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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이야기 4월 일상사연 - 김창수님(본 연구소 부산지역 실행위원, 현재 무직, 전 수산물 유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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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 건 조회 3,088 회
작성일 20-04-0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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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일상사연 - 김창수님(본 연구소 부산지역 실행위원, 현재 무직, 전 수산물 유통업)
* 일상사연 코너는 폴 스티븐스가 제안한 인터뷰 질문에 기초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1.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동백회원으로 잘 살고 있습니다. 동백회는 동네백수모임의 준말입니다. 94년부터 해오던 수산물 유통을 2018년 11월 까지 해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다른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동안 해 왔던 일에 대하여 좀 지쳤다는 것이 제일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회를 엿보다가 적당한 임자를 만나게 되었고 잘 운영하던 업체를 넘겼습니다. 후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어도 그렇다고 뒤돌아 보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현재는 1년 넘게 그동안의 마음의 소원이던 휴식을 잘 누리고 있습니다.

2. 이 일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지금은 쉬고 있으니 전에 했던 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지난 25년여간 매일 새벽4시에 일어나 길게는 12시간, 짧게는 10시간 일 했습니다. 근래에 들어서는 좀 일하는 시간이 줄긴 했으나 거래처관리와 수산물 가공 원재료 구입과 재무 관리에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저희의 일은 말 그대로 생선(복어)을 다듬고 가공하여 거래처 납품에 거의 모든 시간이 들었습니다. 작업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루종일 서 있어야 하고 약 15kg~25kg의 짐을 상하차하고 창고에 적치하고 다시 가공하는 단순하지만 꽤 숙달되게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고질적 허리통증으로 디스크 파열과 수술, 칼에 다섯 번 베여서 봉합수술, 칼이 새끼 발가락에 떨어져 심줄이 끊긴 적도 있었고 그 외 크고 작은 부상과 거래처의 말도 안되는 요구에 시달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3. 평범한 하루 일과를 기술해주세요.

일을 할 때는 일 할때의 일과가 거의 일정하고, 일을 하지 않는 지금의 일과도 거의 일정합니다. 일어나는 시간이 4시에서 7시로 늦어진 것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과 사업하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우정어린 사람들과 만나 점심 먹고 커피한 잔 하며 교제하는 즐거움과 일에 쫒기지 않는다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시간 날때마다 산에도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수입이 없어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스트레스 받지는 않습니다. 50이 넘은 장년에게 새로운 일자리는 한정이 되어 있어서 몸 상하지 않고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보려 합니다. 

4.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사실 돈을 얻는다는 것,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것이 자영업의 큰 즐거움일 것입니다. 내가 하는 일들을 매끄럽게 잘 처리하고 매 순간 닥쳐오는 위기들을 잘 극복해 나가는 자신을 보는 것도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어려워 질수록 받게 되는 경제적 압박감도 큰 스트레스 일 것입니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마음은 거래처를 위해 마음을 숙이고 동반자의 마음을 가졌지만 해가 갈수록 그런 마음보다는 거래처에 대하여 그런 마음들이 사라지고 다른 마음을 품게 되는 것에 힘들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사람에 대하여 미운 마음이 들기 시작하니 다른 모든 일들이 견디기가 어려워 졌다는 생각입니다. 

5. 당신이 가진 신앙은 일과(日課, daily work)와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예)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태도나 방식, 일터에서의 인간관계 등에 있어서 신앙은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질문에 대한 답에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내가 가진 신앙이 내 일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가? 일을 하는 동안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 자체에 대한 의미라기 보다는 사업을 경영하는 것에 재미를 많이 느꼈고,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될 수 있으면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욕먹지 않게 행동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거래처에도 나의 말한마디가 그들에게 신뢰가 가게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정직하게 일했다고 생각 합니다. 직원들에게도 가능하면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려 하였지만 더 많이 챙겨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나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나를 기독교인으로 인정해 주는 것들로 영향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름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6. 교회/신앙 공동체가 일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어떤 영향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교회에서의 일에 대한 영향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봅니다. 일에 대한 소명이나 의미는 거의 학생시절에 IVF에서 들은 강의와 독서들을 통해 찾아 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신앙과 직업적 일에 대한 신앙적인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생각할 거리는 많이 주었다고 봅니다. 오히려 신앙공동체 바깥에서 더 도전 받는 경우가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을 벌어서 쓰거나 나눔의 문제에서 나 보다 더 성경적인 생각을 가진 비기독교인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에게서 오히려 더 도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7. 위의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하며 떠오른 생각이나 개인적 느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떤 분야이건, 주어진 상황 속에서 꾸준히 자기의 길을 걸어 간다는 것은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요즘 일을 쉬면서 ‘일을 한다는 것’,‘일을 할 수 있다는 것’,‘할 일이 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생계와 연결이 되어 있고 자신의 값어치를 증명해 보일 수 있고 경제적 활동과 나눔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라 생각되어집니다. ‘일’에 대한 ‘신학적 의미’보다는 오늘 살아 숨 쉴수 있고 갈 곳이 있고 만날 수 있는 즐거움과 ‘나 아직 죽지 않았어!’ 하고 외칠 수 있는 내 존재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것이 매일 만나는 기적이 아닐 까 생각합니다.

* 위의 질문들은 Seidman(2006)이 제시한 심층면접의 구조(생애사적 질문/현재의 경험/의미에 대한 숙고)를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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