인 지위와 역할이 점차 줄어들다가 궁극적으로 없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볼 때 노화는 인간의 성장 발달 과정 중에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생물학적 또는 사회학적인 관점에서는 주로 성장 또는 성숙의 뒤에 나타나는 쇠퇴 또는 상실을 의미하며 청장년기나 초기노년기의 사람들은 노화를 대체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물질지향적이고 합리적인 현대사회에서 노화는 결코 장점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노화를 지연시키려는 정보와 기술 개발, 각종 건강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노년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노화의 진행 속도를 늦춤과 동시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생활하는 기간을 연장하면서 사는 활기찬 노화, 성공적 노화, 건강한 노화, 생산적 노화, 긍정적 노화 같은 개념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신체적 건강, 경제적 안정, 사회적 지지, 봉사, 사회참여, 자율, 자아수용, 타인의 인정, 자기관리, 가족관계 등의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분야 연구자들의 견해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노화가 진행되는 일상적 상황 속에서 어떤 영성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요? 이를 몸의 한계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봅시다.

첫째로, 몸의 한계를 의미하는 노화를 받아들이고 몸에 대한 청지기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몸의 한계를 받아들일 때 결국 노화로 인하여 쇠퇴하게 될 몸에 대한 폭력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과 영양 섭취, 충분한 수면, 자외선 차단 등에 힘쓰는 것, 즉 몸의 선한 청지기가 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병이 예방되고 에너지가 극대화되고 수명이 연장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관리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건강관리는 건강이라는 유한한 목표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며, 건강이라는 목표 자체도 언젠가는 끝날 것입니다. 아무리 강건하고 아름다운 몸이라도 노화하여 죽습니다. 이 불가피한 사실을 똑바로 응시하여 진실로 받아들이면,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강박적 추구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노화에 대하여 싸우기 보다, 그래서 지는 싸움을 싸우고 있다기 보다는 다양한 단계를 지나는 하나의 여정에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매 단계 마다 우리 몸은 새로운 한계들을 만납니다. 그런 한계와 맞서 싸우기보다 오히려 그것을 수용하고 삶 속에 통합하여 힘과 에너지를 극대화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은 얻을 수 없는 것들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제어할 수 있는 일들에 선한 청지기가 되는 것입니다. 예컨대, 60세의 노인이 관절염을 극복하기 위한 일념으로 통증을 무시한 채 열심히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60세의 관절염은 정상적인 한계로 받아들이고 달리는 거리를 좀 줄이고, 쉬는 날을 늘리는 등 그 한계를 수용하면서 몸의 청지기로 사는 것입니다. 운동의 필요와 노화의 현실을 동시에 존중하면서 한계를 우리 삶 속에 수용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는 싸움에 대한 불안이 아니라 평안으로 이끌며 전체적인 건강을 증진하는 길입니다.

둘째로, 우리 자신이 몸 이상의 존재라는 점을 깨닫고 몸의 한계 너머에 있는 인생의 의미와 섬김, 세상에 대한 기여 등을 생각하며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노화를 통하여 점점 더 몸의 한계를 절감하게 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성적으로 매력적이지도 못하고 강한 면모를 보이지도 못합니다. 그러할 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립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잘못된 것입니다. 자신의 가치와 안전의 근원을 단순히 몸에서 찾는다면, 이는 몸의 역량 이상의 것을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몸이지만, 또한 몸 이상입니다. 우리는 몸과 더불어 영혼이기도 하고, 그 영적 차원은 관계 속에 존재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에서 말입니다. 몸의 한계 가운데 스스로의 인생을 제한하고, 섬김을 제한하고, 세상에 대한 기여를 제한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이를 뛰어넘는 삶으로 우리는 부름을 받고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몸의 한계 속에서 밝은 영혼이 드러나는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셋째로, 몸의 한계는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노화로 인하여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되면 우리의 삶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재편됩니다.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 바뀌고 더 이상 많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화 과정의 사람들은 삶을 느리게 살면서 하나님께서 일상 가운데 베푸신 은혜의 순간들을 더욱 잘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몸의 한계로 인한 주변세계의 축소는 내면세계의 성장을 독려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몸으로 인한 제약으로 인해, 노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인해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른 많은 이들이 고백하는 것처럼 우리는 하나님과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더욱 명료한 의식과 깨달음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삶의 한계에 도달했을 때, 그 한계 속에서 삶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넷째로, 노화로 인한 감각의 쇠퇴가 진행될 때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신 오감과 몸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모두 감사와 경이로 받아야 할 선물임을 깨닫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더욱 지혜로운 모습은 물론 노화가 진행되어 우리의 감각이 하나씩 무뎌지고 작별을 고하기 전에 이러한 감각들과 몸의 기능들에 대하여 감사하며 송축하며 즐거워하며 사는 일일 것입니다.

▲ 늙어감을 생각하며 드리는 기도

인생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지금 우리가 겸손히 당신 앞에 나아와 무릎을 꿇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 몸이 쇠퇴하고 마침내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당신과 함께하는 여정임을 알기에 또한 감사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교만함으로 노화를 부인하고 죽음을 회피함으로써 하나님 당신을 부인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노화의 과정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청지기적인 태도로 몸의 한계를 인정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또한 노화를 통해 몸의 한계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더욱 섬기는 자리로 나아가며 내적인 성장과 당신을 알아가는 기쁨을 더하게 하여 주소서. 무엇보다 노화가 진행되어 감각을 상실하기 전에 우리에게 주신 오감과 몸의 기능들에 감사하며 송축하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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