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2016년 12월 일상사연 - 하루 경험만큼 또 자란다(정홍원, 커피그리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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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웹지기 작성일 16-12-01 02:05본문
하루 경험만큼 또 자란다
정홍원(커피그리고 대표)
대학을 졸업하고서 신대원 진학을 망설이다가 3년 만에 교회도 졸업을 했다. 홀로 공간을 가지고 사역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창업한 카페는 5년간 유지했고, 지금은 여러 카페에 커피를 볶아서 납품하는 식품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0대 후반부터 시작한 자영업은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많이 배우며 하루의 삶에 경험만큼 또 자란다. 지금껏 배워서 알고 있는 지식들이 상황을 이해하는데 꽤나 많은 도움이 된다.
최근의 삶이 이전과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가 하는 이야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들어준다는 것이다. 커피이야기 뿐만 아니라 여러 주제의 생각들을 나누는 것에 있어서도 그렇다. 목소리에 힘이 없는 자. 그것은 가난함을 뜻한다.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음은 지금의 시국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말하는 사람이 분명한 논지를 가지고 피력할 수 있는 것은 화자의 분명한 아이덴티티가 수반되어야 하겠다.
이것을 위해서 6년간 그 많은 검은 물을 마셔왔고, 검은 물을 만드는 재료를 볶느라 매일같이 불앞에 서있다. 단순반복일지도 모르는 이 일에서 깊이를 만들어가는 나름의 노력은 지금의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로 증명되는 듯하다. 커피를 볶는다는 것은 나를 수식하는 하나의 수식어 일뿐 나를 대변 할 수는 없다. 커피를 매개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 이것을 즐기기에 내가 택한 직업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교회 안에 있을 때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을 교회 밖에 나와서야 비로소 느끼고 깨닫는다. 나의 이야기가 먹히는 짜릿한 경험을 허락해준 청자에게 역으로 그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기에 오늘도 마음을 활짝 열고서 고개를 끄덕이며 주문을 외워본다 ‘그럴 수도 있겠다.’
2년 전 열심히 땀 흘리며 함께 달렸던 롱보드크루에서도, 요즘 좀 재미있게 참석하고 있는 소셜클럽에서도 나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인지된다. 강요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자발성으로 말이다. 물론 나도 이야기를 한다. 설득력 있는 근거와 이유들을 들면서 내가 믿고, 추구하는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를... 이것이 더욱 힘 있는 목소리가 되기 위해서 직접 참여하며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뜻하는 대로 행동한다. 노출된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써 나의 존재는 상대방에게 인지 될 것이고 그것이 곧 나의 아이덴티티이겠지. 단 한 순간도 내일을 살아본 적이 없기에 매 순간 맞이하는 낯설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의연할 수 있다는 것은 살아온 날만큼의 경험이 이정표가 되어 내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이정표는 더욱 분명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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