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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상연정에서] not Smart Smart-phon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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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한신
댓글 0 건 조회 5,761 회
작성일 16-07-28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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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연정(常戀亭)에서- not Smart Smart-phone(1)

 

홍정환(일상생활사역연구소 자료개발위원)


배경 및 등장인물 소개

상연정(常戀亭) : 일상생활을 사랑하는 정자[常戀亭]. 동방의 작은 나라에 위치한 곳으로 지자(知子)라는 지혜로운 노인이 머물러 후학들을 가르치는 곳. 인터넷 홈페이지 www.1391korea.net

지자(知子) : 호는 적신(赤身). 3M 정신(맨몸·맨주먹·맨땅)을 몸소 실천하기에 그리 부른다. 맨주먹으로 상연정을 지어 그곳에 머물면서 일상생활이 얼마나 가치롭고 고귀한 것인지를 연구·전파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혹자는 사람 좋은 미소를 만면가득 지으면서도 맘에 안드는 일은 반드시 지목해서 말한다고 해서 그를 '지적신(指摘神)'이라고도 일컫는다.

종자(從子) : 상연정의 제자 중 가장 오랫동안 지자를 따랐던 제자[從子]. 스승의 말씀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필기도구를 손에서 놓지 않는 메모광이며, 스승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라서 바닥청소를 시키면 화장실청소까지 자청해서 하는 인물이라 혹자는 그가 지자의 ''이라서 '종자'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식자(識子) :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닫는 문일지십(聞一知十)의 기재. 아는 것이 많아서 식자(識子)라 불리우지만, 유달리 식욕을 절제할 줄 몰라 식자(食子)로도 불리우는 제자. 이성적이며 합리적 지식을 추구하는 모더니스트(modernist). 막내 제자인 적자(嫡子)와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다.

적자(嫡子) : 상연정의 막내 제자. 먼저 입문한 선배들을 무시한 채 '스승의 지혜를 배울 뿐만 아니라 패션과 걸음걸이, 심지어 다이어트 경력까지 본받고 있는 나야말로 진정한 스승의 적자(嫡子)올시다'라며 설레발치는 당돌한 제자. 그때마다 식자는 싸늘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하나를 배우면 열을 잊어먹으니 너야말로 진정한 적자(赤字) 지성이로다!'라며 비아냥거린다.

 

 

많은 이들이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아침 시간, 종자는 스마트폰을 흘낏 바라본 후 여유있게 걸었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그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바쁘게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이용해 버스 도착시간을 확인하였기에 불필요하게 서두르지 않았다.

잠시 후 종자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는 스마트폰의 웹브라우저를 실행시켜 메모광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 중 하나를 선택한 종자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걸렸다. 종자는 나직이 화면의 글귀를 읊조렸다.

어느 때부터인지 나는 메모에 집착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와서는 잠시라도 이 메모를 버리고는 살 수 없는, 실로 한 메모광()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버릇이 차차 심해 감에 따라, 나는 내 기억력까지를 의심할 만큼 뇌수의 일부분을 메모지로 가득 찬 포켓으로 만든 듯한 느낌이 든다.”

종자는 화면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글을 마저 읽었다.

메모광학창시절에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의 전율이 떠오르는군. 이하윤 선생의 글을 읽으며 나도 메모광이 되리라고 결심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아직도 난 진짜 메모광이 되기엔 턱없이 모자라구만.”

다른 사람들이 펄쩍뛸 소리를 중얼거리며, 종자는 밤사이 들어온 이메일과 주요 일간지의 아침 기사를 확인했다. 그렇게 30여분이 흘러간 후, 종자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사형, 뭐하십니까?”

, 사제! 오늘은 제 시간에 나왔군.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자네가 왠 일인가?”

아유, 사형. 요즘엔 일찍 다니려고 무진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형, 오늘 뭔가 달라보이십니다.”

말을 건 사람은 상연정의 막내, 적자였다. 적자는 종자를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두 눈을 치켜뜬채 부르짖었다.

사형! 짐이 왜 이렇게 단출합니까?”

어허, 이 사람.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이야기하시게.”

,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형, 여러 권의 공책으로 가득한 가방은 사형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였잖습니까? 그날 읽을 책과 평소 생각을 메모하던 공책들을 단단하게 채워넣은 배낭을 매실 때마다 완전군장으로 전쟁에 나서는 기분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하지만 늘 어깨와 허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도 했던 걸로 기억하네만.”

적자는 종자의 옆구리에 매달린 크로스백을 바라보았다. 얊은 문고판 책과 지갑, 휴대 전화 정도 넣을 수 있는 작은 가방이었다. 종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다 이 녀석 덕분이지. 흐흐흐, 나도 질렀다네!”

, 아니, 그것은?”

이젠 언제 어디서나 요놈으로 메모를 할 수 있다네.”

종자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스마트 폰을 흔들었다.

~ 최근 들어 스마트폰 사용자가 갑자기 늘어났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제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사형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사형, 이것 비싸지 않습니까? 무슨 돈으로 사셨습니까?”

자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 아는가?”

적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종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자문자답했다.

우리 아내가 신용카드를 쓸 때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말이라네.”

…….”

적자는 웃을지 말지 분간할 수 없었다. 늘 진지한 태도로 스승님의 말씀을 공책에 정리하며 몸으로 익히던 사형이었건만 오늘은 너무나 달랐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손에 쥐고 잔뜩 들뜬 어린아이 같았다.

사형, 스마트폰이 그렇게 좋으십니까?”

말로는 설명 못하네. 자네도 써보게. 써보면 알아!”

종자는 황급히 말을 맺고는 다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적자는 그런 사형을 바라보며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었다. 한 사람은 화면을,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을 바라보며 진행된 어색한 대화는 그들이 상연정에 이르렀을 때도 계속 되었다. 심지어 지자가 강론을 시작하는 순간까지…….

어허, 이 녀석들! 오늘 왜 이렇게 소근거리는게야?”

지자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스승님 그게 아니라…….”

자네 지금 뭘 보는건가? 스승님 말씀은 듣질 않고!”

적자가 변명하려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식자가 한 방 쏘았다. 하지만…….

어흠. 미안하네.”

아니, 사형에게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식자는 재빨리 꼬리를 말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지자의 입에서 노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만들 하거라! 지금 내 앞에서 뭣들하는게야?”

송구합니다, 스승님.”

제자들은 모두 지자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지자는 말없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제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줘 보거라.”

……?”

종자 네가 계속 만지작거리던 그것 말이다. 그것 때문에 이 모든 사단이 빚어진 것 아니더냐?”

스승님, 이것의 이름은 스마트폰이라하옵고, 사단을 일으키려던 것이 아니라 스승님의 말씀을 좀 더 잘 배우고 익히기 위해…….”

잠시 보고 돌려줄테니 말은 그만하고 일단 줘 보거라!”

지자는 완강하게 고개를 흔들며 종자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아깝냐?”

, 아니옵니다. 제가 어찌…….”

종자는 허겁지겁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받쳐들고는 지자가 묻기도 전에 영업사원처럼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한 후 몇 개의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사용 시범을 보였다.

우선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어플과 길 안내는 물론 현 시각 교통량까지 보여주는 어플을 구동시켰다. 그리고 외국 유명 대학의 강의를 무료로 청강할 수 있다며 지자와도 안면이 있는 외국인 스승의 강의를 그 자리에서 다운로드 받아 보여주었다.

지자의 눈이 점점 반짝거렸다. 급기야 오카리나 연주와 자동차 게임을 실제처럼 경험하게 해주는 어플을 사용하는 순간 지자의 눈에서는 형형한 안광이 마치 레이저 광선처럼 줄기줄기 뿜어져나왔다.

얼마냐?”

스승님까지 왜 이러십니까?”

식자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지자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내 일전에 종교개혁에 관한 이야기를 몇 마디 한 적 있었다. 기억하느냐?”

종자는 스마트폰의 어플들을 종료시킨 후, 그동안의 메모를 모두 저장해둔 웹 오피스에 접속했다.

작년에는 67, 금년은 20여회 정도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최근의 말씀은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하신 것이옵니다.”

허허,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줬구나. 검색 기능까지 있으니 그동안 종자 네가 쌓아둔 메모가 진정 빛을 발하겠구나. 그래, 내가 미디어에 대해 말하며 종교개혁 당시 루터는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이라는 뉴미디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의 미디어는 기존의 지식을 담기에 보수적일 가능성이 크지만, 뉴미디어는 새로운 생각이 담길 가능성이 크지.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도구로써 뉴미디어를 생각해볼 수 있을게다. 얼마 전부터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것을 보니,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미디어의 신·구 전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구나.”

지자는 종자의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때 식자가 볼맨 음성으로 끼어들었다.

하지만 스승님, 일단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면 돈이 많이 들잖습니까! 게다가 스마트폰 열풍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주로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이고. 제자는 두렵습니다. 스마트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더 큰 격차와 소외감이 생기지는 않겠습니까?”

그렇게 따지고 들면 중세의 활자도 처음에는 소수의 엘리트계층이 쓰기 시작했지요. 그게 점점 확산되어 평범한 사람들도 쓰게 되지 않았습니까?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는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뭔가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겠지요. 사형은 새로운 것을 볼때마다 부정적으로 말씀하십니다.”

이 사람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적자가 톡 쏘는 말에 식자가 발끈했다. 지자는 손을 흔들어 두 사람을 말렸다.

물론 우리는 이 도구에 대해 겸손히 말해야 할 것이다. 너무 장미빛으로 말하거나, 혹은 너무 가능성을 막는 것도 문제이지. 스마트폰이 정보와 메시지의 보편화에 기여할지, 편중현상을 가속화할지는 좀 더 생각해보자꾸나. 그나저나 종자야, 너는 얼마에 샀다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그러나 내심으로 누구보다 뜨거운 갈망을 품고 지자는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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