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3월 일상사연 - 박혜경님(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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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6-02-28 14:35본문

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무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공동체 규칙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함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 이 일을 하시 위해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오셨나요?
- 교대를 다니며 교수법과 많은 교과목 지식들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 4년보다 현직에서의 1년 동안 훨씬 많은 것을 겪고 배운 것 같습니다. 매년 다른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는 것이 1년마다 돌아오는 숙제이자 도전입니다. 학년마다 다 다른 특성의 아이들을 만나고, 적응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저만의 학급 운영 방식을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첫해에는 제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아이들의 행동과 수업 분위기에 많이 당황하며 일 년을 보냈습니다. ’아, 내가 너무 완벽한 아이들을 상상했구나. 그리고 아이들은 그렇게 쉽게, 빠르게 변하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의 성장을 너무 기대하지는 않으면서도 꾸준히, 끝까지 가르쳐 주고 또 가르쳐 주는 이상하고도 지난한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기대하면 실망하기 마련이고 너무 기대하지 않으면 포기하기 마련이라 그 사이 어딘가를 왔다 갔다 하는 중입니다.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 주세요.
- 크게는 수업을 하고, 수업 준비를 하고, 맡은 업무의 일들을 처리합니다. 일의 처리 순서를 정해두고 차근차근 한 단계씩 수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에 익숙한 편인데 사실 학교의 일은 대부분 그 반대입니다. 아이들이 하루에도 십수 번 싸우고 찾아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마음은 어땠는지 물어보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과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옆 반에선 뭘 보내달라 전화가 오고, 컴퓨터론 언제까지 무얼 제출하라 메시지가 날라오고, 그러는 와중에 어떤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재잘거리러, 또 다른 아이들은 싸워서 눈물을 글썽이며 절 찾아옵니다. 그렇게 물 마실 틈 없이 정신없는 하루를 보냅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 즐거움은 주로 아이들과 연결될 때 느낍니다. 내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와 농담, 수업 중에 진짜 나와 학생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낄 때, 열심히 준비한 수업을 학생들이 즐거워해 줄 때 등이 그러한 때입니다. 내가 가르쳐 준 대화의 방법들을 서툴지만 아이들 스스로 적용하고 있을 때, 수업 중 배운 내용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떠올리고 이야기할 때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반대로 연결이 끊어질 때 어렵습니다. 스스로 너무 바빠 마음의 여유가 없어 아이들과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때에 그렇습니다. 또 저의 노력에 비해 보람을 느끼지 못할 때가 어렵습니다. 똑같은 것을 일 년 내내 가르쳐 줘도 또 반복되고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중재했지만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감정의 골이 깊어져 갈 때 속상하고 좌절감을 느낍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예)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태도나 방식, 일터에서의 인간관계 등에 있어서 신앙은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 이 일이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사랑을 쏟아내는 일인데 저의 옹졸한 사랑의 샘으로는 많은 아이들에게 부어줄 사랑이 늘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마음의 여유가 조금만 없어져도 그 샘은 금방 메말라버리고, 어떨 때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댐을 쌓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무한한 사랑에 잠기며 그 사랑이 제 안에 가득 넘쳐서 아이들에게까지 전달되어야 해낼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아이들 간의 관계지만 사실은 내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사랑으로 하는 것입니다. 때로 하나님으로부터 공급되는 그 사랑의 맥이 끊겨(사실은 늘 변함없이 흐르고 있지만) 제 안에 사랑이 부족해질 때에는, 당연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도, 예쁜 마음으로 바라보고 대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더더욱 하나님의 늘 부어주시는 사랑을 매일 기억하며 그 사랑을 통해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어떤 영향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 5번 질문의 연장선에서, 저에게 늘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도와주는 역할을 신앙 공동체가 하는 것 같습니다. 말씀을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을 통해, 공동체 속에서 사랑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통해, 다시 사랑을 충전하고 일터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7. 위의 여섯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인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질문에 답하며 이 일의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이 서로 붙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 ‘연결’ 그리고 ‘보람’과 관련이 있는데, 일의 연차가 쌓이며 그 연결에 조금은 무뎌진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너무 가까이, 동일시하다시피 연결되다 보니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고 상처도 받아서 자연스레 거리를 유지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6년 차에 들어선 요즘은 진정한 연결을 갈망하기보다는 무탈한 하루를, 아이들이 나의 평화를 깨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저의 모습이 보입니다. 나를 완전히 소진하지는 않으면서도 아이들을 진심을 다해 바라보고 연결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새 학기를 시작하는 지금, 하나님 안에 잠기기를 더욱 힘쓰며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 보려 합니다.
*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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