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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이야기 5월 일상사연 - 한혜지님(도시계획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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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 건 조회 1,783 회
작성일 23-04-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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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사연 코너는 폴 스티븐스가 제안한 인터뷰 질문에 기초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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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 도시계획 엔지니어를 직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도시계획 분야는 규모가 다양합니다. 도시 내의 도로, 공원, 저수지, 주차장 시설을 결정하는 일부터, 산업단지/농공단지/특구같은 단지계획 수립, 광역시·도 차원의 계획, 국토에 대한 계획까지 그 내용과 규모에 따라 관련 법과 절차도 다양합니다. 더 많은 내용이 있겠지만, 제가 경험해 본 도시계획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위와 같습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 대학교에서 건축학과와 도시공학과를 복수전공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건축가가 되고 싶어, 건축학과에 지원하였으나 배워보니 도시분야가 더 잘 맞았습니다. 졸업 후에는 도시재생 분야에서 일을 했습니다. 주민의 참여를 통해 도시공간과 공동체를 바꿔 나간다는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이 끝나가는 지역에서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을 해주고 설립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과 나의 한계를 느끼고 도시계획 분야로 각도를 틀게 되었습니다. 도시계획 엔지니어링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 도시계획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대전에서 도시계획 E&D 일을 하기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3.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가감 없는 하루 일과  
08:00 기상 후 부랴부랴 회사로 달려갑니다. 
08:55 업무 시작 5분~10분 전 커피를 마시고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09:00 업무는 다양합니다. 협의출장, 검토서작성, 캐드 또는 gis 등 툴작업, 엑셀작업, 지도 또는 도면 등 디자인작업. 날마다 해야 하는 일이 다릅니다. 가급적 오전에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하고 출장이나 통화는 오후에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금방 퇴근시간입니다. 
18:00 퇴근 후 컨디션도 날마다 다릅니다. 보통 에너지는 30~40% 가량 남아 있습니다. 퇴근 후의 선택지는 주로 3가지인데, (1번) 집 (2번) 책방 바베트의만찬 (3번) 놀러가기입니다. 각각 빈도를 비율로 따지자면, 6 : 3 : 1 정도에요. 집에서는 몸이 잘 쉴 수 있고, 책방을 가면 마음이 잘 쉴 수 있답니다. 
24:00 보통 자정쯤 잠에 듭니다. 

지금보다 1시간 일찍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한다면, 하루 일과의 만족도가 더 높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11시 이전에 자고 7시에 일어나는 일이 쉽지는 않네요.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
 즐거움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세상 속의 도시체계를 발견하는 즐거움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국토발전 및 보전에 대한 비전과 이를 이루기 위한 목표와 전략이 수립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위 계획을 기본 뼈대로 삼아서 도 > 광역시·시·군·구 > 읍·면·동, 그리고 각종 시설까지 적절한 체계 안에서 관리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고자 할 때, 개발제한구역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해제 절차가 이행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농림축산식품부에 농지과 협의나, 국토교통부의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의를 통해 무분별한 개발은 아닌지, 정말 해제가 필요한 지역인지를 판단하여 해제를 한답니다. 개발제한구역이 본래의 지정목적대로 적절히 기능할 수 있도록 체계가 갖춰져 있음을 알게 될 때 참 재밌습니다. 
 두 번째는 정해진 정답보단 대안을 발굴하고 대안의 평가를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는 즐거움입니다. 한 가지 답을 찾아야 하는 수학적 사고보다는 중립적 관점과 다양한 각도로 무엇이 더 타당하고 적절한지 고민하여 제시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세 번째는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한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우선은 사안을 파악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필요한 자료를 찾고 공부합니다. 큰 틀을 짜고, 보기 좋고 이해하기 쉽게 자료를 표현합니다. PPT, 보고서, 검토서 형태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작업물을 보면 뿌듯하고 재미있습니다. 

 물론 이 일의 어려움도 있습니다. 남초 사회라는 점입니다. 사무실에 있을 땐 이런 어려움을 잘 느끼지 않아요. 그러나 출장을 가면 담당자들끼리 담배를 피우러 나가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많고,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끼기 힘든 대화를 나눌 때도 있습니다. 네트워크(인맥)가 이 일의 주요 요소라는데, 금연자이며 젊은 여자인 저는 종종 그 자리가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익숙해질지,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어려움은 설득하고 협상하는 일이 주는 압박감입니다. 설득과 협상을 위한 자료를 만드는 일은 재미를 느끼지만, 실제로 사람을 만나서 설득하고 협상하는 일은... 긴장이 많이 되고 어렵습니다. 설득력도 협상력도 아직은 하수라 경험과 지혜가 많이 필요합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Daily work)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
 신앙은 나의 일상과 일에서 최선을 다하게 합니다. 최고가 되고자 하는 야망은 없습니다. 누구든 이기고, 넘볼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우러러보고, 권력을 누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돌보고, 일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둘째는 대표의 눈이 없을 때라도, 하나님이 보신다는 것이 양심의 끈을 잡아줍니다. 대표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한치도 다를 바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요. 하나님의 눈보다 대표의 눈이 제게 더 생생하지만, 그래도 아무도 보지 않을 때라도 성실하고 정직하게 나의 몫을 하려고 노력하게 합니다. 
 셋째는 일과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 누구든 사람으로 보도록 노력하게 합니다. 갑도 을도 없이 사람으로 보려고 합니다.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도 기죽지 않고,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도 깔보지 않습니다. 선인은 있을지언정, 사람을 악마로 만들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모두 다 똑같이 소중한 사람, 으로 보는 시선을 신앙이 지켜준답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
 앞서 말한 세 가지는 다 신앙 공동체에서 얻은 영향입니다. 인격적인 성장의 대부분은 신앙 공동체에서, 그리고 책에서 얻었다고 말 할 수 있어요.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받았냐고 묻는다면, 곁에서 천천히 스며들 듯 물들었습니다. 최근에 손톱에 봉숭아를 물들였습니다. 다이소에서 1,000원짜리 ‘봉숭아빛물들이기’ 가루를 사서, 물에 섞고, 손톱 위에 얹어서 20분만 있으면 손톱이 봉숭아 빛으로 물듭니다. 그러나 신앙이 제게 영향을 준 방식은 이런 급하고 빠른 방식이 아니었어요. 
 신앙이 제 인생의 태도, 생각에 영향을 준 방식은 옛날에 큰엄마 집에서 봉숭아를 물들인 방식을 닮았습니다. 여름빛을 잔뜩 머금은 봉숭아 잎과 꽃을 직접 따고, 봉숭아 잎과 꽃을 마늘처럼 빻고, 백반을 넣고, 손톱 위에 얹고, 랩으로 칭칭 감싸 묶고, 또 그렇게 간질간질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면 물들어 있는 손톱처럼요. 그렇게 천천히 정성스럽게 곁에 머무르는 좋은 사람들에게 물들어서 지금의 제가 되었어요.  

7. 위의 여섯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제일 먼저 내가 이 일을 많이 좋아함을 느꼈습니다.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을 1개, 2개, 3개 써 내려갈 수 있음이 참 감사합니다. 또,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건축가의 꿈은 중학교 때부터 가졌습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눈에 보이는 뭔가를 창조하는 건축가가 멋졌습니다. 처음 외운 긴 영어단어를 일부러 architect로 정하고 외웠습니다. 나중에 자소서에 쓰려구요. 나름 전략적이였죠. 벌써 10년도 더 됐네요. 그때는 저를 잘 몰랐습니다. 무슨 일을 하면 즐거울 수 있는지 잘 몰랐지만, 어렴풋한 그 방향으로 한 걸음씩 걸었습니다. 건축학과를 가고, 도시재생일을 하고, 조금씩 각도를 바꿔 도시계획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도 괜찮아요. 그래도 세상의 많은 일 중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게 참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방향을 조율해가며, 더 즐겁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면 좋겠어요. 
 두 번째는 묵직하고 무던하게 일상을 살아가야겠단 생각을 합니다. 나도 곁의 좋은 사람들에게 천천히 스며들 듯 영향을 받은 것처럼, 그저 곁에 있음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일상학교 선생님들이 늘 곁에 있어 주셔서, 이번에도 좋은 질문으로 나의 일과 신앙을 돌아볼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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