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일상사연 - 하지혜님(음악과 영화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낭만 가득한 사회복지공무원) > 일.삶.구.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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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2019년 3월 일상사연 - 하지혜님(음악과 영화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낭만 가득한 사회복지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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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 건 조회 4,229 회
작성일 19-03-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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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일상사연 코너는 폴 스티븐스가 제안한 인터뷰 질문에 기초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려 합니다.

 

1. 무슨 일을 하고 계시나요? (What do you do for a living?)

 

사회복지공무원입니다. 2012년 4월에 임용되어 지금까지 일하고 있으니 횟수로 8년차에 접어드네요. 사회보장급여 및 서비스 신청과 접수, 복지대상자 소득재산 조사 및 대상자 관리, 복지관련 예산 집행 및 사업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중 소득재산 조사 및 예산집행과 사업계획은 본청(시도 및 시군구)에서 주로 맡고, 그 외는 읍면동에서 주로 이루어집니다. 저는 동에서 1년 정도 근무하다 시청으로 발령나서 계속 시에서 근무했고, 약 1년 반 전에 면사무소로 발령나서 현재까지 근무중입니다.

 

2.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습니까?(How did you come to be doing the work you now do?)

 

원래는 화학 교사를 목표로 화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대학 입학 후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풍물패 활동을 하게 됩니다. 당시 제가 활동한 풍물패는 한총련 계열로 집보다 미군부대 앞이나 서면 천우장 등 시위 장소를 더 자주 다녔습니다. 그때 느꼈던 게 저는 우물안 개구리였고 세상엔 제가 모르는 불합리한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풍물패를 그만두고 기독교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당시 저와 같이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후배가 저희 집에 놀러왔다가 학자금 대출 현황을 확인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시위하면서 느꼈던 세상의 불합리함이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 이런 상황들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단 생각에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며 방송사 언론고시를 계속 응시했지만 전부 탈락했습니다. 그렇게 3년 정도를 취준생으로 보내는 저를 보고 부모님께선 일체의 지원을 끊으시겠다 하셨고 저는 울며 겨자먹기로 집 근처 동사무소에서 '행정인턴'이라는 이름의 10개월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게 됩니다. 다른 동사무소는 모르겠지만 저는 다행히 아예 복지분야 업무 중 보육업무를 맡아 직원에 준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책에 대해 알려면 정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경험해봐야겠다고 생각하여 사회복지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였고, 다행히 합격해서 현재까지 근무중입니다.

 

3. 어떻게 일하시는지 평상시 하루 일과를 이야기해주세요.(Describe what you do in an average day?)

 

우선 9시 출근, 6시 퇴근입니다. 필요에 따라 야근도 합니다. 행사가 있을 때에는 주말에도 출근합니다. 저희는 시간대별로 업무가 나눠지는 게 아니라서 하루 일과를 체계적으로 이야기하기는 힘듭니다만, 보통 대상자분들이 사회보장급여 및 서비스 상담을 하러 오시면 상담을 통해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확인한 뒤 관련서류를 안내해드리고 접수받는 게 주 업무입니다. 특별히 제가 근무하는 곳은 노령인구가 많아 서류 작성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서 그분들이 꼭 준비하시거나 직접 작성하셔야 하는 서류가 아니면 제가 대필해드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외 본청 및 여러 기관에서 요청하는 자료를 만들기도 하고, 필요시 가정방문을 나가기도 합니다. 때로는 민원분들이 오셔서 사회보장급여나 서비스에 불만을 가지시고 저희에게 하소연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그 하소연을 들어드리고 마음을 풀어드리는 것도 업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네요.

 

4. 일하시는 중 마주치게 되는 문제(이슈)가 있다면 무엇입니까?(What are the issues you face in your daily work?)

 

'누가 더 생활이 힘들고, 어떤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

 

예산이나 자원은 늘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목표지만 대상을 고르는 게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 직접 경험했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세대에 30만원의 후원금이 각 읍면동별로 배분되었습니다. 후원금은 보통 5~20만원 정도 배분되기 때문에 30만원은 꽤 큰 돈이었습니다. 어떤 집에 이 후원금을 지원해줄까 고민하다 수급자 가정 중 가장 가구원이 많은 집에 후원금을 지원해주었습니다. 가구원이 많으면 생활비도 많이 필요할 것이고, 이 집은 아버지 혼자 초등학생 아이 세 명을 키우기 때문에 학원비 등 돈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희 면에 있는 다른 복지직 선배가 그걸 알고 왜 그 집에 배분을 해줬냐고, 그집은 아버지가 일을 하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 집 말고 다른 집이 있지 않냐며 몇 명의 이름을 이야기하는데, 다들 최근에 후원금이나 후원물품이 나갔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차라리 소득재산 조사나 관리면 눈에 보이는 수치와 기준이 있기에 객관적으로 줄을 세울 수 있다지만 후원 업무는 담당자의 주관이 배분대상자 결정시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저 이슈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5. 당신의 믿음이 그런 문제들을 다룰 때 어떤 점에서 뭔가 다른 도움이 됩니까?(What difference does your faith make to how you deal with those issues?)

 

사실 이 부분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굳이 이야기한다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준다고 할까요. 저는 시에서 조사관리 업무를 3년 가까이 보다 보니 민원인들을 대할 때 소득과 재산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만약 이 시선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위에서 예로 들었던 그 집은 후원금을 받을 수 없었을 겁니다. 소득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소득이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분명 각자의 상황이 다 있다고 생각하게 되니 이전에 가졌던 시각이 많이 바뀌더라구요. 예수님도 그러시지 않았을까요. 소득과 재산으로 줄을 세우기보다 모든 사람들의 필요를 최대한 채워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6. 매일 하시는 일을 소명이라 생각하십니까?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Do you see your daily work as a calling? If so how?)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직업을 택한 것도 추후 사회복지정책 관련 공부를 할 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오래 근무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어쩌다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지만요.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제 삶을 쭉 돌아볼 계기가 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는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늘 삶의 목표랄까, 그런 걸로 생각하고 있었더라구요. 이걸 깨닫고 나니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다른 이들을 돕는 삶을 계속 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7. 하고 계시는 일중에 그것이 실제로 일종의 사역이라 느끼는 면이 있습니까? 있으시다면 그 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Are there dimensions of your work that you feel are actually a ministry? Describe.)

 

저는 제가 행하는 모든 업무가 다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서 말씀만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뿐이죠. 물론 그 사역을 제가 잘 수행하고 있다는 자신은 없지만요.

 

8. 당신의 교회는 일터에서 하는 당신의 섬김/사역을 인정하거나 북돋아 준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어떻게 했나요?(Has your church ever affirmed, empowered you for your service/ministry in the marketplace? If so how?)

 

가정교회 모임 때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당시 제 상황에서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것 자체로 일터에서의 제 사역이 인정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9. 스스로 생각하거나 느끼기에 나의 일이 목사나 선교사가 하는 일보다 하나님을 덜 기쁘시게 한다든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전략적이지 못하다고  여긴 적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어디서 그런 생각이나 느낌이 들까요?(In your own thinking and feeling do you regard your work as less pleasing to God and less strategic for the kingdom of God than the work of a pastor or missionary? If so, where did this come from? Or is it really the case?)

 

그렇게 느낀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어디에 있든,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하는 일이 하나님 나라에 전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서에서 말하는 가르침과 배치가 되지 않는 선에서 과연 하나님을 덜 기쁘시게 한다거나 하나님 나라에 전략적이지 못한 일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니까요.

 

10. 만약 교회에 일상생활의 일과 관련한 도움을 요청한다면 무엇을 요청하고 싶으신가요?(If you had a request for the church to help you in your everyday work, what would you ask for?)

 

제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해달라는 중보기도, 일과 영성에 관련된 책, 동일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중보기도는 필요시 종종 요청하고 제가 속한 가정교회에 동일 직종에서 일하는 자매가 있어 서로 직장 이야기를 하면서 속에 쌓인 것들을 좀 풀어내고 있습니다. 일과 영성에 관련된 책도 사실 이미 몇 권 갖고 있는데, 혼자 읽으려니 눈에 잘 안들어와서요. 스터디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도 해봅니다.

 

11. 교회의 공적인 모임에서 일 혹은 일터에 대한 언급이나, 가르침 혹은 기도를 얼마나 자주 듣는가요?(How often, if at all, do you hear references/teaching and/or prayers in the public gathering of the church about work or the marketplace?)

 

일터나 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가끔 듣지만, 우리의 일상을 포괄하는 이야기는 자주 듣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직원 및 민원인)을 어떻게 대할지 고민해보기도 하구요.

 

12. 일터에 목회자를 초대해 본 일이 있으신가요? 해보셨다면, 어땠나요?(Have you ever invited your pastor to visit you in the workplace? If so, what was it like?)

 

없습니다. 일단 저는 고용주가 아니라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기도 어렵고, 만약에 목회자를 초대한 그 시점에 블랙리스트분이 오셔서 싸워야(!) 할 상황이라면....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네요.

 

13. 매일 일할 때 즐거운 점은 무엇인가요?(What causes you to celebrate in your daily work?)

 

작든 크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을 많이 대하다 보니 집에 혼자 계시면 심심하신지 면사무소에 오시면 이야기보따리를 많이 풀어놓으시더라구요. 솔직히 무슨 이야기인지 집중이 안될 때도 있지만 잘 들어드리고 맞장구도 쳐드리면 정말 좋아하십니다. 그럴 때 기분이 좋습니다.

 

14. 매일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What causes stress in your daily work?)

 

소위 '블랙리스트'들이 있습니다. 행정에서 해줄 수 없는 것들을 요구한다거나 무조건 큰 소리를 내고 심지어는 담당자를 협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대상자들을 만날 때 솔직히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러나 진짜 스트레스는 이들보다 직원들 사이에서 더 많이 받아요. 업무 관련 이야기가 아니라 외모나 말투 등을 가지고 놀리고 타인의 뒷담화에 저를 은근히 끌어들이는 상황들을 마주하다 보면 솔직히 욱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상황도 제대로 모르면서 감놔라 배추놔라 참견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제 안의 분노가 차오르는 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기에 무시하고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15. 일하는 중에 기도할 때가 있으신지요?(Do you find yourself praying during your work?)

 

대상자분들의 안좋은 상황을 듣다 보면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탄식하는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혹은 여러 상황에서 너무 힘들때 그저 '하나님...'하고 부르기도 합니다.

 

16. 일이 당신을 하나님께 더 가깝게 하거나 혹은 더 멀게 느끼게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신가요?(Do you find your work draws you closer to God or makes you feel distant?)

 

일이 그런 적은 없는데, 이 일을 하다 만난 분들 때문에 하나님과 멀어진 경험은 있습니다. 제가 교회다닌다니까 그 교회 다니지 말고 자기 교회로 오라며 명함을 주고 가시던 목사님, 개척교회 목회자이지만 성도가 거의 없어 수입이 없기 때문에 다른 일을 병행하시는 게 어떻냐 해도 그렇겐 못하겠다 하시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모든 것을 다 끌고 가려고 담당자를 엄청 괴롭히던 분, 장애인 관련 사역을 하는데 돈이 없으니 시에서 보조금을 지원해달라며 하루가 멀도록 담당계장님을 괴롭히거나 아동센터를 운영하면서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담당자가 지적했더니 내가 어느 교회 직분자라면서 적반하장으로 따져대시던 분 등...저도 한때 이런 분들이 지긋지긋해서 가나안 모드로 살았던 적도 있었고, 한 복지직 선배는 이 일을 하면서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싫어져서 교회를 아예 안다닌다는 얘기를 하더라구요.

 

17. 신앙과 일을 통합할 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What is the main thing you would find helpful in integrating your faith and work?)

 

교회 활동에서 자유로워지고, 제 일을 좀더 가치있게 보게 됩니다. 언젠가 저는 교회에서 오전 집회가 있으면 휴가를 내서라도 그 집회에 참여해야 하고, 무조건 하나씩은 교회에서 봉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이런 모습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직장과 상황이 있는데 무조건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앙과 일을 통합하면 그런 집회나 봉사가 아니더라도 제 일터에서 행하는 저의 모습 그 자체가 사역이 됩니다. 즉, '사역'이라는 것을 특정지어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교회 활동에서 자유로워지는 건 이 부분입니다. 덧붙여, 제 일터 자체가 저의 사역지이기에 제가 수행하는 업무와 제가 일하는 사무실을 좀더 가치있게 바라보고 제 일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는 건 덤으로 얻는 장점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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