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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2월 일상사연"가면 속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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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웹지기 댓글 0건 조회 5,271회 작성일 12-02-0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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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1월 두 아이를 미국으로 보내고 우리 부부는 한참 말없이 차를 타고 가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이의 나이는 큰 애가 13살, 둘째가 11살. 흔히 이야기하는 조기유학을 결심하고 갑자기 사고를 치고 말았다. 큰 아이는 곧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시점이라 졸업에 필요한 수업일수를 다 채운 상태였고, 작은 아이는 이제 한참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먹어야 할 조금은 이른 나이에 머나먼 이국땅으로 갔다. 부모 없는 이국땅에서 애들도 애들 나름으로 힘들고 외로웠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고 눈 만 뜨면 애들 침대를 두드리며 애들의 체취를 맡으며 그리워하곤 했다. 큰 애는 벌써 사춘기에 접어들어 아빠가 제일 좋다던 녀석이 말마다 대꾸에다가 반항을 하니 사실 미운 마음도 많이 들었었다. 잘 도착했다는 아이들의 전화를 받고 한 숨을 돌리며 너무 일찍 아이들을 떼어 낸 것 아닌가 후회도 하며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아이들을 떼어 놓고 닥치는 진짜 문제는 아이들이 다른 문화에 잘 적응하고 공부 잘하는가에 대한 것 보다 우리 부부의 문제였다. 보통의 가정처럼 아이의 교육문제는 나 보다는 아내가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는데 아이들이 떠나고 나니 갑자기 아내의 삶의 많은 부분이 비어 버리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아이가 없음으로 해서 우리 부부만의 시간이 많아지게 되고, 생각보다 우리 부부의 문제가 빨리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른 때 같으면 별일 아닐 사소한 문제도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은근슬쩍 참고 넘어 가던 일들이 이젠 둘만 있음으로 해서 그렇게 어물쩡 넘어 가기가 힘들어 졌다. 서로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항상 격돌하게 되고 서로에게 자기의 입장과 상황을 알아주기를 요구하고 기대만 남발했다. 아이가 있을 때는 교육상 착한 아버지, 믿음 좋은 아버지로 비춰져야겠기에 나는 나의 진짜 모습을 은연중에 숨기고 살아 왔던 셈이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아이에 대한 관심이 나에게로 쏠리게 되고 서로 내면에 숨어 있던 덜 성숙한 인격들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되었다. 

   살다보면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웃을 일이 많이 생기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없음으로 해서 맞닥뜨리는 이 불편한 진실이 당혹스러울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결국 우리 부부는 대판 싸우고 며칠을 냉전으로 있다가 결국 서로에 대하여 가진 감정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8년의 연애로 결혼했지만, 결혼하고 나서 1년 동안 서로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이 연애시절보다 많은 것에 놀란 적이 있었다. 확실히 같이 살아보니 그것은 현실이었다. 그런데 결혼생활 16년차에 다시 맞이하는 신혼에서 또 다시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는 나의 아내를 배려하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내가 정해 놓은 기준에서 나의 감정의 테두리 안에서만 행하는 이기적인 사랑이었다. 아내 역시 같은 감정을 털어 놓았고 우리는 왜 우리가 서로 상처가 되는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관계 속에서 가면을 쓰고 살고 있었고, 그 가면이 벗겨지는 시점에서 서로에 대하여 당황하게 된 것이다.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나는 나의 고백의 사역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 나는 나름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착각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폭풍 같은 몇 달이 지나고 우리 부부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 갔다. 여전히 부족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모자란 남편이지만 그래도 챙겨주고 믿어주는 아내가 든든하다. 서로 잘 안다고 여겼던 부부사이가 이럴진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얼마나 진실한가 뒤돌아본다. 아이들 없는 일년 조금 넘은 시점에 난 작년보다는 조금 넓어진 나를 발견해 본다. 부부가 안정이 되니 눈이 넓어지고 마음이 크는 것 같다. 새삼 아이들이 고마워지고 보고 싶어진다. 하나님께서는 요즘 우리를 조금 더 넓은 관계로 이끌어 가신다. IVF를 통해 좋은 공동체를 경험했지만 또 다른 공동체를 만나게 하시고 거기서 또 숨겨져 있는 나의 죄된 본성을 보여 주시고 자라게 하실 것을 기대해 본다.


김창수 / 본 연구소 부산지역 실행위원, 고성복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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