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상연정(常戀亭)에서… - 이단, 다른 교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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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선약수 작성일 13-04-01 16:03본문
상연정(常戀亭)에서… - 이단, 다른 교훈 (1)
<소리> 3-4월호.
배경 및 등장인물 소개
● 상연정(常戀亭) : 일상생활을 사랑하는 정자[常戀亭]. 동방의 작은 나라에 위치한 곳으로 지자(知子)라는 지혜로운 노인이 머물러 후학들을 가르치는 곳. 인터넷 홈페이지 www.1391korea.net
● 지자(知子) : 호는 적신(赤身). 3M 정신(맨몸·맨주먹·맨땅)을 몸소 실천하기에 그리 부른다. 맨주먹으로 상연정을 지어 그곳에 머물면서 일상생활이 얼마나 가치롭고 고귀한 것인지를 연구·전파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혹자는 사람 좋은 미소를 만면가득 지으면서도 맘에 안드는 일은 반드시 지목해서 말한다고 해서 그를 '지적신(指摘神)'이라고도 일컫는다.
● 종자(從子) : 상연정의 제자 중 가장 오랫동안 지자를 따랐던 제자[從子]. 스승의 말씀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필기도구를 손에서 놓지 않는 메모광이며(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업그레이드), 스승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라서 바닥청소를 시키면 화장실청소까지 자청해서 하는 인물이라 혹자는 그가 지자의 '종'이라서 '종자'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 식자(識子) :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닫는 문일지십(聞一知十)의 기재. 아는 것이 많아서 식자(識子)라 불리우지만, 유달리 식욕을 절제할 줄 몰라 식자(食子)로도 불리우는 제자. 이성적이며 합리적 지식을 추구하는 모더니스트(modernist). 막내 제자인 적자(嫡子)와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다.
● 적자(嫡子) : 상연정의 막내 제자. 먼저 입문한 선배들을 무시한 채 '스승의 지혜를 배울 뿐만 아니라 패션과 걸음걸이, 심지어 다이어트 경력까지 본받고 있는 나야말로 진정한 스승의 적자(嫡子)올시다'라며 설레발치는 당돌한 제자. 그때마다 식자는 싸늘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하나를 배우면 열을 잊어먹으니 너야말로 진정한 적자(赤字) 지성이로다!'라며 비아냥거린다.
푸른빛 생생한 나뭇가지가 부르르 몸을 떨자 적자는 걸음을 멈췄다. 나뭇가지를 마구 흔든 바람은 땀범벅이 된 적자의 이마를 식혀주었다. 적자는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았다.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강렬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휴…… 우리나라도 이젠 겨울, 여름 두 계절만 남은 것 같구만.”
“많이 힘든 게냐?”
적자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지자가 걱정스레 물었다. 하지만 적자는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좀 더워서 잠시 바람을 쐬었습니다. 아직은 힘들지 않습니다, 스승님.”
“그래?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니 올라가서 모두 함께 쉬자꾸나.”
지자는 앞장서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적자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 걸음을 옮겼다. 종자와 식자 역시 한숨을 쉬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심호흡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건 세 사람은 스승의 뒤를 따라 산길을 걸었다.
등에서 흐른 땀이 배낭을 흠뻑 적셨을 때, 그들은 정상에 도착했다. 지자가 편편한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자 적자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산에 오니 예전에 만난 후배가 생각납니다. 다이어트에 등산이 좋다는 말을 듣고 등산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그 동호회가 좀 이상했답니다. 산에 가서 성경공부를 하더랍니다.”
“응? 기독교 동호회였는가?”
식자가 관심을 보이자 적자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아니요. 알고 보니 동호회 임원들이 전부 같은 이단을 믿었고, 동호회는 처음부터 전도를 목적으로 만들었답니다.”
적자는 이야기에 열중하느라 종자의 얼굴에 그림자가 잠시 스쳐간 것을 보지 못했다.
“참나…… 생각할수록 대단하다 싶습니다. 같이 땀 흘리고 손도 잡아가며 산에 오른 뒤에, 도망칠래야 도망칠 곳 없는 산 정상에서 성경공부라니…… 정말 기막히지 않습니까?”
“종자야, 무슨 일 있느냐?”
지자는 잠깐의 어두운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종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별일 아닙니다, 스승님. 사제의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아… 아닙니다.”
“예? 사형 주변에도 이단에 빠진 사람이 있습니까?”
종자는 적자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먼 산을 바라보았다. 어색한 침묵이 산꼭대를 휘감았다. 잠시 후 종자는 납처럼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실은…… 요즘 아내가 이단 성경공부 모임에 나가는 듯 하네.”
“예엣? 전엔 타로카드점에 푹 빠지셨다고…….* 형수님은 종교성이 강한 모양입니다. 윽!”
식자는 팔꿈치로 적자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허리를 잘랐다.
“사형, 너무 단정적으로 생각지 마시고 차분히 시간을 두고 알아보시지요. 혹시 괜찮은 성경공부 모임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잖습니까.”
“그래, 나도 그러길 바라네. 그래서 스승님이 전에 쓰신 글도 찾아서 읽었고.”
“‘다른 교훈인가? 바른 교훈인가!’ 말이더냐?”**
“예, 스승님. 섣불리 이단이라고 딱지 붙이지 않기 위해 말씀하신 ‘다른 교훈을 진단하기 위한 세 가지 시약’ 부분을 특히 신경 써서 읽었습니다.”
“이단을 진단할 수 있는 시약이요?”
적자가 조심스레 묻자, 종자는 느릿하게 대답했다.
“스승님은 ‘이단’이라는 말 대신 ‘다른 교훈’처럼 성경에 근거한 용어를 쓰는 편이, 정죄하는 듯한 인상을 덜 줄 것이라고 하셨네. 이단/정통 논쟁을 권력 쟁탈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아무튼 스승님은 ‘성경을 자신의 주장이나 세계관을 뒷받침하기 위해 증거본문으로 사용하는 것’, ‘수직적인 교회공동체로서 이천년의 역사적인 유산과 성경해석들을 폄하하고 수평적으로 지역교회나 구체적인 공동체를 정죄하고 분열을 일으키는 것’, ‘권위주의적 지도력, 엘리트주의, 거짓을 통해 사람을 모음, 심리적 조작’ 등이 다른 교훈을 진단할 시약이라고 하셨네.
“이단, 아니 다른 교훈들 각각의 특징을 하나하나 따져 묻는 것보다 큰 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약이로군요.”
식자가 말하자 적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자를 불렀다.
“스승님, 그런데 그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기존 교회 중에도 문제 있는 곳이 제법 많겠습니다.”
“허허…… 나는 그런 말 한 적이 없으니, 어디 가서 나한테 들었다며 그런 소리 하지 말거라.”
지자는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 그 글에서도 썼다만, 다른 교훈이 창궐하는 것은 바른 교훈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지. 이는 한 두 사람의 책임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책임이야. 종자야,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거라.”
종자의 뺨에 굵은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지자는 종자의 어깨를 토닥이다가 적자에게 물었다.
“적자야, 등산 동호회에서 성경공부에 참석했던 그 후배는 어찌되었느냐?”
“그 후로도 몇 번 참여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발길을 끊었습니다.”
“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다더냐?”
지자는 물론이요, 종자와 식자도 적자를 주목했다. 적자는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저…… 그 친구는 돈을 너무 좋아해서……. 헌금하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단번에 발길을 끊었다고 합니다.”
“대단하다. 과연 맘몬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우상이로구나!”
지자는 진심으로 감탄했고 잠시 긴장했던 적자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1) 지난 호 참조. http://1391korea.net/bbs/board.php?bo_table=main_story&wr_id=215 (2013년 4월 1일 접속)
2) 지성근, “다른 교훈인가? 바른 교훈인가!” http://www.onivf.com/kor/sub/news/news_sub.php?bid=1&page=9&seq=1001 (2013년 3월 11일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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