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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이야기 4월 일상사연 - 이찬복님(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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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 건 조회 1,770 회
작성일 24-03-3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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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사연 코너는 폴 스티븐스가 제안한 인터뷰 질문에 기초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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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  내과 전문의로 2차 종합병원에서 진료와 내시경 입원환자를 돌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  의과대학 6년 졸업 후 인턴 1년, 외과 전공의를 하다가 사직하고 나와서 일반의로 일했으며  공중보건의사로 3년을 시골 보건지소에서 지냈습니다. 이후에 산업의학과(현재는 직업환경의학과로 이름이 바뀜) 전공의를 1년 하다가 중도 사직 후에 다시 일반의로 일하다가 내과 전공의를 35세의 늦은 나이에 시작하였습니다. 내과 전공의를 4년 마친 후에 소화기 내과 전임의 과정을 1년 하고 나와서 개인의원에서 페이닥터에서 일했으며 일자리를 찾다가 지방 광역시에 이사하여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  아침 6시 반 정도 기상해서 7시에 스포츠센터에서 한 시간 수영 클래스에서 운동을 하고  병원에 도착해서 병동과 중환자실 회진을 돕니다. 9시부터 외래 진료를 하고, 각과에서 온 협진을 보고 응급실에 소화기 내과 환자가 왔다는 연락을 받으면 응급실에도 가서 환자를 보고,  내시경 스케줄에 예약된 환자들의 위 내시경, 대장내시경 등을 합니다. 
  일과가 끝나면 혹시 시술한 환자들이나 오늘 입원한 신환들 중에서 검사 결과를 설명해 줄 입원환자들이 있으면 저녁 회진을 돌고 퇴근을 합니다. 퇴근을 해도 24시간 전화를 on call 상태로 대기합니다. 입원환자들에 대한 이상이 있거나 응급실에서 소화기 내과로 입원해야 하는 환자가 있으면 전화가 오기 때문에 전화를 24시간 받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집에 와서 자기 전에는 초2인 셋째 아들과 함께 큐티를 같이 하며 기도하고, 올해 LG트윈스의 연속우승을 위해 야구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  고등학교 때 A. J. 크로닌의 <성채>를 읽고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 다닐 때 다녔던 동안교회의 김동호 목사님이 "공부해서 남 주라"고 가르쳤는데,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동의하던 부분이어서 한국 누가회 의대생 후배들에게 늘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공부해서 남 줄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의사로 일하게 된지 23년째 인데, 응급실로 온 중환자를 잘 해결해서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조기에 내시경 검진을 통해서 일찍 큰 병을 발견한 환자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내과가 생명을 다루는 진료과이다 보니 환자가 시술 후에 합병증이 생기기도 하고, 환자가 사망하기도 합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실에서 고성과 욕설을 한바탕 쏟아내고 악의적인 보호자는 병원 앞에서 피켓 시위 등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의사로 하여금 절망에 빠지게 합니다. 진료실에서 한바탕 협박과 욕설을 듣고 난 이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음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은, 마치 프로야구에서 빈볼이 일어나서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진 이후에도 선발 투수를 교체하지 못하고, 계속 마운드에서 다음 타자를 맞이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과 일맥상통합니다. 교체할 수 있는 구원투수 없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나서 계속된 흥분상태에서 평정을 찾고 다음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은 의사를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日課, daily work)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  은사이셨던 고 박상은 선생님이 강조하셨던 건, 악하고 게으른 종이 아니었습니다. 의사와 의대생, 특히 크리스찬 의사와 의대생들은 착하고 게으른 종이 될 수 있으니,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친절하기만하고 실력 없는 의사가 될 수 없었습니다. 의사가 되고 전문의가 되면 더 이상 공부할게 없다고 생각하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업데이트가 매년 나오고 새로운 약물과 새로운 기술들이 업데이트 되고 있기 때문에 늘 공부 하지 않으면 환자들에게 더 좋은 치료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의사라는 직역보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늘 잊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환자를 돌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몇 해 전 말기 암환자로 신앙이 없던 환자분을 떠나보내면서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목사님의 병상 세례를 통해 다른 가족들도 주께로 돌아왔던 작은 기적의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그 작은 기적은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  교회의 목장모임과 한국 누가회의 지역 공동체인 울산누가회의 모임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누가회의 경우에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서 의사로서 살아가는 선후배들과 교제하고 있는데 의료 사회에서 겪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을 나누며 서로 위로하고 기도하는 일을  통해 새롭게 세워지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누가회(CMF)는 의과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함께 했던 신앙운동체였으며, 예과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삶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논의하고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7. 위의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의사라는 직업이 늘 환자들을 돌보고 이야기를 하며 들을 수 있는 직업이어서 선교적인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셨던 예수님처럼 열악한 한국 의료의 구조적인 상황 속에서도 짧지만 환자를 만나는 작은 시간을 통해서 환자를 성실하게 돌보는 사랑의 의료를 실천해 가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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