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ize Life 제17호 일상, 믿음으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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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9-06-18 20:31본문
[연구지 읽기] https://drive.google.com/file/d/1els3SBoztVZdPxRMTMM1Nxu4E0jXzwiv/view?usp=sharing
발간사 | 지성근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소장)
“의인(義人)-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롬1:17을 쓰다 청야”
이 글을 쓰고 있는 공간에 걸어 둔 나무 현판의 이 말씀은 일종의 우리 집 가훈(家訓)입니다. 마틴 루터가 1517년에 비텐베르크의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한 사건 이후 500주년을 맞아 본 연구소는 올 한해의 일상생활사역의 캐치프레이즈를 “일상, 믿음으로 살리라 – 信仰生活 生活信仰”으로 정하였고 이것이 이번 연구지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1991년 12월 신혼집을 방문한 고신대 IVF 학생들이 집들이 선물로 준 현판을 통해 이 내용을 지난 이십수년간 이미 묵상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위 선언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아 의인이 된다는 기본적인 구원론적 진술을 넘어 이렇게 의롭다 하심을 받은 의인으로 어떻게 가정생활을 포함한 일상생활을 믿음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백입니다. 그야말로 우리의 전 생활세계 그리고 전 생애가 삼위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요구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경험적으로 압니다.
2년 전인 2015년에 발간한 통권 제14호 연구지부터 세 번에 걸쳐 종교개혁의 3대 원리라 불리는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성경(Sola Scriptura), 그리고 오직 믿음(Sola Fide)을 일상생활신학의 관점에서 성찰하겠다고 공언하고, 드디어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인 2017년 본 연구지의 초점을 오직 믿음(Sola Fide)에 맞추고 일상신학적 성찰의 흔적들을 담아 보고자 시도하려 합니다. 편의상 종교개혁의 출발이라 여기는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로마서 1장 17절의 말씀에 카톨릭 수사였던 루터가 직면하면서 시작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소위 “이신칭의”의 교리는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의 간판교리가 되었고 신학과 신앙을 지배하는 제1원리같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이 교리가 담고 있는 전체의 정신과 그 풍성함을 상실한 채 기계적이고 단선적인 해석과 적용을 하여 오히려 교회와 신앙을 날마다 새롭게 한다는 개혁교회의 원리를 무색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오직 믿음”이라는 종교개혁의 원리는 신자들로 하여금 개인의 구원에 착념하거나 만족하게 만들고 삶에서 의로움과 신실함을 추구하지 않아도 면죄부를 주는 일종의 이데올로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칭의가 정의와 상관이 없게 되고 믿음은 자기 암시가 되거나 혹은 그 자체로 구원을 가능케 하는 공로가 되어 버리는 현상도 비일비재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개혁의 원리가 일상생활, 생활세계, 인간의 모든 생애의 순간과 괴리되어 단순히 구원의 서정(ordus salutis)을 논하는 자리에서만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으로 그쳐버린다면 그것은 개혁자들의 의도를 무시하는 것만 아니라 개혁자들이 기대었던 성서의 의도를 무시하는 것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치열한 칭의 논쟁도 이런 일상생활과 공적인 생활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삶이라는 관점에서만 의미가 있겠다 여겨집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연구지를 꾸며 봅니다. 구약신학자이신 김근주 교수는 로마서 1장 17절의 근거구절인 하박국 2장 4절을 통해 칭의와 정의를 연결시키는 시도를 보여주시는 글을 기고해 주셨고, 신약신학자이신 차정식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일상생활이 배제된 칭의 논의를 지적하면서 갑질문화와 관련하여 적용하는 글을 보내 주셨습니다.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의 이강일 박사는 칭의 논쟁을 염두에 두고 칭의론과 대속론에 대한 고민을 풀어 주었고, 교의신학자이신 박영돈 교수는 너무나 쉽고 간명하게 칭의의 은혜가 그리스도인의 일상에 주는 의미를 밝혀 주셨습니다. 본회퍼 윤리학 전공인 고재길 교수는 믿음과 행위, 믿음과 공동체의 문제를 세월호와 관련한 신학생의 실천과 연결하여 풀어 주셨습니다. 구약학자이신 기민석 교수는 이번에는 독특한 관점으로 주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500년 전 그 시대에 “오직 믿음”을 고민했던 선배들처럼 오늘 21세기 과학 시대에 “오직 믿음”을 고민하는 한 편린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부산대학교에서 독어교육을 교수하시는 정인모 교수는 독일의 경건주의에 조예가 있으신데 교리와 말씀의 역동 속에서 일상생활의 영성의 가치를 강조하는 글을 기고해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슬람 전문가이자 선교사인 김동문 목사 역시 독특한 자신의 경험 속에서 무슬림들의 믿음에서 보이는 삶과 신앙의 괴리에서 출발하여 그와 유사한 그리스도인들의 믿음과 삶의 통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보내 주었습니다.
아무쪼록 이 연구지를 통해 믿음과 생활세계가 연결되어 신앙생활은 생활신앙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우리 모두가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번호가 Seize Life의 종이책 출간으로는 마지막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섭섭하지만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시도로 여러분을 만나 뵙기를 기대해 봅니다.
<목차>
[발간사] 지성근 _ 6
[특집] 일상, 믿음으로 살리라(Faith and daily life)
오직 의인은 그 신실함으로 살리라 / 김근주 _ 9
이신칭의의 일상적 자리 / 차정식 _ 22
‘오직 믿음으로’ -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 이강일 _ 31
칭의로 고단한 일상을 걷다 / 박영돈 _ 43
일상,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 고재길 _ 54
막가파 믿음을 위하여 / 기민석 _ 60
일상 속 믿음, 믿음 안의 일상 – 종교개혁에 대한 단상 / 정인모 _ 69
무슬림의 ‘믿음’(들)에서 ‘오직 믿음’을 다시 생각한다 / 김동문 _ 77
홍동우 _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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