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5월 일상사연 - 김태오님(구움과자 전문점 운영, 성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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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5-05-01 07:45본문
* 일상사연 코너는 폴 스티븐스가 제안한 인터뷰 질문에 기초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 저는 아내와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종종 성교육 강사로써 아이들과 양육자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 디저트 가게를 창업하기 전에는 지역교회에서 전도사로 근무했습니다. 사임 이후에는 생계를 위해 물류센터와 치킨 가게에서 근무했고요. 그동안 일하면서 모으고 불린 돈을 투자해 디저트 가게를 열었습니다. 아내는 외국에서 호텔 경영과 디저트 공부를 하였습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 파티시에로 근무하기도 했고요. 결혼 후에 각자 다른 일을 해왔지만 ‘앞으로 함께-지속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내의 오랜 꿈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 아침 4시 50분 알람이 울립니다. 간단히 씻고 집을 나서 매장에 도착합니다. 5시 30분부터 빵 반죽을 시작합니다. 1차 발효 시간에는, 아내가 만들어 놓은 구움과자(휘낭시에, 마들렌 등) 반죽을 성형하고 오븐에 굽습니다. 아내가 출근을 하면 2차 작업을 시작합니다. 하나둘씩 완성된 디저트를 포장하고 진열합니다. 새벽에 도착한 재료와 부자재를 정리하기도 합니다. 낮 12시에 매장을 오픈하고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합니다. 단체 주문이 있는 날이면 배달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저녁 7시까지 비슷한 일과가 반복됩니다. 매장을 닫고 집에 도착해 저녁식사를 합니다. 요즘에는 9시 전후로 아내와 러닝을 합니다. 10시부터 12시까지는 자유시간입니다! 대화를 하거나,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냅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 디저트 가게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즐겁습니다. 멀리서 지인들이 찾아오기도 하고요. 동네 아이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주 3-4회 이상 방문하는 엄마들과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저희가 만든 디저트와 빵을 먹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참 즐겁습니다. / 어려움도 적지 않습니다. 날마다 ‘매출’이란 숫자를 마주해야 하는 일은 여전히 버겁습니다. 오지 않는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디저트가 잔뜩 남을 때면 마음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아내와 대부분의 시간을 공유하다보니(일터에서, 가정에서) 다툼이 잦아지기도 합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日課, daily work)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 일과를 반복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지치곤 합니다. 때때로 적당히 타협하는 길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신앙과 공동체에서 나누는 메시지는, 작은 일에 진심을 다하도록 도와줍니다. 재정적 압박으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숫자’에 다 표현되지 않는 가치가 쌓여가고 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가게에 찾아오는 한 분 한 분에게 진심을 다할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영향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 교회 공동체가 있기에 일상을 지속할 수 있구나 싶습니다. 매주 공동체가 함께 듣는 메시지는 삶의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하나님 나라 가치를 따라 살아내려 애쓰고 수고한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나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진부한 사실을 거듭 깨닫습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수십 번의 고비마다 공동체는 저를 지탱해주었습니다.
7. 위의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교회 공동체 식구들에게 고맙단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살면서 저희 부부가 받은 사랑을 나누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더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으니… 참 이상합니다. 사랑이든, 재정이든 흘려보내려 할수록 차고 넘치는 신비를 매일 경험합니다. 질문지를 작성하며 ‘감사‘를 많이 떠올린 것도 감사한 일이네요!
*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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