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7월 일상사연 - 박세범님(기독시민단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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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1-06-29 22:50본문
* 일상사연 코너는 폴 스티븐스가 제안한 인터뷰 질문에 기초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기독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한편, 교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더불어서, 교회가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거듭날 수 있을지 이곳에서 함께하시는 분들과 고민하고 있습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직장으로 기독시민단체를 예정하고, 이곳에 오기 위해 특별한 과정을 거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우리 가운데 만연한 탐욕을 절실히 체감하였고, 돈이 아닌 사람을 추구하는 곳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직장을 알아보았고, 주변 분의 추천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네요.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코로나19로 요새는 주2회만 출근하고, 이외의 날은 재택을 합니다. 출근하는 날은, 지하철로 사무실까지 출근을 합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짧지 않은 거리에서 통근하고 있어요. 출퇴근길은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잠만 자는 것 같네요.
제가 주로 하는 업무는 교회 문제에 관하여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겁니다. 교회에서 발생하는 재정 문제, 행정 문제, 성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정리하고, 어떻게 하면 이 교회에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다른 직원들과 의논도 합니다. 이외에도 교계 이슈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연초에 계획해둔 포럼이나 세미나 준비를 하기도 합니다. 직원이 많지는 않다보니, 모두가 일당백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재택을 하는 날은, 하는 업무는 같지만 집안일을 조금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점심시간에는 배우자와 낮잠도 자고요. 그리고 커피 머신을 새로 장만했는데, 커피를 마시기 쉬워지니 집에서는 하루 종일 커피를 달고 사는 것 같네요. 좀 줄여야겠어요.
일을 마친 후에는, 책모임에서 읽어가야 하는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봅니다. 제가 커피 중독자에 미디어 중독자인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 이사를 했는데 주변에 공원이 있어서, 배우자와 자전거를 타기도 합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제 일은 교회 문제로 아파하시는 교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겁니다. 이야기를 듣는 일은 즐거움(?)과 동시에 어려움도 함께 마주하는 것 같아요. 이야기에는 감동도 있지만, 어려움도 담겨 있으니까요.
교회 문제로 상담을 받고 가시는 몇몇 분들은, 저희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시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고 간다고 말씀하세요.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습니다. 큰 힘이 됩니다.” 작은 위안을 얻으신 듯한 교인 분들의 목소리에 저 또한 보람을 얻게 돼요. 그 보람은 다음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그 분들의 이야기에 담겨있는 슬픔과 분노, 교회에 대한 애증, 사람에 대한 실망감… 이러한 것들은 참으로 감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때로는 그 감정에 동화되어, 다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여러 이야기에 담긴 다양한 감정들이 제 안에 쌓여가는 것은 아닐지 사실은 걱정도 되네요.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日課, daily work)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예)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태도나 방식, 일터에서의 인간관계 등에 있어서 신앙은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신앙이 어떠한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신앙이 제 일에 어떤 영향을 준다기보다, 오히려 반대로 제 일이 제 신앙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독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신앙을 마주하였습니다. 그 신앙의 이야기들은 제 신앙에 도전이 되기도 했지요. 하나님에 대한 생각,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방식 등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던져주었습니다. 제 신앙과 관점을 넓힐 수 있는 계기들이 제 일터에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영향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대학교 시절, 선교단체에 참여하며 처음으로 하나님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했던 것 같습니다. 자라온 환경, 가정과 교회에서 배워왔던 것들에 대해 새로이 생각할 수 있던 기회였습니다. 다르게 이야기한다면, 나름대로 그려왔던 나만의 하나님나라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요. 신앙에 대한 깊이 있는 나눔과 생각하는 바의 충돌… 불편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한편으로 즐거웠습니다.
고민과 질문 없이 기존에 생각해왔던 대로만 20대를 보냈다면, 저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경청하지 못했을 겁니다. 제 생각을 관철시키려 했겠지요. 물론,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의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도 그 생각을 한 번 더 곱씹기 위해 노력한다는 거, 20대의 신앙 공동체에서 배웠던 것 같습니다.
7. 위의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통해 혹은 일로써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제 신앙이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을 이야기하는, 교회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직업의 특성상, 앞으로도 제 일과 신앙의 굴곡은 함께 갈 것 같습니다. 그 굴곡 속에서 다른 이가 아닌, 하나님을 붙잡을 수 있길 바랍니다. 교회에 대한 소망을 제 안에 주시길 기대합니다.
*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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