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5월 일상사연 _ 영웅 어벤져스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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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웹지기 작성일 15-05-01 01:51본문
일상사연
영웅 어벤져스를 기다리며....
이성혁 / (대전지방 IVF 대표간사, 본 연구소 실행위원)
잔인한 4월은 어벤져스 영웅을 기다리게 했다. 암울한 현실에 어벤져스가 나타나, 힘없어 억울한 이들을 이유 없이 도왔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많았다.
쏟아져 나오는 영웅 영화는 이런 기대의 투사일 것이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걸 알지만, 억울한 상황을 풀어 줄 영웅을 영화처럼 기다린다. 힘있는 ‘갑’은 돈과 권력으로 자신을 지켜가지만, 힘없는 ‘을’은 영웅이 나타나는 것 외에 기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억울하고 답답한 약자의 현실이 그 많은 영웅 이야기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이다.
나도 곧잘 예수님이 그런 영웅이 되어주시길 소망했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어디선가 짠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주길 기대하며, (마치 영웅을 부르듯) 기도하며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주시길 바랐었다. 그러나 내가 기대하는 영웅 예수님은 한 번도 망토를 휘날리며 날아오지 않으셨다.
아쉽지만 예수님은 영웅이 되기를 거부하신다. ‘영웅이 되게 해주겠다’는 사단의 유혹을 단호히 거절하신다. 어쩌면 사단은 예수님 내면의 호소였을지도 모른다. 실로 영웅이 될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힘으로 영웅 됨을 드러내고, 힘을 과시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을 거부하신다. 반대로 힘없어 버림받는 자로, 억울함을 당하는 자로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억울함을 해결해 주시는 능력자가 아닌, 억울함을 당하는 자처럼 억울하게 죽으셨다. 우리의 영웅(?) 예수님은 힘으로 그 영웅 됨을 보이는 해결자로 오신 것이 아니라, 억울함을 일으키는 상황을 폭로하며 그 억울한 조건을 그 자신에게 받아 대신 죽으심으로 해소하려 하신 것이다.
영화 속에서 영웅은 속 시원하게 약자의 열망을 성취해 주지만, 2편을 기다리게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것이 영화가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현실에서는 ‘1초에 지구를 7번 반 돈다’는 슈퍼맨일지라도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불의를 해결해 줄 수 없다. 영화의 모든 영웅이 다 동원되더라도 말이다.
예수님은 세상에서 들려오는 무수한 ‘SOS’에 정신없이 응답하다 시간을 보내시는 어벤져스가 아니시다. 그분은 이 모든 SOS를 있게 한 근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시려 일하고 계신다. 그리스도 자신 안에서 “사람의 근원적 이기성, 불안, 불만족, 폭력성”을 제거하고 계시는 것이다. 진짜 영웅은 그 깊이와 근원 속에서 일하고 계신다.
영웅을 기다리다 영웅을 찾아 영화관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허망한 길 가운데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내 속의 악당을 내버려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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