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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여는사연 | ‘정상 가정’너머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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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 건 조회 44 회
작성일 26-04-3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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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여는사연

‘정상 가정’너머의 가정

 

5월은 보통 ‘가정의 달’이라고 특히 교회에서 많이 이야기합니다. 집에서든 교회에서든 아이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고심하며, 부모님께 감사를 전하기 위해 카네이션을 준비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마음 한구석에 과거에는 느끼지 못했던 왠지 모를 불편함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단란한 가정, 행복한 가정’이라는 단어가 대부분에게는 따뜻한 느낌을 주겠지만, 혈연 중심의 소위 ‘정상가족’ 틀 안에 머물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닿을 수 없는 높은 벽이나 아픈 상처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2026년 우리 연구소의 캐치프레이즈인 “미시오데이(Missio Dei)-일상, 보냄받은 뜻으로 살다”의 관점에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가정이 깨어지는 경험을 가진 분들, 혹은 홀로 살아가야 하는 분들을 비롯하여 소위 ‘정상가족’의 틀 너머를 사시는 분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 비밀, 경륜은 어떤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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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전서 3장에 나오는 “아내들아 순종하라”, “남편들아 귀히 여기라”는 말씀은 오랫동안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옹호하는 성경적 근거로 오해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 본문은 바로 앞 문맥의 노예제속의 종들과 상전들에게 향한 권면과 같은 맥락에서, 당시 로마 사회라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빌려 입은 ‘잠정적인 겨울옷’과 같은 권면이었습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로마 사회를 넘어뜨리는 전복 세력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당시의 가정 규범을 무시하지 않는 자로 보여야 했지만, 그 잠정적인 옷 속에는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혁명적 가치를 숨겨두었습니다. 이와 같이 오늘 날 가정이라는 제도를 둘러싼 복잡한 일상으로 보냄받은 이들로서 우리의 사명은 2,000년 전 당시의 사회 관습을 문자적으로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이 베드로의 권면 안에 숨겨진 ‘뜻’을 오늘날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있습니다.

 

베드로가 강조한 ‘뜻’, 즉 복음의 핵심은 베드로전서 3장 1절과 7절에 반복되는 “이와 같이(homoios)”라는 단어에 들어있습니다. 이는 앞 문맥인 2장에서부터 강조한 것처럼 단순히 로마의 노예법이나 가정규례를 따르라는 뜻이 아니라, 고난받는 종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자취를 따라 살라는 사명, 파송(missional)의 명령입니다. 남편과 아내를 막론하고, 서로를 ‘생명의 은혜를 함께 이어받을 동등한 주체’로 여기는 순간,  로마의 가정 규례가 전제하는 가정 내의 수직적 위계는 무너지고 오히려 평등한 제자들의 사귐, 진정한 공동체가 시작됩니다. 일상 생활 선교사로 보냄받은 우리가, 어떤 형태의 가정, 관계에서 실천해야 할 ‘하나님의 뜻’은 지배와 복종이 아니라, 서로의 삶 속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투영하며 서로를 존귀히 여기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제 우리는 ‘정상가족’이라는 좁은 틀을 넘어, 하나님의 거대한 가족이라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합니다. 혈연과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는 분명 여전히 아름다운 복이지만, 그 형태 자체가 영원하지도, 우리를 구원하거나 하나님의 뜻을 완성하는 것도 아닙니다. 진정한 ‘미시오데이’, 하나님의 뜻의 성취는 어떤 형태의 관계든, 그 안에서 서로를 환대하고 그리스도의 생명의 은혜를 나누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보수적인 사회 관습에 갇혀, 홀로 사는 이들, 깨어진 가정의 아픔을 가진 이들을 ‘가정의 달’이라는 이름으로 소외시킨다면, 우리는 베드로가 전하고자 했던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본질을 놓치고 말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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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5월 한 달, 우리 가정의 울타리를 넓히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전통적인 가정중심의 프로그램을 통해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권장하는 일을 넘어, 세상의 모든 외로운 이들을 교회라는 하나님의 식탁으로 초대하며 환대하는 일을 도모하면 좋겠습니다. 누구든 하나님의 뜻, 복음 안에서 환대받고, 혈연보다 진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흐르는 ‘대안적 공동체’를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의 말과 삶을 통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5월 한 달,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무시는 하나님의 거대한 사랑 안에서 우리 모두가 서로 서로에게 가장 따뜻한 가족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좁은 틀거리를 넘어, 더 넓고 깊은 하나님의 식탁을, 일상 속에서 그리고 교회 안에서 차릴 때, 우리를 세상으로 보내신 주님의 뜻은 비로소 우리의 거실과 밥상 위에서, 그리고 교회의 식탁과 환대의 교제에서 온전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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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일,구원 (3191) 지성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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