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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일상사연 - 서보름님(프리랜서, 피아노 레슨)

작성일 2025-09-30 15:35 작성자 관리자 
조회 1,1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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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 피아노 개인 레슨, 중학교 자유학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 음악대학교를 나왔고, 졸업 후 여느 음대생들과 같이 피아노 학원에서 알바를 하다 성인 피아노학원에서 오픈멤버로 5년동안 일을 했습니다. 몸이 갈리는 시간이었지만 사람도 남고 경력도, 경험도 남았습니다.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 오전에는 성인(주로 주부, 시니어)분들 레슨을 합니다. 대부분 일궈온 일상에 밀린 나를 찾기 위해서 수업을 시작하십니다. 
70대 후반 시니어분은 3년째 수업중이십니다. 찬송가 100곡을 칠 수 있을까? 고민하셨다는데 4성부를 거뜬히 치시고.. 어느새 50번째 곡을 향해 순항중이십니다. 

오전레슨이 없는 날엔 느즈막히 일어나 저만의 루틴을 보낸 후 레슨 갈 준비를 합니다. 오후에는 주로 초등학생들을 가르칩니다. 집어넣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계이름을 읽고 박자를 계산하여 초견을 가능하게 하는 티칭을 바이엘 과정부터 시작합니다.(생각보다 박자를 모르고 피아노를 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기다려주어야 할 때가 많아 인내를 배우고 있습니다.
또, 딱딱한 수업보다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기에 선생님을 만나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기억해주니 더 빨리 친해집니다.

가끔 레슨 사이에 비는 시간은 카페에 앉아 다이어리 작성을 합니다.복잡하게 얽혀있는 생각 정리가 됩니다. 바쁜날은 주로 이동하며 식사를 합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 아이들의 연주 영상을 부모님들께 자주 보내드립니다. 직관적으로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알 수 있기에 기록들을 보면 뿌듯합니다.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놀란 표정으로 어머님들이 이야기 해주실 때, 한 번 맡은 아이들을 오래 만나고 있을 때, 무엇보다 피아노를 즐기면서 본인의 손으로 음악 선율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신이난 아이들의 눈빛과 표정이 가장 반갑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경계에 있는 아이를 둔 부모님은 포기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해 주어서 고맙다고 이야기 하십니다.(물론 만만치 않은 시간입니다.)

성인피아노 레슨을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살려고 피아노 학원 등록 했어요.” 였습니다.
주부, 시니어분들은 이제서라도 ‘나’를 위해 시간을 쓰니 참 좋다고 고맙다 하십니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이제는 일상을 되찾고 싶어 피아노를 시작했다 말씀하시면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들고 저의 재능이 쓰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모든 레슨생들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면밀히 살펴야 하고, 그에 맞는 티칭을 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레슨이 많은 날엔 쉽게 피로해집니다. 
또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언제 레슨이 들어오고 끊길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日課, daily work)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예)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태도나 방식, 일터에서의 인간관계 등에 있어서 신앙은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 음악학원에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를 보냈다가 원장의 무례한 말에 상처를 받으신 학부모님도 있습니다. 도의적인 영역일 수 있겠으나, 소외당하고 약한자의 곁을 지키신 예수님을 따라서 살려고 합니다. 중학교  수업을 가면 혼자 앉아있는 아이들이 매 학기마다 있습니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이야기 하고 들어주려고 합니다. 

사교육이지만 제가 맡은 아이들의 표정, 이야기, 일상을 소통하며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님들과도 좋은 관계를 쌓고 있습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영향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 결혼 전 남편에게 함께 하고 있는 ‘윤슬공동체’를 새로운 세계라고 소개한 적 있습니다. 그도 제가 그곳에 다녀오면 편해 보인다고 이야기 합니다. 

윤슬은 함께하는 공동체원들을 위해 ‘비효율’을 기꺼이 택합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존재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해주어 울리기도 합니다. 공동체원의 진솔한 이야기를 경청하며 함께 기뻐하기도 하고 함께 슬퍼하기도 합니다. 공허했던 마음이 채워집니다. 

어느 시점부터는 커플, 부부의 상담소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쉽게 고민을 털어놓고 울고 웃으며 함께 토론(?)도 하다보면 한시간도 훌쩍 지납니다. 선배님들의 고견을 듣고 있으면 내 의견만 고집했던 시선이 넓게 확장됩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게 됩니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될 때는 정말 놀랍습니다. 

매 주 성서일과를 하며 예수님 따라 살려고 노력하니 일상이 조금씩 바뀌는 윤슬의 모습을 보며 배웁니다. 배웠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의 확장이 이루어 집니다. 관성대로 살다가 아차..! 싶을 때도 생깁니다.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생각이, 태도가, 일상이, 사람이 변화합니다.

7. 위의 여섯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돈을 벌기 위해 레슨을 시작했는데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었네요.
또,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고여있지 않고 더디더라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며 멋지게 살고 싶습니다..!

*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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