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2016년 1월 일상사연_최인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웹지기 작성일 16-01-01 15:29본문
일상사연
일상 속에서 만나는 하나님의 지혜
최인기 / (IVF 춘천지방회 대표간사, 본 연구소 실행위원)
이제 간사 8년의 사역을 잠시 정리하고 신학연수 3년 과정에 들어간다. 정리할 것들을 둘러보니 8년간 쌓아둔 책들이 이리 많을 줄이야. 이 모든 책들을 집에 재정리 해두려면 새로운 책장이 필요했다. 인터넷 이곳 저곳을 뒤지고 여러 가구점을 다녀도 마음에 드는 책장이 없거나 혹 맘에 드는 것이 있어도 감당할 재정이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큰 맘 먹고 난생 처음 직접 책장을 짜보기로 했다. 밤을 새가며 설계도를 그렸다. 인터넷 블로그로 DIY제작법을 꼼꼼히 공부하고, 원목 구입 후 제단을 하며 드릴로 구멍 뚫고 나사를 박고 사포질에 마지막 바니쉬 칠까지 하니 꼬박 3일이 흘렀다. 참 재밌고 흥미로운 3일인 듯 했다. 내 새끼 마냥 이곳 저곳을 꼼꼼히 살펴본다. 혹여나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계속 살핀다. 이런 내 모습이 아이 같은지 아내가 어처구니 없어 하며 웃는다. 그러던 중 이런 멋진 책장을 만들어 낸 나 자신이 정말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아내가 말한다. “하나님 닮아서 그렇지 뭐!” 아! 정답이다.
문득 얼마 전 묵상한 솔로몬의 지혜에 관한 본문(왕상4:32~34)이 생각났다. 솔로몬의 지혜 사용법은 몹시 흥미롭다. 그는 왕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왕처럼 지혜를 영토확장, 부국강병, 입신양명에 사용한 흔적이 없다. 오히려 성경은 그가 문학작품에, 음악에, 담장 밑 풀과 짐승들을 관찰하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왕이 다 있나? 하나님이 주신 지혜를 이렇게 중요해보이지 않는 것에 사용해도 되는건가?
그러나 그의 지혜 사용법은 지극히 일상에 뿌리박혀 있다. 늘상 듣는 음악, 소설과 시, 길거리를 지나가면 쉽게 보는 풀, 동네와 뒷동산에 돌아다니는 짐승들. 지혜의 사람 솔로몬의 지혜 사용법은 우리 기대를 한참 벗어났지만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하나님의 지혜는 멀리있지도 않고 성공을 전제로 간절히 구해서 받는 것도 아니다. 어찌보면 지혜는 이미 우리 일상 가까이 있는지 모르겠다. 평범해 보이지만 맛난 커피를 내릴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맛있는 찌개를 끓일때,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을 돌볼 때, 소중한 사람을 위한 크리스마스카드에 멋진 글귀를 적어내려갈때, 손수 책장을 만드는 바로 그 때 그 일상 속에서 지혜는 가장 활성화된다.
어찌 보면 처음 도전해보는 책장 제작임에도 그런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것은 일상에 이미 존재하고 일상에서 가장 활성화되는 지혜 때문은 아닐까? 하나님의 지혜는 그토록 가까이 있음을, 솔로몬의 지혜 활용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깨닫는다. 지혜를 멀리서 찾지 말자. 일상에 이미 들어와 있으니 하나님의 선물을 누리며 즐거워하자. 오늘도 내 새끼 같은 책장을 보고 있으니 솔로몬 부럽지 않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