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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상연정에서] 일상생활 성경연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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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한신
댓글 0 건 조회 4,359 회
작성일 16-02-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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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연정(常戀亭)에서… 

- 일상생활성경연구(2) 공동체 성경연구, GIBS


홍정환(일상생활사역연구소 자료개발위원)


배경 및 등장인물 소개

  • 상연정(常戀亭) : 일상생활을 사랑하는 정자[常戀亭]. 동방의 작은 나라에 위치한 곳으로 지자(知子)라는 지혜로운 노인이 머물러 후학들을 가르치는 곳. 인터넷 홈페이지 www.1391korea.net
  • 지자(知子) : 호는 적신(赤身). 3M 정신(맨몸·맨주먹·맨땅)을 몸소 실천하기에 그리 부른다. 맨주먹으로 상연정을 지어 그곳에 머물면서 일상생활이 얼마나 가치롭고 고귀한 것인지를 연구·전파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혹자는 사람 좋은 미소를 만면가득 지으면서도 맘에 안드는 일은 반드시 지목해서 말한다고 해서 그를 '지적신(指摘神)'이라고도 일컫는다.
  • 종자(從子) : 상연정의 제자 중 가장 오랫동안 지자를 따랐던 제자[從子]. 스승의 말씀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필기도구를 손에서 놓지 않는 메모광이며, 스승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라서 바닥청소를 시키면 화장실청소까지 자청해서 하는 인물이라 혹자는 그가 지자의 '종'이라서 '종자'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 식자(識子) :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닫는 문일지십(聞一知十)의 기재. 아는 것이 많아서 식자(識子)라 불리우지만, 유달리 식욕을 절제할 줄 몰라 식자(食子)로도 불리우는 제자. 이성적이며 합리적 지식을 추구하는 모더니스트(modernist). 막내 제자인 적자(嫡子)와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다.
  • 적자(嫡子) : 상연정의 막내 제자. 먼저 입문한 선배들을 무시한 채 '스승의 지혜를 배울 뿐만 아니라 패션과 걸음걸이, 심지어 다이어트 경력까지 본받고 있는 나야말로 진정한 스승의 적자(嫡子)올시다'라며 설레발치는 당돌한 제자. 그때마다 식자는 싸늘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하나를 배우면 열을 잊어먹으니 너야말로 진정한 적자(赤字) 지성이로다!'라며 비아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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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첫아침의 흐릿한 햇살이 안개처럼 스며들어오는 작은 방에 미니 컴포넌트의 타이머가 작동하며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5번이 울렸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식자는 느릿한 움직임으로 커피를 내렸다. 코끝을 간질이는 부드러운 커피 향기……. 

식자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시냇가에 심은 나무」(이하 ‘시심’)를 펼치고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커피와 시심으로 시작하는 아침은 식자의 일상을 열어가는 의례(儀禮)와도 같았다. 특히 식자는 시심에 수록된 질문에 따라 말씀을 논리적으로 관찰하고 묵상하는 과정을 사랑했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깨달음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식자는 늘 ‘다시 노래하는 다윗’ 혹은 그냥 ‘다윗’이라는 대화명으로 묵상한 내용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곤 했다.

아침 묵상을 마친 후 식자는 시스템 다이어리를 펼쳐들고 그날의 일정을 점검했다. 이 역시 식자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례였다. 치밀한 계획에 따른 규모있는 삶! 식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삶의 형태였다. 식자는 자기관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뿌듯해했다. 그리고 문득 한숨을 내쉬었다.

“그 녀석은 자기관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나 알까? 하긴, ‘자기 관리요? 아, 여자친구 관리! 우리 자기 관리하는게 왜 궁금하세요?’라고 대답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상연정의 막내 적자를 잠시 떠올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기도 잠시. 식자는 시스템 다이어리의 한 부분에 라임색 형광펜으로 줄을 쳤다.

“저녁에 엘비스 클럽이 있군. 오늘도 기브스 방식으로 하실껀가?”

식자의 미간에 굵은 주름이 한 가닥 생겼다.

“응? 오늘 스승님께서는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셔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누가 모임을 인도하는거지?”

잠시 고민하던 식자는 고개를 두어차례 흔들고는 나머지 일정을 점검했다. 어차피 상연정에 나가보면 스승께서 말씀해주실 것이니까.

*          *          *

“스, 스승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늘 모임은 네가 인도하거라, 식자야.”

미소띤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지자의 부드러운 음성. 그러나 눈빛만은 칼날 같이 빛났다. 일체의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 눈빛!

“하지만 스승님, 종자 사형도 계신데 제가 어찌…….”

“허허, 종자는 나와 함께 회의에 참석해야 하느니라.”

“예?”

화들짝 놀란 식자는 종자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종자는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여행용 가방을 아침부터 들고 다녔었다.

그때 문득 적자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스승님, 회의 참석하시는 것 치고는 복장이 너무 편안하신 것 같습니다. 종자 사형도요.”

흠칫 놀라는 두 사람! 아닌게 아니라 베이지색 면바지에 알록달록한 꽃남방을 입고 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했다. 게다가 종자는 평소 늘 휴대하던 공책 대신 C사의 DSLR 카메라를 챙겨들고 있었다. 적자가 헛기침을 하며 종자에게 눈빛을 날렸다.

“흠흠, 종자야…….”

“사제, 나 좀 따라와보게!”

종자는 적자를 데리고 화장실 쪽으로 갔다. 잠시 후 적자는 한쪽 눈두덩이를 시퍼렇게 물들이고 돌아왔다. 

“그럼 다녀오마. 적자는 사형을 잘 도와서 모임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거라.”

인자한 미소, 부드러운 음성, 그러나 칼날 같은 목소리……. 그렇게 지자는 떠났다.

“사형, 왜 그러시오? 표정이 않좋소!”

“자네 얼굴이 더 안좋네. 신경쓸거 없어!”

“까칠하게 굴지 좀 마시오. 스승님께서 제게 사형을 도우라고 하셨잖소! 고민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사제.”

“예, 사형.”

“자네는 그냥 아무 것도 안하는게 날 돕는거네. 자네가 끼여들면 모든게 복잡해져.”

“거 참…….”

“흠…… 그러면 도와줄 생각은 하지 말고 듣기나 하게. 내 일찍이 PBS를 처음 배웠을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네. 연역적으로 추론해가는 과정이 아니라서 과정 내내 불안해했었지. 과연 이게 맞나, 내가 바르게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으니까. 그런데 기브스는 그게 더 심하더군. 여러 사람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관찰-해석-적용을 진행하다보니 정답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는 의구심이 들더군.”

적자가 식자의 말을 끊었다.

“저 사람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도 될까, 의심이 생긴건 아니구요?”

“…… 그래, 맞네. 그랬지. 사실 지금도 그것 때문에 답답하다네. 특히 그래도 손에 잡히는 형태로 딱 정리되는 PBS와 달리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도 정말 그렇구나 싶은 핵심 매시지가 잡히지 않는 날도 있어서, 그런 날엔 특히 더 답답하다네. 그나마 스승님께서 계실 때는 마음이 편안했는데, 오늘은 날 더러 모임을 인도하라하셨으니…….”

적자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매사에 철두철미한 사형에게 이런 인간적인 면이 있었다니…….

“사형, 우리는 언제나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성령께서 우리를 이끌어가시지 않겠습니까!

“나도 자네처럼 단순했으면 좋겠네.”

“넷?”

“아닐세.”

식자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끊었다. 어느새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젠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었다. 식자는 책갈피를 나누어주며 그날의 성경본문을 함께 읽었다.

“먼저 오늘 본문을 읽으며 각자 받은 느낌부터 말해보지요.”

*          *          *

“그래 기브스 방식으로 성경공부를 인도해보니 어떤 느낌이 들더냐?”

“공동체를 풍성하게 만드는 모호한 신비감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돌아온 스승 앞에서 식자는 모임에서 경험한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실 제자는 정답없는 나눔을 두려워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두 세 사람이 모인 곳에 함께하시겠다는 주님의 약속(마 18:20)을 체험한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주께서 우리를 가르치셨습니다.”

“사형 그건 아까 제가 했던 이야기…….”

“험험!”

적자와 식자의 묘한 신경전을 바라보며 지자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성경은 원래 공동체에 주어진 책이니까. 초대교회에서도 신학교육을 정규적으로 받지 않은 사람들이 말씀을 나누지 않았더냐. 물론 교회가 잘못된 해석을 해온 적도 있었지만 주님이 함께하시는 교회 공동체는 끊임없이 그 오류를 수정해왔단다. 그리고 사실 설교도 공동체적인 작업이지. 공동체가 없이 설교 할 수 없으며 설교 준비를 위해 주석을 참고하는 행위도 과거의 신앙 공동체의 정신에 맞닿아 있는 것이니까.”

“스승님, 그러면 이제 굳이 PBS한다며 개인귀납적성경연구에 골치아프게 매달릴 필요가 없겠군요?”

눈치없이 냉큼 끼여드는 적자. 지자의 이마에 파랗게 힘줄이 불거졌다.

“기브스 방식의 핵심이 무엇이더냐?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핵심인 것을 능히 알것이거늘… 그 자체가 귀납적인 방식임은 모르는 것이냐? 귀납적 태도는 소중히 여기되 공동체가 함께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PBS과 GIBS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이야! 다만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생활공동체가 함께 실천할 수 있기에 기브스 방식을 채택한 것이야.”

“…….”

말문이 막힌 적자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종자의 DSLR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앗! 스승님 이게 무엇입니까?”

적자의 외마디 비명에 상연정의 모든 사람들은 카메라의 LCD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꽃이 만발한 수목원에서 지자와 종자가 한껏 폼을 잡고 찍은 사진이 펼쳐져 있었다.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신다더니 놀다 오신 것입니까?”

“흠흠…… 때로는 신록(新綠)의 푸르름 가운데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지자는 헛기침을 하며 종자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러니까 그걸 왜 두 분만 경험하시냔 말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모임하라고 내버려두시고…….”

종자에게 끌려 나가는 적자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상연정을 맴돌았다.



* 이 글은 IVF 학사회보 <소리>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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