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10월 일상사연 - 손영창님(철학자・교수,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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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4-09-30 21:22본문
* 일상사연 코너는 폴 스티븐스가 제안한 인터뷰 질문에 기초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 저는 한국기술교육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양학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학교에 입사해서 다양한 센터에서 행정업무도 수행했습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 저는 학-석-박이 모두 철학입니다. 입사지원서를 적다보니, 제가 너무 한 영역만 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석사를 부산대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학부 때부터 프랑스 철학에 관심을 가졌기에, 석사는 프랑스과학철학으로 논문을 적었는데 계속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유학을 갔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폴 리쾨르라는 개신교 철학자와 유태인 철학자 레비나스를 연구했습니다. 귀국해서 강사로 지내다. 경남대에서 학생을 가르쳤고 현재 대학으로 전직을 했습니다.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 일과가 들쭉날쭉입니다. 교수는 시간이 자유로운 반면, 실적을 내야 하기에 페이스 조절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학부장을 맡고 있기에, 거의 매주 월요일 오전에 회의하고 회의 내용을 학부구성원에게 전달하고, 학부의견을 본부에 전달할 일이 있으면 회의를 하고, 또한 주된 일인 수업준비와 수업을 합니다. 그 외에는 오후나 저녁에는 저의 관심분야 연구를 지속하려고 노력합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 연구할 때나 학생들 만나서 간혹 이야기할 때, 즐거움이 있습니다. 어려움은 현재 학부를 대표하는 회의에 참석해서 의견을 표명하거나 안건을 결정해야 하는데, 감정적 반응보다 지혜롭게 표현하는 것이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전공학과 소속이 아니라 교양학부에 있기에, 연구자의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운데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에서 일에서 느끼는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예)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태도나 방식, 일터에서의 인간관계 등에 있어서 신앙은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 신앙이 있기에 좀 길게 보는 것 같습니다. 직장 내에서 얻는 성취감 내지 인정만큼이나 의미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묻는 힘을 신앙 속에서 얻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료들 사이에 인간관계로 지치고, 교내의 사건들로 긴장하거나 지칠 때가 많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호흡으로 견딜 수 있는 힘을 신앙 속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
6. 교회 신앙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어떤 영향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 교회에서는 이런 직장 내의 고민이나 전반적인 삶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것이 연차가 있는 교인들은 직분을 수행하기에 교회 내에서 너무 바쁘게 지내는 것 같아서 진솔한 대화의 여유가 잘 없는 것같습니다. 올해부터 청년부 부장을 맡았습니다. 20대 청년들과 예배 후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교제 가운데서 청년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습니다. 학생들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제가 학교에 있었지만 거의 20대를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성세대로서 무엇을 말하고 알려주어야 하나라는 고민도 가끔합니다.
7. 위의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여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현재 직장에 온 지 12년 차입니다. 직장 내 직원들도 거의 다 알고 업무의 방향도 파악하면서 나름 적응을 하였지만, 전체 삶에 대한 방향성은 여전히 고민입니다. 대략 10년 남은 직장생활에서 무엇을 할지를 놓고 고민 중입니다. 적응하는 단계에서 정리하는 단계로 이동하는 시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저의 방향성이 정해지면, 교회생활이나 다양한 활동들도 조금 변화가 올 것 같습니다.
*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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